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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원 정규직 전환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불안정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의'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청년은 공정한 입사 기회가 '훼손'됐다는 것에 방점을 둔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격상하려는 정부와 공정이란 가치를 중요히 여기는 청년 사이의 갈등. '인국공 사태'를 바라보는 언론의 주된 프레임이다.

언론은 작년 '조국 사태'쯤부터 청년을 '공정을 중시하는 세대' 프레임으로 다룬다. 일견 사실인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공정의 관점으로 모든 청년(주로 90년대생)을 포괄할 수 없다. 고졸 비정규직 노동자, 지방대졸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조국 사태', '인국공 사태'를 남의 이야기처럼 생각한다. 시험의 공정성을 최대한 보장해도, 애초에 자신들이 낄 수 있는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귀동의 <세습 중산층 사회>는 이 지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많은 사람이 청년을 뭉뚱그려 하나의 덩어리로 다루지만, 그건 허위라는 것이다. 한국 청년은 '10 vs 90'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10'에 해당하는 청년들은 사실 부모로부터 지위를 '세습' 받은 것과 다름없다는 걸 저자는 논증한다. 막대한 실증 데이터를 근거로 삼는 저자의 주장을 천천히 따라가 보자.
  
 <세습 중산층 사회>
 <세습 중산층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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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듯한 일자리를 향한 '전쟁'

저자는 한국에 초임 월 300만 원 이상의 '번듯한 일자리'(대기업 정규직, 전문직, 공무원 등)를 가질 수 있는 청년이 11.4%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한국 청년들은 그 11.4%의 정규직 직장을 얻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번듯한 일자리를 첫 직장으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비정규직, 중소기업 저임금 노동자의 굴레를 벗기 힘들다. 책은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람은 100명 가운데 2.2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통계(전병유·황인도·박광용 2018)를 인용한다.

그런데 번듯한 일자리를 잡기 위해선 좋은 학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책은 고용정보원이 2014년 발간한 보고서(2009년 8월~2010년 2월 사이에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의 2011년 현재 평균 급여와 취업률 조사 결과)로 이를 뒷받침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0개 대학 졸업자의 월평균 초임은 269.5만 원이다. 반면 수도권 4년제는 208.2만 원, 지방 4년제는 196.7만 원이다. 상위 10개 대학을 졸업했다고 모두 좋은 직장을 갖게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평범한' 대학을 졸업한 이들보단 안정적 일자리를 얻을 확률이 높다.

자연스럽게 학부모들은 자식들을 상위권 대학에 보내려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문제는 자식 교육에 아무나 투자할 수 없다는 점. 우선 부모가 대치동, 목동, 중계동 등 사교육 특구에 접근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을 갖춰야 한다.

거기에 입시 정보를 나눌 수 있는 다층의 인적 네트워크, 아이들에게 풍부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문화 자본을 더해야 한다. 경제 자본, 인적 자본, 문화 자본이 적절히 섞일 때, 아이의 입시 성공 확률이 극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86세대로부터 형성된 세습·불평등 계층

그렇다면 경제·인적·문화 자본을 두루 갖춘 사람은 누굴까. 80년대 학번의 60년대생, 86세대다. 그들은 고도성장기에 취업했고, 아파트 200만 호를 공급한 노태우 정권 덕에 집을 얻었으며, 외환위기 땐 해고당한 선배 대신 부장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덕분에 막강한 경제력을 갖출 수 있었다. 학번이 있었기에 학벌을 지녔고, 화이트칼라 내부의 고급 인맥까지 가졌다는 거다. 저자는 이들을 다른 말로 '중산층'이라 표현하는데, 개인소득 기준 상위 10~15% 정도로 본다.

이 10~15% 86세대는 막대한 경제·인적·문화 자본을 자녀 교육에 투자한다. 나머지 85~90%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이 두 계급의 청년 간 격차는 메울 수 없을 만큼 벌어진다. 상위층 90년대생은 양질의 교육 덕에 상위권 대학을 진학하고, 좋은 일자리를 얻는다. 나머지 청년은 '그저 그런' 학교를 졸업하고,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한다.

이는 교육, 일자리를 넘어 결혼까지 영향을 준다. '중산층' 부모 자녀는 결혼하기도 쉽다. 경제력 있는 부모에게 결혼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고, 안정적 직업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반면 지원받을 믿을 구석도 없고, 직업이 불안정한 보통 청년에게 결혼은 언감생심이다. 결국, 교육-대학-취업-결혼으로 이어지는 90년대생의 인생은 부모 지위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셈이다.

교육-대학-취업-결혼까지 총체적 불평등을 겪기에, 20대에선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G세대'와 'N포 세대'가 공존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G세대는 '중산층'을 주 독자로 둔 <조선일보>가 20대를 정의한 용어다. 자신감, 신뢰와 낙관, 창조적 등이 키워드다. N포 세대는 연애·결혼·출산 등 모든 걸 포기했다는 청년 담론이다. 너무도 다른 G세대와 N포 세대가 공존하는 건, 메울 수 없는 격차를 지닌 두 계층이 함께 있다는 의미다.

세습·불평등 사회, 그 해결책은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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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습·불평등 사회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최근 학계에선 주로 '세대 양보론'이 나온다. 연공서열제 혜택을 입은 각계각층의 86세대가 동시에 용퇴하고, 그 자리를 청년에게 양보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은폐된 세습과 마찬가지라 지적한다. 86세대가 물러나봤자 그 자리를 잘 교육된 10%의 86세대 자녀가 그대로 차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래서 교육 불평등 해소부터 촉구한다. 교육-대학-일자리-결혼으로 이어지는 불평등의 첫 단추가 교육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급진적'이라는 전제를 달긴 해도 '영유아기에서부터 공공 보육이나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라는 말을 넌지시 꺼낸다. 10% 자녀가 어린 나이부터 사교육 등으로 앞서나가는 걸 방지하려면, 공공이 개입해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또한 저자는 10%에게 더 과세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근로소득 상위 10% 노동자에 대한 실효세율은 5.76%에 불과하다. 상위 1%가 15.6%를 세금으로 내는 것과 차이가 크다. 현재 청년층의 불평등은 10%가 만들어낸 영향이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해 10%에게도 막대한 책임을 부과하자는 의견이다. 이 세금은 '패자부활전', '인간다운 품위 유지'를 위해 쓰이게 된다.

이 책은 '인국공 사태'를 톺아보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책의 논지로 추론하자면 현재 '인국공 사태'에 분노하는 청년층은 상위 10%일 가능성이 크다. 애초에 공공기관에 진입할 수 있는 사회적 자본은 소수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90%는, 이 일에 냉소를 보이거나 무관심을 보일 테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6월 29일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에서 예상과 달리 20대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3.5%p 상승한 50.5%로 나타났다.

나 역시 청년으로서 '인국공 사태'에 분노하는 청년 계층의 심정을 이해한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공부하는 친구, 지인을 너무도 많이 봐왔다. 그러나 자신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인 것조차 '혜택'일 수 있다는 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 이전에 정부와 민간이 함께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세습 중산층 사회>는 우리에게 그러한 여러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청년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세습 중산층 사회 -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은 어떻게 다른가

조귀동 (지은이), 생각의힘(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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