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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개학이 한 달 이상 늦어졌지만 시험 범위는 똑같은 교육청 주관 학력평가. 붉은 색으로 표시한 부분은 시험범위가 늘어난 과목이다.
 코로나19로 개학이 한 달 이상 늦어졌지만 시험 범위는 똑같은 교육청 주관 학력평가. 붉은 색으로 표시한 부분은 시험범위가 늘어난 과목이다.
ⓒ 김홍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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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과 18일 각각 시행된 고등학교 2학년과 1학년 대상 전국연합학력평가(모의고사)가 코로나19로 인한 개학 연기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작년과 똑같은 시험 범위에서 출제가 이루어져 '교육청이 선행학습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등교 수업 후 처음으로 실시된 전국연합학력평가는 17개 시·도교육청이 공동으로 시행하는 수능시험 대비 모의고사이다. 출제는 경기, 부산, 서울, 인천교육청이 번갈아 담당한다. 이번 6월 시험은 부산교육청이 주관했으며, 서울시교육청을 제외한 16개 시·도교육청 소속 학교들이 참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몇 차례 미뤄진 끝에 4월 9일과 16일이 되어서야 고등학교 3학년과 1~2학년의 온라인 수업이 시작됐다. 온라인 수업이 한 달 이상 진행된 후, 5월 20일 고등학생 3학년 등교를 시작으로 1주일씩 차례로 등교 수업이 진행됐다. 온라인 개학 시점부터 잡더라도 수업을 포함한 학사 일정이 예년보다 한 달 반 이상 늦어진 셈이다.
         
2019년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는 올해 시험 날짜보다 2주 정도 빠른 4일 치러졌다. 그렇지만 올해 학사 일정이 한 달 반가량 늦어진 것을 고려하면, 원격 수업이 교실 수업과 같은 학습 효과를 냈다고 여기더라도 작년보다 한 달 이상 수업 진행이 늦어진 셈이다. 시험 출제 범위가 최소 한 달 분량은 줄어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상 선행학습 조장하는 시험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고등학교 2학년 6월 모의고사 출제 범위를 보면, 공통과목인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는 모두 작년과 같았다. 선택과목인 동아시아사, 세계사, 지구 과학Ⅰ 세 과목은 오히려 작년보다 범위가 늘어났다. 시험 범위가 줄어든 과목은 선택과목인 물리학Ⅰ 한 과목에 불과했다. 고등학교 1학년의 시험 범위도 작년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작년과 비교하면 한 달 이상 수업 시작이 늦어졌는데도 시험 범위가 같다는 것은 결국 공부해야 할 양이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즉 시험 출제 범위가 늘어난 것이다.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공부한 학생들은 배우지 않은 내용을 평가받아야 하는 비교육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원하는 점수를 충분하게 얻으려면 선행학습을 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전국 시·도교육청이 혈세를 써가면서 선행학습을 조장하는 꼴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강원도교육청 담당 장학관은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안내하는 6월 15일 도교육청 보도자료 인터뷰에서 "이번 평가는 1~2학년 학생들에게는 과목별 취약 부분과 학습 방법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1년 전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앞두고 했던 말을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되풀이했다.

수능시험을 코앞에 두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은 제쳐두더라도, 전국의 고등학교 1학년과 2학년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는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시·도교육청이 앞장서서 한해 4번이나 치르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많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 교육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예년보다 많은 학습량을 요구하며 사실상 선행학습을 조장하는 시험이 공교육을 책임지는 시·도교육청 연합으로 시행되어도 괜찮은 것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태그:#전국연합학력평가, #시도교육청, #선행학습 조장, #늘어난 시험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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