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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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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7월 들어 '3선 시장'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이래 처음으로 서울시장에 3차례 연속 당선된 박 시장은 2년 뒤에 치러질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는 더 이상 출마할 수 없다.

재선 시장으로서 임기 반환점을 돈 4년 전 기자간담회(2016년 7월 5일)에서 박 시장은 "역대 시장 명단에 이름 한 줄 올리려고 시장된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의 대전환을 이루겠다"는 발언을 해 주목을 끌었다. 대선 도전을 암시한 대로 이듬해 대선 캠페인에 시동을 걸었다가 약 3주 만에 물러섰다.

2012년 대선에서 1400만 표를 얻은 문재인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는 것이 처음부터 무리였다는 얘기도 나왔다. 대선 불출마 선언 전후 박 시장은 캠페인을 도운 참모들에게 "대선은 (서울시장 선거와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더라", "아직은 준비가 덜 됐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 시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은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안 되고 싶어도 하게 되는 운명적인 직책이라고 생각한다"는 '모범답안'을 내놨다.

그럼에도 그의 대선 도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하다가 서울시라는 큰 살림을 맡아온 가장으로서 더 큰 소명의식과 권력의지를 다지는 것은 당연한 의식의 흐름일 수 있다.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한 까닭

2017년 1월 26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박 시장에게는 3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서울시장 3선 도전과 경남지사 첫 도전, 그리고 국회의원 출마. 이러한 선택지를 놓고 박 시장은 각계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본인 진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2017년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박 시장을 만난 한 대학교수는 "고향이 있는 경남에서 도지사에 도전해보라"고 권했다. 서울시장을 7년 가까이 한 것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돼 있으니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는 더 나은 선택이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박 시장은 '서울시장 3선 도전'을 택했다. 훗날 박 시장은 "서울시장을 두 번 하나 세 번 하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미 서울시에서 시작되고 있는 많은 실험들을 전국으로 확산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도움 안 되더라도 (3선으로 서울시정을) 완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2018년 5월 10일 서울시청 직원 조례)

박 시장이 서울시장 3선 고지에 오르자, 그는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박 시장 자신도 '강북 옥탑방 한 달 살이'를 하면서 '강남·북 균형 발전'이라는 새로운 시정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2018년 8월 27~31일 CBS-리얼미터의 범진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박 시장(12.1%)은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10.7%), 이재명 경기지사(7.0%)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한 달 뒤 여론조사에서는 이 총리가 1위에 올라섰고, 그 이후로 박 시장의 지지율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같은 해 10월 16일에 촉발된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 논란은 박 시장의 지지율을 떨어뜨린 큰 악재였다.

21대 총선이 끝나자,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대선"이라고 말한다. 여권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이낙연 의원이 1위, 이재명 지사가 2위를 달리고, 박 시장을 비롯한 군소주자들이 뒤를 따르는 형세가 지속되고 있다.

역전극?
 
 박원순 서울시장이 6일 서울 시민청에서 열린 민선7기 2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6일 서울 시민청에서 열린 민선7기 2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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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기자에서 여행감독으로 전업한 고재열씨는 박 시장이 시민운동을 하던 시절부터 그를 지켜봐왔다. 그는 3월 31일 박 시장을 '쉬지 않고 호미질 하는 농부', 이 지사를 '창을 드는 것만으로도 환호 받는 사냥꾼'에 빗대는 글을 페이스북에 썼다. 고 감독의 글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다가 두 달 뒤 중앙일보에 <'농사꾼' 박원순 '사냥꾼' 이재명>이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고 감독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 사회는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철인형 지도자를 원하는데 박 시장 연배에 그만큼 자기완결성 있는 지도자가 드물다"면서 "공무원 누구보다도 디테일을 꼼꼼히 챙긴다는 점에서 서울시 입장에서는 '조선 정조' 같은 인물"이라고 호평했다.

그러나 대선주자로서의 가능성을 묻자, 고 감독은 "정무 감각은 빵점"이라고 신랄하게 평가했다.

"일 중심으로 생각하니 사람 관리는 서투르다는 인상을 준다. 정치적으로 노련하지 못한데, 앞을 내다보고 큰 줄기를 잡아주는 참모도 주변에 안 보인다. 오랫동안 돕는 참모들이 없지 않은데, 이 분들이 박 시장의 카리스마에 눌려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첨언하면, 다른 정치인들은 없는 장점도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데 능하다. '자기 포장'을 나쁘게만 볼 게 아닌데, 박 시장은 있는 장점도 없애거나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남녀 간 연애로 치면, 자기한테 무척 잘 해주고 많은 노력을 하는데 연인으로서는 매력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너무 많은 일을 벌이는 바람에 자기가 한 일로 자신이 이미 했던 일들까지 묻어 버렸다고 할까?"


"시민단체 출신을 넘어 확장성을 갖추라"는 조언

당사자에겐 매몰차게 들리겠지만, 그를 만나본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주문을 해왔다.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들을 추려보면, "랜드마크를 만들라"와 "시민단체 출신을 넘어 확장성을 갖추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박 시장은 랜드마크 얘기가 나오면 "이명박 대통령처럼 토목·개발로 인기를 끄는 정책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사석에서 그는 "한두 가지에 집중해서 뭔가 보여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한 선택일 수 있어도 시민 전체에게는 불행 아니냐?"고 반문했다.

