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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스님이 오랜 기다림에다 정성을 보태 만든 장아찌류. 스님은 기다림과 인내가 사찰음식의 비법이라고 말했다.
 정보스님이 오랜 기다림에다 정성을 보태 만든 장아찌류. 스님은 기다림과 인내가 사찰음식의 비법이라고 말했다.
ⓒ 정보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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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 넘치는 세상입니다. 과해요. 과한 식생활이 우리 몸에 독이 되고 있어요. 병을 만들어요. 적정한 식생활이 필요해요. 중용이 중요한데, 사찰음식이 대안입니다. 사찰음식은 최소한으로 절제된 음식이죠. 우리 몸을 지탱해주고, 생활을 위한 수단이 됩니다. 수행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한테 해당하는 이야기에요."

산들바다 사찰음식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는 정보스님의 말이다. 지난 3일 만난 스님은 "사찰음식이 우리의 지나친 식습관을 줄여주고, 중용을 실천하는데 제격"이라면서 "우리의 건강을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의식주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됩니다.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꼭 있어야죠. 남녀노소 누구라도 다 가져야 해요. 우리 삶의 과정이고 도구이니까요. 하지만 의식주가 목적이 되면 절대 안 됩니다. 우리가 의식주의 노예가 돼야겠습니까?"
  
장류 항아리 앞에 선 정보스님. 스님은 수행을 하면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
 장류 항아리 앞에 선 정보스님. 스님은 수행을 하면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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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스님이 차려준 공양. 산과 들에서 얻은 푸성귀로 맛깔스런 밥상을 차렸다.
 정보스님이 차려준 공양. 산과 들에서 얻은 푸성귀로 맛깔스런 밥상을 차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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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스님은 사찰음식을 만들고 있다. '슬로시티' 전라남도 담양 창평의 천불선원에서 28년째 수행생활을 하고 있다. 산들바다 사찰음식연구소는 절집에 두고 있다. 산과 들, 바다에서 나는 모든 열매와 뿌리, 잎사귀, 줄기, 꽃 등으로 바른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의미와 의지를 담고 있다.
 
"한 마디로 사찰음식은 자연식입니다. 자연과 함께 살면서, 자연이 주는 것을 사람이 필요한 만큼 받는 순환의 구조를 갖고 있어요. 사람 따로, 자연 따로가 아니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죠. 공생입니다."


스님의 음식 이야기는 쿡방과 먹방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쿡방, 먹방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정도를 벗어난 식생활이라는 것이다. 음식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균형과 건강이 중요하고, 그 균형과 건강을 발효식품이 지켜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보스님이 발효 숙성시키고 있는 항아리가 절집에 줄지어 있다. 스님의 사찰음식연구소는 담양 천불선원에 있다.
 정보스님이 발효 숙성시키고 있는 항아리가 절집에 줄지어 있다. 스님의 사찰음식연구소는 담양 천불선원에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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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음식이 우리의 속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몸을 따뜻하게, 정신도 맑게 해줘요. 발효음식이 곧 사찰음식이고, 그 핵심은 자연식이죠. 직접 재배한 무공해 식재료로 만들고, 인위적인 맛이 아닌 편안함을 주는 자연의 맛. 그게 발효음식이고 사찰음식입니다. 재료 선택이 중요할 수밖에요."

스님이 된장을 만들 때도 직접 새끼를 꼬아 장을 담그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장은 세 차례 발효를 한다. 메주를 쑤고, 처마에 매달에 발효시키고, 항아리에 넣어 발효를 시킨다. 스님은 여기에 두 차례 발효를 더한다.

"저는 메주를 삶을 때 나오는 진한 콩물을 버리지 않습니다. 이걸로 4차 발효를 시켜요. 1년 된 된장을 퍼내서 콩물과 버무려 5차 발효를 또 시킵니다. 모두 다섯 차례 발효과정을 거쳐요. 모두 3년이 걸립니다. 속가의 할머니한테 배운 방식입니다."
 

스님은 된장을 만드는 과정도 수행의 과정으로 여기고 있다. 정성을 들이는 일이 고되고 힘들지만, 그 일에 청정한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전통도 계승하려는 의지를 보탠다. 음식은 기다림이고 인내이며, 정성은 덤이라는 평소 생각을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스님이 만든 고추장아찌. 스님의 인내와 기다림, 정성이 더해진 덕인지 한결 맛깔스럽게 보인다.
 정보스님이 만든 고추장아찌. 스님의 인내와 기다림, 정성이 더해진 덕인지 한결 맛깔스럽게 보인다.
ⓒ 정보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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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스님이 수행하는 절집에는 장류가 숙성돼 가는 항아리가 즐비하다. 분홍으아리꽃이 그 항아리를 에워싸고 피었다.
 정보스님이 수행하는 절집에는 장류가 숙성돼 가는 항아리가 즐비하다. 분홍으아리꽃이 그 항아리를 에워싸고 피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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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스님은 현재 11가지 장아찌를 만들고 있다. 도라지, 마늘, 매실, 무, 연근, 콩잎 등등. 장아찌라고 하면 짜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짜지 않는 게 장점이다. 한식과 중식, 양식에 모두 잘 어울린다. 남녀노소, 환자, 수행자 누구라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산들바다 사찰음식연구소에서는 27가지 제조 품목 허가를 받아 판매도 하고 있다. 수익금으로 형편이 어려운 교도소 재소자를 돕고 있다. 광주교도소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교정·교화 활동을 한 것도 30여 년 됐다.

"사찰음식 체험장을 운영하려고 해요. 장기적으로는 전수관도 만들고 싶고요. 노인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서 지역의 노인들을 고용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도록 해야죠. 당연히 수익금은 사회에 환원할 겁니다."

정보스님이 그리고 있는 앞날이다. 스님은 "코로나19도 우리 인간이 만든 재앙"이라며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늘 자연과 함께, 그리고 일상에서 참회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스님이 버무려 놓은 사찰음식들. 콩나물과 애호박, 마늘쫑 등 여러 가지 푸성귀가 맛깔스럽게 무쳐져 있다.
 정보스님이 버무려 놓은 사찰음식들. 콩나물과 애호박, 마늘쫑 등 여러 가지 푸성귀가 맛깔스럽게 무쳐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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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립니다.


태그:#정보스님, #산들바다, #사찰음식연구소, #천불선원, #사찰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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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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