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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후반에 접어들자 간혹 결혼하는 지인이 생기기 시작했다. 축하 인사를 건네면서도,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생기곤 한다. '결혼이 어떻게 가능한 거지?' 사랑의 힘이 대단하다고 해도 막대한 주거비, 양육비 등을 청년이 감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청년들은 결혼을 아주 먼 미래 이야기라 생각하거나, 아예 계획 아래에 두지 않는다.
 
이런 생각은 설문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청년 10명 중 4명은 '결혼을 하지 않아도 좋다'라고 생각한다(출처 : 인구보건복지협회 '2019 청년세대 결혼과, 자녀 행복에 대한 생각'). 2020년 서울특별시의회 '저출생(저출산) 관련 서울시민 인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안 하는 이유에 대해선 '돈' 때문이란 답변이 가장 많다. 반드시 결혼할 필요도 없거니와, 결혼 생각이 있어도 돈 걱정에 안정될 때까지 차일피일 미루는 게 지금 청년 세대다.
 
오찬호의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에 따르면, 그래서 결혼하는 청년들은 '왜 결혼해?'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 치열한 현실 속에 결혼해도 살아남을 자신 있냐는 물음이다. 남들이 기피하는 결혼을 선택한 이들은, 이런 물음에 왜 결혼했는지 증명해 보이려 한다. 그 증명은 보통 '성공한 육아'로 귀결되곤 한다. 그 과정을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은 천천히 따라간다.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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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야 할 결혼, 돌아오는 건 억울함
 
행복해야 할 결혼이지만, 결혼은 시작하자마자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봉착한다. 저자는 이를 '독립일 수 없는 결혼'이라고 표현한다. 서울 근교 전셋집을 얻으려면 2억~3억 원이 필요한 현실에 결혼하는 청년 대부분은 부모에게 손을 벌린다. 그러나 돈을 지원받는 순간 부모의 간섭은 정당화된다. 불쑥 집에 오는 것부터, 작은 가구 선택까지 간섭의 방향은 다양하다. 지분을 가진 어른의 입장은 이해 못 할 바 아니나, 신혼의 행복을 꿈꾼 부부에겐 난감한 문제다.
 
특히 여성은 행복하기 힘들다. 저자는 큰 틀의 여성 인권이 신장했다고 해도 소소한 성차별 규칙은 여전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의 '아침밥 에피소드'를 예시로 든다.

아내가 차려주는 아침 밥상이 점점 부실해진다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부부 모두 직업을 가진 채 결혼하는 지금 시대엔 어울리지 않는 불평이다. 결혼한 여성에게 일, 가정 이중 책임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맘때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퇴사 고민을 하게 된다. 일, 가정 모두 책임지기 벅차서다.
 
저자는 그래서 결혼한 사람들이 '억울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몸은 성인이지만 독립할 수 없고, 평생 공부해 들어간 직장을 포기해야 하니 억울하다. 그러나 그 억울함을 풀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힘들다'라고 하소연하면, 돌아오는 대답이 '그럴 줄 모르고 결혼했어?'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꺼리는 결혼을 택한 만큼, 억울함은 온전히 개인의 책임이 된다. 여기저기 털어놓아야 사회적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데, 사적 차원에서만 머무는 게 문제다. 

억울함을 풀어줄 키, 육아
 
이때쯤 억울함을 해결할 수 있는 만능열쇠가 등장한다. 저자는 그것을 '육아'로 본다. 아이 하나만 제대로 키운다면, 억울한 결혼을 선택한 합리적 이유가 돼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사회에선 유독 산후 조리원, 육아용품 시장이 거대하다. 심지어 500만 원에 육박하는 유모차도 있다. 합리적 가격의 제품으로도 육아할 수 있지만, 내 아이 제대로 키우고자 하는 욕심이 있는 거다. 일종의 과잉 육아다.
 
저자는 그 절정을 '교육' 문제라 지적한다. 사실 아이가 제대로 큰다는 건 다른 것을 뜻하는 게 아니다. 명문대 졸업하고, 남 부럽지 않은 대기업 다니는 걸 의미한다. 그러기에, 부모들은 아이 교육에 '올인'한다.

비교과 영역이 중요해진 요즘은 학생부에 적을 스토리를 위해 5~6살 때부터 부모의 관리가 시작된다. 읽어야 할 도서 리스트를 정해놓고 쭉 읽히는 식이다. 아이의 상상력을 위해서 정형화된 독서는 피해야 하지만, 자녀 성공 논리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이런 관리는 멈추지 않고 고3까지 이어진다.
 
'상향 평준화'가 만든 피폐한 사회, 해결책은?
 
물론 내 아이 잘 크길 바라는 건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꼭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그러나 저자는 '상향 평준화' 된다는 문제를 지적한다. 육아용품도 교육도 마찬가지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준을 넘어서 돈을 쓰고 가르치니 모두가 피폐해진다. 경제력이 보통인 부모들은 500만 원 상당의 유모차를 구매하는 지인을 보며 '나는 못된 부모야'라는 생각을 하고, 공부에 치이는 아이들은 끝없는 경쟁에 빠져들어 고통받는다.
 
개인은 좋은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이겠지만, 사회 차원에서는 손해다. 행복해지려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건데, 각자도생이란 불행의 늪에 빠지기 때문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것은 행복한 사회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 사회에 대한 저자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우선 저자는 사회구조 앞에서 개인이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음을 전제한다. 다른 집은 아이들에게 막대한 투자를 하는데, 나만 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저자 역시 아이를 사교육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저자는 그래서 한 명, 한 명이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구나'를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명 한 명이 사회 구조의 문제를 직시할 때 이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모을 수 있다. 그리고 목소리들이 모일 때 사회적 변화는 조금씩 시작된다. 결혼과 육아에서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많은 생각을 하게 할 수 있는 책이다.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 스스로 ‘정상, 평균, 보통’이라 여기는 대한민국 부모에게 던지는 불편한 메시지

오찬호 (지은이), 휴머니스트(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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