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오디션 '보이스트롯'.  인기 개그맨 김용만이 MC를 맡았다.

트로트 오디션 '보이스트롯'. 인기 개그맨 김용만이 MC를 맡았다. ⓒ MBN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보이스트롯>은 최근 방송가를 휩쓴 트로트 열풍에 뒤늦게 뛰어든 종편 채널 MBN의 야심작이다.  

지난해 주부 대상 경연 <보이스퀸>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긴 했지만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으로 2연속 인기 행진을 몰고 간 TV조선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보이스퀸>이 참가자격부터 주부라는 제한을 둔 데다 팝이나 정통 발라드 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다 보니 정통 트로트 프로그램과는 다소 거리감도 존재했다.  

<보이스트롯>은 이른바 "200억 프로젝트"라는 소개 문구처럼 엄청난 물량 공세로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극복하려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1차 경연 무대를 담아낸 첫회의 내용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다 아는 사람들이네" 명절 장기자랑 확장판   
 
 지난 10일 방영된 '보이스트롯'의 한 장면

지난 10일 방영된 '보이스트롯'의 한 장면 ⓒ MBN

   
<보이스트롯>의 맹점 중 하나는 구시대적인 내용 구성이다. 배우 참가자들 상당수는 노래에 앞서 옛날 악극 같은 분위기의 상황극을 연출하는가 하면 퍼포먼스에만 집중한 몇몇 출연진의 무대는 화려함 대신 과거 "명절 연예인 장기자랑"스런 구태의연함을 드러낸다.  

가수 데뷔 혹은 성공이라는 목표에 매진한 참가자 중심의 오디션 예능과 다르게 연예인 위주로 틀을 짜다보니 일부 인물들의 부족한 가창력은 시청자들의 만족감을 떨어뜨리게 했다.

예스러운 단어 중심의 자막, 화면 편집 등도 최근 예능의 흐름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다소 지루함마저 느껴지는 느린 호흡의 전개는 이 프로그램의 주된 공략층이 노년 시청자들임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앞서 중장년층 위주로 출발했지만 회차를 거듭하면서 2030세대로 인기를 확산시켰던 <미스터트롯> 같은 사례도 있다지만 지상파 및 케이블 예능의 속도감 넘치는 전개에 익숙한 젊은 시청자들을 수용하기엔 <보이스트롯>에는 쉽지 않은 장벽이 존재했다. 

<슈퍼스타K>, <프로듀스101>, <미스터트롯 >등 그간 오디션 예능이 성공한 요인 중 하나는 새로운 얼굴의 등장때문이었다. 데뷔를 준비중인 연습생, 성공 못한 무명 가수들 모두 동등한 입장에서 경연을 치르고 그 과정에서 각종 이야깃거리를 만들면서 시청자들을 그들의 팬으로 흡수시켰다. 

하지만  <보이스트롯>은 철저히 기성 연예인 대상으로 범위를 한정한 예능이다. 총 80명의 참가자들은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유명 배우, 개그맨, 스포츠 스타뿐만 아니라 기성 인기 가수들이 대부분이다. 

오디션 프로 속 절실함의 부재
 
 10일 첫 선을 보인 MBN '보이스트롯' 예고편 영상 중 한 장면.

10일 첫 선을 보인 MBN '보이스트롯' 예고편 영상 중 한 장면. ⓒ MBN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지 않은 어린이 참가자들조차도 이미 여러 TV 예능에서 재능을 뽐낸 '트로트 영재'들이 다수이다 보니 신예 오디션 스타 탄생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겐 신선함보단 의아함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약점은 참가자들의 진정성 혹은 절실함의 부재다. 첫 경연에 돌입한 유명 스타 연예인은 저마다 "부모님을 위해서", "예전부터 트로트를 사랑했다" 등의 이유를 들며 경연에 나섰지만 어딘지 아쉽다. '꼭 가수로 성공하고 싶다'는 기존 서바이벌 오디션의 연습생 혹은 무명 가수들의 절박함에 익숙한 시청자들이기에 더욱 그렇다.

친근한 인물들을 통해 기존 트로트 오디션과의 차별화를 도모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채널 고정의 당위성을 상실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후발주자 예능의 한계를 <보이스트롯>은 첫 회부터 너무 크게 드러내고 말았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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