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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처음은 아니다. 코로나19와 경제위기 대응에 분주한 가운데 민감한 이슈가 재등장했다. 정부가 상승하는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정책에도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오히려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이 여전하고, 아직 집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정부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문재인 정부가 등장하면서 큰 폭으로 상승한 부동산 가격 이슈와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정책은 잊을만하면 다시 등장해서 지금까지 이어졌다. 참여정부 당시 부동산정책의 우여곡절을 처절하게 경험한 전문가들이 재등판해서 부동산 문제는 이번 정부에서 해결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현재 시점에서 부동산이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할 만큼 최대 현안으로 자리 잡게 됐다.

부동산정책의 큰 장애물인 정책시차

주택이 핵심인 부동산 정책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정책수단과 효과 사이에 발생하는 시차 때문이다. 주택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에서 수요가 발생할 때 즉각적으로 공급할 수 없는 재화다. 수요에 비탄력적인 주택 공급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목표로 삼은 정부에게 가장 큰 장애물이다.

현재 주택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신도시를 지정하고, 도심 유휴지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을 결정하더라고 실제 수요자들이 건물이 완성되고, 입주하기까지 장시간이 소요된다. 이번 정부 임기 동안 주택시장에서 분양하고, 입주 가능한 물량 대부분은 지난 정부에서 결정된 것이다. 현재 주택 수요와는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 공급정책이 논의되고, 결정되더라도 주택 공급이 실제로 체감되는 건 다음 정부에서나 가능하다.

이런 주택의 특성은 부동산 공급정책과 동시에 진행되는 금융, 세금 등의 정책수단과 복합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정책수단의 효과성을 분석하는 작업을 매우 어렵게 한다. 어떤 정책수단이 현재 포착된 정책현상을 만들어냈는지 명확하게 밝혀내기 쉽지 않다. 시행과 동시에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세금정책과 장기의 시계열을 전제로 하는 공급정책에 기대하는 효과가 분명 다르게 평가돼야 하지만, 가격 변동으로 모든 게 판가름 나는 주택정책에서 이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

이렇게 되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평가되는 주택공급정책은 정책신호의 역할로 축소된다. 먼 미래에 주택이 공급된다는 신호여서 지금 당장 시장에 충격을 주는 데 한계가 있다.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마음이 조급한 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서고, 부동산 시장은 더욱 과열된다. 효과적인 정책수단으로 기능해야 할 공급정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정부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고위공직자 개인의 행동과 정책신호

정책신호와 관련하여 최근 고위공직자 다주택 소유 논란에서 흥미로운 점이 있다.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결정되고, 발표된 정책에만 신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고위공직자 개인의 행동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호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집을 몇 채 소유했는지, 청주 소재 아파트와 서울 소재 아파트 중에서 어떤 집을 매도하는지가 시장의 주목을 받았고, 노 실장의 선택에 따라 비난이 쏟아졌다. 청와대 근무자들과 국회의원의 다주택 여부, 매도 계획이 언론에서 다루어지고, 이번 정권에서 다주택 소유는 고위공직자의 부적격 사유가 돼 버렸다.

그들의 부동산 소유 상황이 부동산 정책의 신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비중이 높은 정권에서 이에 반한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적어도 앞으로 주택 가격의 하락은 예상하기 어렵겠다는 신호가 만들어지게 된다.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위공직자 개인의 행동이 만들어내는 정책신호는 정책전문가들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개방성과 투명성이 높아진 시대에 고위공직자들은 더욱 철저한 자기검열이 필요하다. 고위공직자 개인의 행동이 곧 정책수단으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연결고리에 민감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역풍을 맞게 되고, 개인과 정권에도 치명타를 입힐 것이다.

태그:#부동산정책, #정책신호, #정책시차, #고위공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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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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