큰 아들이 너무 재밌다고 추천해줘서 마이클 조던 (Michael Jordan)과 시카고 불스에 대한 다큐멘터리 미니 시리즈 < The Last Dance > (아래 <더 라스트 댄스>) 를 시청했다.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인 ESPN과 넷플릭스(Netflix)가 공동으로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는 ESPN을 통해 먼저 방영됐고, 방영 종료 후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시청자들을 찾아갔다. 

좀 이상할 수도 있는 제목은 불스 감독이었던 필 잭슨 (Phil Jackson)이 시카고 불스의 두번째 쓰리피트(Three-peat)를 향한 여정을 'The Last Dance (마지막 춤)'라고 부른데서 비롯됐다. 1997-98년 NBA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여론은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가 두번째 쓰리피트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었다. 그 당시 불스 내부는 총감독(General Manager)인 제리 크라우스 (Jerry Kraus)와 감독인 필 잭슨의 오래된 불화, 저가 장기 계약으로 불만이 누적된 스카티 피핀(Scottie Pippin)의 트레이드 요구 그리고 당시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는 조던의 의사 발표로 1997-98 시즌이 마지막이 될 것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더 라스트 댄스>의 한 장면.

<더 라스트 댄스>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재밌는 경기와 수익의 상관 관계

난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마이클 조던과 1997-98년 시카고 불스가 얼마나 위대한 팀이였는지 예찬하고 싶은 생각으로 이 글을 쓰는 건 아니다. 다만, 이 필름을 통해 현재 NBA가 어떻게 고수익률을 올리는 사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그 생각을 한번 해보게 되었다. 비공식 통계 자료에 의하면, 2018-19넌 NBA 리그 전체 수입이 약 10조원($8.75 billion) 정도라고 한다. 이 수입 중 가장 큰 비중이 차지하는 것이 텔레비젼 중계료다. 현재 NBA 경기는 전세계 215개 국가에서 시청하고 있다.  

스포츠 게임이 승패와 돈이 걸린 이벤트라 경기에 임하는 선수나 관중을 몰입하게 만든다. (미국에서 프로 스포츠 도박 역시 굉장히 큰 산업이다) 로마 시대 검투사 시합처럼 지는 사람이 죽는 경우는 없고, 근대 이후 사람대신 개나 닭을 내세운 투견이나 투계처럼 한쪽이 피 흘릴 때까지 싸우게 하지는 않아도 여전히 매우 인텐스하다. 뭐 요즘도 UFC 경기 보면 선수들이 피 흘리면서 싸우는 모습보고 관중들 매우 열광하긴 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워낙 많은 스포츠 경기가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사람들을 끌어들일 요소가 필요하다. 스포츠 경기라고 다 보러오진 않기 때문이다.  

먼저, 재밌는 경기를 해야 사람들이 돈내고 보러 온다. (티켓사서 경기장 가서 보는 게임 말고, 텔레비젼 중계를 보려고 해도 시청 가능한 채널을 케이블 방송이나 위성 방송을 통해 구입해야 한다) 재밌는 경기를 하려면 우수한 선수 한두명 있어 이기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우수한 선수가 많아 게임의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 NBA 한 시즌 중 팀 하나가 소화하는 경기 수가 82경기다. 그리고, 그 82경기는 전부 텔레비젼 중계된다. 다시 말하면, 재밌는 경기 82개를 보여줘야 한단 이야기다. 

두터운 선수층과 리그 성공의 상관 관계

그럼 우수한 선수는 어떻게 양성하는가? 그건 두터운 선수층이다. 미국엔 AAU(Amateur Athletic Union. 아마추어 운동 조직)가 1888년 창설되었고, 이 조직 산하 지역 유소년 아마추어 농구팀이 수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조던 역시 어린 나이에 농구 뿐 아니라 야구를 했고, 그냥 연습만 한게 아니라 팀에 소속되어 주기적으로 다른 팀과 게임을 했다. 

미국은 시즌제로 스포츠가 운영되기에 유소년 농구 시즌이 12월부터 시작한다고 치면 연습은 11월부터 시작해 12월부터 매주 한 게임 매치를 한다. 리그 팀 수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보통 여덟에서 열 게임 정도 하고 그 다음 플레이오프는 8강전, 4강전, 그리고 결승전 이렇게 한다. 이걸 초등학교 입학한 후부터 했다고 치자. 그럼, 이미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최소한 60경기 이상 뛴 경험이 있게 되는 거다. 

우리 아들들도 초등학교, 중학교때까지 커뮤니티 리그에서 농구를 했다. 연습은 실외 농구장에서 했지만, 경기는 항상 마루 깔린 실내 체육관에서 했다. 정식 학교팀 소속도 아니고, 동네 아이들을 모아 팀을 짠 리그인데도 말이다. 농구 좀 잘한다 싶은 아이들은 트래볼 팀(Travel Ball Team)에 들어가 일년 내내 주말이면 인근 도시까지 원정가 게임하고 그런다.

