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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10년의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을 거친다. 여기에 더해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고등학교 3학년 과정까지 무려 12년 동안 교사라는 존재와 만남을 갖는다.
 
직접 촬영한 책 표지
▲ 직접 촬영한 책 표지 직접 촬영한 책 표지
ⓒ 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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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동안 12번 바뀐 교사와의 만남에서 사람들은 어떤 것을 깨닫고 느꼈던 걸까? 한 사람의 인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교사가 사람들의 가슴에 어떤 씨앗을 심어주었을까라는 생각이 책 <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를 읽고 문득 들었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는 스승에 대한 존경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임을 절실하게 느꼈다. 사람들은 대체로 스승이란 성장에 관여하는 중요한 사람이며, 그분들의 노고를 기억는 일은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다만 사회가 존경할 만한 스승의 표본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중요한 일을 요즘 선생님들이 잘 해내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 155p  

우리 사회는 스승을 아주 특별한 존재로 인식한다. 옛날에는 감히 '스승 그림자도 밟지 말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스승에 대한 대우와 존경심이 엄격했다. 그러나 시대는 흘러 GDP가 늘어나고 평균 학력이 상승하며, 교사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역전되어 교권 침해와 무시가 만연화된 사회가 되었다. 엄격한 잣대로 교사를 평가하며 '교사가 뭐 이래'라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이다.

그와 동시에 교사라는 직업의 고용 안정성과 복지제도는 상대적으로 열약한 계층에게 공격 거리가 되고는 한다. 책에서 소개된 "교육공무원법 제 41조를 폐지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내용이 그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책에서도 지적하듯 '교사가 정말 교육다운 교육을 하고 있냐', '사교육 없이도 공교육만으로 좋은 교육을 해달라'는 핵심을 이해한다면 교사들이 마냥 피해자인 것처럼 억울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가 동네북이 되지 않기 위한 어느 정도의 보호장치는 필요하다고 본다).

이 책은 주로 초등교사들 중에서도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 제목에 나와있듯이 저자 자신이 밀레니얼 세대인 1987년생 교사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1987년생 교사로 밀레니얼 세대 교사이다. 저자는 신문기사를 인용해 밀레니얼 세대 교사를 이렇게 묘사한다.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은 IMF금융 위기를 겪은 부모 세대를 보고 자랐기에 고용안정성과 경제적 안정을 보장하는 교직을 선호하기 시작했으며, 이들이 교직을 선택하는 데는 부모의 권유가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사회재건 세대로 사회 정의와 변화를 추구했던 부모 세대와 달리 밀레니얼 세대는 "교직을 통해 안정을 비롯한 기존 체제의 장점을 최대한 누리고자 하는 성향"이 두드러진다는 내용이었다. -  15p

한국교육학회 학술지 <밀레니얼 세대 초등교사 연구>(2018)에서는 밀레니얼 교사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고 한다.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은 그들이 체득하고 체화한 지적 능력과 중산층의 아비투스Habitus(습성)를 활용하여 입시라는 치열한 조기 경쟁에서 생존하였고 그 대가로 더 이상의 치열한 경쟁과 스펙 쌓기의 고난으로부터 탈출하여 취업이라는 열매를 얻었으며, 화려한 성공은 아니더라도 '워라밸'과 '소확행'을 추구할 수 있는 '조기입장 패스'를 획득한 것이다.
 - 18p

종합하면 밀레니얼 세대 교사는 취업 경쟁에서 성공한 중산층으로 많은 혜택을 누린다는 것이다. 아마 이것이 평균적인 대중들의 시선일 것이다. 그리하여 교사에 대한 시선이 존경과 질시 두 양가감정이 오가는 것이리라 생각됐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교사란 존재와 위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으며, 보이지 않는 계층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교사란 국민에게 어떤 의미일까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이 책은 그러한 고민에 대해서도 여러 인터뷰를 실으며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수업을 하지않아도 되어서'라거나, '학교 최고 높은 자리에 있어보고 싶어서' 같은 이유가 아니라 '진심으로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어서' 승진을 하겠는 리더는 반드시 필요하다. - 57p

"수업 없으니 편하지. 나이 먹고 대우받고 살려면 꼭 승진해"가 아니라 "너의 교육적 이상을 펼치기 위해 꼭 승진해"라는 말을 들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128p

이것은 밀레니얼 세대 교사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생각일 것이다. 학교에 근무하면서 겪었던, 봐왔던 관리자라는 자리, 승진에 대한 생각이 점차 교육 변화의 물꼬를 트고 있다. 이것은 시대의 흐름이기도 하다. 안정적인 지위, 보수만을 바라고 구태의연한 모습만을 보이는 교사를 좋아할 사람은 그 누구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균형적인 시각을 유지하며 마냥 교사에게만 모든 책임을 지우고 있지는 않는다. 민주주의 교육을 실현하고자 하지만, 정작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는 역설적이게도 민주적이지 못한 불합리함을 지적한다.

교사 중에서도 특히 초등교사의 전문성을 중등교사와 비교하는 것의 문제점도 논리적으로 반박한다. 교대 커리큘럼의 경직성, 초등 교육과정의 획일성 등 마냥 교사만을 탓하기 어려운 산적한 문제점도 함께 지적하며 교육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 밖에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교수와 학생이 교육과정을 만들어나가는 미국의 올린 대학교, 미국 학교의 자유로운 발언 기회, 저자의 다문화에 대한 시각들이 많은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었고, 교육에 대한 소망을 가슴 깊이 품게 해주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책이 다소 초등교사의 변명 내지 하소연으로 보일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교육의 주변 환경을 지적하며 논리적으로 주장을 전개해간 점은 좋았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과 실천과 변화가 있었는지 좀 더 자세히 예시를 들어주었다면 좀 더 마음을 울리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당장 나부터 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사들을 비난하고 헐뜯을 때조차도 이 책의 저자를 포함한 대다수의 많은 교사들은 늘 고민하고 애쓰고 있다고, 성찰하고 있다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고, 힘내라고 박수치고 응원해주고 싶다.

이 책에 실린 인터뷰를 한 모든 교사들을 포함하여 이 땅의 많은 교사들의 노력이 빛을 발해 언젠가는 "선생님, 참 존경합니다!"라는 말이 일상에서 널리 퍼지도록, 사제지간의 아름다운 감사와 사랑의 말이 널리 퍼지기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 https://brunch.co.kr/@lizzie0220/104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 - 열정과 타협 사이에서 흔들리는 밀레니얼 교사들의 이야기

송은주 (지은이), 김영사(2020)


태그:#초등교사, #책, #초등교육, #교사,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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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심어주고 싶은 선생님★ https://brunch.co.kr/@lizzie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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