결과적으로 박 시장은 도시재생(서울로 7017)과 복지(찾동과 돌봄시설 확충, 서울형 유급병가 지원), 부동산(공공주택 건설), 교통(공공자전거 따릉이), 문화(박물관과 도서관 늘리기), 환경(미세먼지 시즌제), 노동(노동자이사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메르스와 코로나19 방역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재임기간 중 물난리나 폭설 등 자연재해가 거의 없는 것도 박 시장의 관리형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박 시장은 3선에 도전하면서 '내 삶을 바꾸는 서울의 10년 혁명 완수'라는 모토를 내걸었다.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삶의 개선을 이뤄내 대선에서 평가받겠다는 복선이 깔려있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일들을 동시에 벌이다보니 시민들이 직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성과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박 시장의 역대 참모들도 "시정에 성공하지 못하면 대선에 출마해도 민심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류의 조언을 주로 했다. 서울시장의 본분을 다한 뒤에 더 큰 부름을 기다리겠다는 대명제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박 시장이 그 동안 뭘 했고, 앞으로는 무엇을 할 거냐'고 묻는다면 답이 간단치 않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3월 27일 오후 11시 15분께부터 28일 오전 0시 25분께까지 집무실에서 31개국 45개 주요 도시 시장들의 '코로나19' 공동대응 화상회의에 참여해 서울시의 방역 경험과 노하우를 소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3월 27일 오후 11시 15분께부터 28일 오전 0시 25분께까지 집무실에서 31개국 45개 주요 도시 시장들의 "코로나19" 공동대응 화상회의에 참여해 서울시의 방역 경험과 노하우를 소개했다.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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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직원들에게 박 시장의 업적을 물어보니 공공자전거 따릉이와 미세먼지 시즌제, 노동자이사제, 서울로 7017, 그린벨트 사수, 강남북 균형발전 등으로 답변이 제각각 흩어졌다. 공 들인 사업들은 한두 가지가 아닌데 개개 사업들이 유기적 관계를 갖지 못하다 보니 '성공한 서울시장'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이는 다시 '지지율 부진'이라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시장 재임 4년 동안 청계천 복원과 버스중앙차로 개편 같은 굵직한 사업에 집중했던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한 결과가 '스토리텔링의 부재'로 귀착된 것은 아이러니하다.

박 시장 주변에서는 "랜드마크를 만들라"는 조언을 물리적 조형물로 좁게 해석했다는 얘기가 뒤늦게 나온다. 시민운동 시절부터 박 시장과 호흡을 맞췄던 서울시의 전직 공무원은 "대규모 토목공사나 개발 사업으로 인기를 끌지 않겠다는 기본 방향은 옳았다"면서 "다만, '박원순식 시정'을 시민들이 이해하기 쉬운 메시지로 풀어내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안철수 등의 대선 캠페인을 거들었던 이상돈 전 의원도 박 시장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본 사람이다. 이 전 의원은 박 시장의 가장 큰 업적으로 2019년 11월 현대차그룹의 강남 신사옥에 건축 허가를 내준 것을 꼽았다.

이 전 의원은 "토목 공사 안 한다고 했던 박 시장이 그런 결단을 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전 세계 주요도시 시장들이 고층건물을 올려서 도시의 얼굴을 바꾸려고 하는데 세금 한 푼 안 들이고도 스카이라인을 바꿀 수 있는 결정을 그동안 미룬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기회가 사라진 건 아니다

박 시장은 총선이 끝난 뒤 정무부시장(김우영)과 비서실장(고한석), 정무수석(최택용), 소통전략실장(장훈), 정책보좌관(최병천) 등 정무라인을 대거 교체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정책 대안으로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에 맞서 박 시장이 '전국민 고용보험' 캠페인에 나선 것도 새로운 정무라인의 작품이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고한석 비서실장이 "국민들은 서울시장이 한 일만으로 대통령감을 고르지 않는다"면서 박 시장에게 행정가의 틀을 깰 것을 직언한 것도 최근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박 시장의 핵심 참모는 "2017년 대선 캠페인을 접은 후부터 박 시장은 차기 대선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아야 할지를 계속 고민해왔다"면서 "시민운동 시절부터 익숙했던 동료들 대신 새로운 참모들을 기용한 것 자체가 '나부터 바꾸겠다'는 메시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3월 대선, 5월 취임으로 예정된 일정을 기준으로 역산해보면, 여당은 내년 4/4분기(9~12월)에 후보를 확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에게 1년 2개월 남짓의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현재의 여론 지형만 보면, 박 시장은 여권 대선주자 중에 '대세'가 아니다. 그러나 '대안'으로 인정받을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상돈 전 의원은 "박 시장의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 몇 가지 외부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라며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지사의 지지도가 하락할 때 대안으로 거론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열 감독은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이낙연의 리더십이 의심받고, 이재명 지사의 거취가 흔들리고, 김경수 등 원조친문은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만들어지는 등 조건들이 합쳐지면 '대통령감으로 누가 더 있나'라는 얘기가 나오는 시기가 올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대중이 부르는 날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2017년처럼) 싱거운 결과를 맛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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