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팀을 거치다 보면 이미 몇 백 게임은 소화하게 된다. 고등학교 팀에서 두드러진 우수힌 선수들은 대학팀에 스카우트 되고, 다양한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입학한 후 대학팀에 소속돼 선수활동을 계속하게 된다. 그 많은 대학이 그 많은 운동 선수에게 이렇게 다 장학금을 줄 수 있는 이유는 대학 스포츠 역시 미국에서 크나큰 인기를 끌고 있고, 텔레비젼 중계료 같은 수입원이 있기 때문이다. 

 
 <더 라스트 댄스>의 한 장면.

<더 라스트 댄스>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선수 차별화와 농구 발전의 상관 관계

미국 내 대학 농구팀은 수백 개다. 수준에 따라 디비젼 1이 가장 상위 리그이고, 그 아래 디비젼 2, 그리고 최하위가 디비젼 3이다. 이렇게 디비젼을 구분하는 이유는 수준이 맞는 팀끼리 경기를 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자기 리그 내 팀들과 경쟁하게 되는 것이다. 최고인 디비젼 1만 놔두지 뭣하러 디비젼 2와 디비젼 3을 운영하는 걸까? 왜냐하면 현실은 최고만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학 농구를 하다 NBA 드래프 되는 선수는 거의 백퍼센트 디비젼 1 학교 출신이다. 예를 들어, 마이클 조던 역시 디비젼 1 농구의 명문으로 대학 챔피언쉽을 여러번 우승한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출신이다. 

그러면 디비젼 1 농구 선수들은 다 NBA까지 올라가게 되는 걸까? 디비젼 1 농구 선수 중 NBA 드래프트에 입문하는 선수는 극소수다. 그만큼 선수층이 두텁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요지는 어려서부터 거르고 걸려서 남은 선수들만이 NBA에서 활약하게 된단 이야기.

그럼, 디비젼 2나 디비젼 3 선수들은 떨거지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디비젼 수준에 따라 운동보다 학업이 더 우선인 경우도 있어서 졸업후 꼭 농구계로 진출하지 않는 대학 선수들도 많다. 그런데도 이들이 대학팀에 소속돼 운동을 하는 이유는 장학금 혜택 때문이다. 또한,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 시절부터 시작되는 유소년 스포츠를 코치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들이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학교 팀에 소속돼 플레이해야 하니 코치 수요가 항상 존재한다. 즉, 플레이 수준에 따라 꼭 최고 코치가 팀을 맡을 필요는 없다는 거다.

방대한 컨텐츠와 자본주의의 상관 관계

미국 역사가 200년이 좀 넘어서 근본도 없는 잡놈(?)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작 미국인은 역사와 경륜을 중요시한다. NBA 역시 오래된 역사를 통해 수많은 위대한 선수들의 이야기를 재가공해 팔아먹고 있다.

<더 라스트 댄스>를 보면 놀라운 사실이 기록의 방대함이다. 1997-98년 시즌은 이미 마이클 조던이 유명해진 후라 그가 가는 곳마다 카메라가 따라다닌게 당연하다. 그런데 조던의 대학교 경기 장면은 물론이고, 고등학교 시합 자료 영상까지 찾아내서 필름에 삽입했다. 스카티 피핀의 1980년대 고등학교 및 대학 시합 역시 흑백필름이긴 하지만,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됐다. 현대사회는 컨텐츠 시대다. <더 라스트 댄스>와 같은 10부작 다큐멘터리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선 다양한 컨텐스가 필요하다. 흥미있는 컨텐츠가 있어야 많이 팔리기 때문이다. 

어찌 될지 모르지만, 두번째 쓰리피트(Three-peat)에 도전하던 시카고 불스는 1997-98년 시즌 미디어에게 무제한 취재를 허용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2002년 월드컵 개최하면서 히딩크와 국가대표 축구팀 일거수 일투족을 2001년 팀 훈련 때부터 집중 취재한 거랑 같다. 그래서 월드컵 4강 신화 후, 자료 필름과 선수 및 감독 인터뷰를 종합해 10부작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세계 각국에 팔아먹는 거다. 10부작 다큐멘터리 만들려면 컨텐츠가 있어야 한다. 그냥 '대~한민국'을 외치는 관중과 골넣는 장면만 반복해서 내보낼 수 없지 않은가?

결국 자본주의 논리이긴 하지만, 될지 안될지 모르는 데 일단 길게 보고 투자하는 거다. 10부작 <더 라스트 댄스>를 만들기 위해 500시간 이상 자료 화면을 검토했다고 한다. 이 다큐멘터리 미니시리즈로 인해 ESPN과 넷플릭스가 올릴 정확한 수익을 알 수 없지만, 전세계를 상대로 배포한다는 가정 아래 작은 액수가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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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금속공예가의 미국 '속'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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