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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백선엽 장군 추모하는 시민들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고 백선엽 장군 시민분향소에서 추모객이 헌화하고 있다.
▲ 고 백선엽 장군 추모하는 시민들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고 백선엽 장군 시민분향소에서 추모객이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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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에게만 양보를 요구하나?"

지난 10일 밤 사망한 국가공인 친일파 고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의 현충원 안장 논란을 놓고 독립운동가 차리석 선생의 아들 차영조씨가 '백선엽의 현충원 안장이 통합의 길'이라는 보수세력의 주장에 대해 이렇게 반문했다.

<오마이뉴스>는 13일 차씨와 전화를 통해 고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현충원 안장 논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진짜 화합이란, 잘못하고 가해한 사람들이 먼저 사죄하고 양보해야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화합을 말하며 백선엽의 현충원 안장을 양보하라고 요구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들의 통합과 화합을 바란다면 백선엽의 현충원 안장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우선 양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의 '서울현충원 안장'과 '대통령의 조문 요구' 발언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이승만과 박정희를 뿌리라고 생각하는 통합당의 입장을 고려하면 백선엽을 추앙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라면서 "다만 친일파 백선엽을 추앙한다 말하면서도 이에 대한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향년 100세, 백선엽 장군 별세 (서울=연합뉴스) 백선엽 장군이 10일 오후 11시 4분께 별세했다. 향년 100세.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되며, 발인은 15일 오전 7시다. 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이다. 사진은 휴전회담 한국대표를 역임한 백 장군이 육군에 기증한 군 역사 관련 기록물 중 1951년 7월 10일 유엔 대표들이 휴전회담을 위해 개성으로 가기에 앞서 기념촬영 하고 있는 모습. 휴전협정 당시 계급으로 왼쪽부터 버크 제독, 크레이기 공군 소장, 백선엽 소장, 조이 해군 중장, 리지웨이 유엔군사령관, 호디스 육군 소장. 2020.7.11 [연합뉴스 자료사진]
 백선엽 장군이 10일 오후 11시 4분께 별세했다. 향년 100세. 사진은 휴전회담 한국대표를 역임한 백 장군이 육군에 기증한 군 역사 관련 기록물 중 1951년 7월 10일 유엔 대표들이 휴전회담을 위해 개성으로 가기에 앞서 기념촬영 하고 있는 모습. 휴전협정 당시 계급으로 왼쪽부터 버크 제독, 크레이기 공군 소장, 백선엽 소장, 조이 해군 중장, 리지웨이 유엔군사령관, 호디스 육군 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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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백선엽은 1943년 4월 만주국 소위로 임관한 뒤, 항일세력을 때려잡는 특수부대로 명성을 날린 '간도특설대'에서 장교로 활약했다. 해방 후 남쪽으로 넘어온 뒤 육군 정보국장이 됐다. 이후 한국전쟁 중인 1952년 7월부터 육군참모총장 및 계엄사령관을 지냈다. 이승만 정권은 1953년 1월, 백선엽에게 대한민국 국군 최초로 4성 장군인 대장 계급장을 부여했다. 백선엽은 지난 10일 100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자신의 친일행위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거나 반성하지 않았다.

올해 일흔일곱이 된 차영조씨는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인 광복군을 창설하는 데 공을 세운 동암 차리석의 장남이다. 광복 한 해 전인 1944년 중국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차리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과 비서장을 역임했다. 그러나 차리석 선생은 광복 직후인 1945년 9월 9일 중국 충칭에서 환국 준비를 진두지휘하는 과정에서 과로로 쓰러진 뒤 순국한다. 당시 그는 2살 아기에 불과했다. 이후 차영조는 본인의 의지와는 별개로 '독립운동 하면 3대가 망한다'라는 통념을 몸으로 보여준 질곡의 삶을 이어왔다.

1945년 11월 환국한 김구는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운다'라는 목적으로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의사의 유해를 효창원에 모셨다. 1948년 이동녕, 차리석, 조성환 선생의 묘도 마련됐다. 1949년엔 안두희 흉탄에 서거한 김구 자신이 효창원에 잠들었다. 이후 2018년까지 12월 문재인 정부에 의해 '국가관리묘역'으로 지정되기까지 효창원은 용산구에서 운영하는 근린공원시설로 관리돼 왔다.

아래는 차영조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이미 현충원에는 친일파 수십명이 양지바른 곳에... 이를 바꿔야 하건만"
 
 차리석 선생 후손 차영조 선생
 차리석 선생 후손 차영조 선생 (자료사진)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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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를 비롯해 보수언론에서 "나라가 영웅 백선엽을 홀대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백선엽 장군을 조문하라"라고 종용하고 있다.
"우리 민족이 한마디로 '못난 민족'이라 그렇다. 1949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이승만 정권에 의해 강제로 해산 당했을 때부터 예고된 것 아니겠나. 그때 제대로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것이, 친일파들이 해방 후 70~80년 권력을 그대로 이어오게 했다. 백선엽 같은 친일파들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영웅'으로 불리게 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들로서는 당연한 거다."

-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정치권에서는 '백선엽 장군을 대전현충원 대신 서울현충원에 모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승만과 박정희를 뿌리라고 생각하는 통합당의 입장을 고려하면 백선엽을 추앙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이미 수차례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가 광복군'이라고 강조했지만, 미군정 당시 탄생한 조선경비대가 우리 군의 실질적 출발이었던 건 부인할 수 없다. 그 조선경비대를 일본군과 만주군 출신 친일파들이 전부 차지했다. 이승만, 박정희 정권을 거치며 백선엽은 그곳에서 '대부'로 평가받던 인물이었다. 미래통합당은 두 정권의 후신이니, 자신들의 뿌리를 칭송하는 것은 당연한 거다. 다만 통합당이 친일파 백선엽을 추앙한다 말하면서도 이에 대한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 이미 현충원에 국가공인 친일파와 독립운동가들이 함께 잠들어 있는 상황에서 또 한 명의 국가공인 친일파 백선엽이 잠들게 됐다.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의 최근 행보를 보니, 해방 후 친일파에 기생해 살아남은 세력 같다. 임명되고 처음 효창원에 방문했을 때만 해도 보훈처장으로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 하는 꼴을 보니 기대와는 다른 정반대의 모습이다. 명백하게 국가에서 인정한 친일파를 '영웅'이라 추앙하고 있다. 현충원 안장도 주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보훈처장을 공개적으로 지탄 못하고 있다. 일부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친일잔존세력에 기생해 살아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윤봉길 의사 후손인 윤주경 의원 같은 사람이 나서서 이 문제에 대해 해결해야 하는데,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무슨 말을 하나."

- 보수세력에서는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이 '국민통합의 길'이라고 주장한다.
"진짜 통합과 화합을 원한다면 (백선엽 안장을 반대하는) 우리에게 양보를 요구할 게 아니라 (백선엽 안장을 찬성하는) 자기들이 우선 양보해야 한다. 진짜 화합이란, 잘못하고 가해한 사람들이 먼저 사죄하고 양보해야 이뤄지는 것이다.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화합을 말하며 백선엽의 현충원 안장을 양보하라고 요구하는 건 말이 안 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은 예정된 수순처럼 보인다.
"정부에 한 마디만 하겠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국민 통합을 말하면서 박정희 기념관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독립운동 진영을 비롯해 여러 단체가 반발하자 DJ정권은 '김구 기념관도 짓겠다'라고 발표한다. 나는 이 점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김구와 박정희, 두 사람이 생전에 만났다면 둘 중 하나는 분명 죽었을 거다. 그런데 정부에서 두 사람의 업적을 기린다며 기념관을 짓겠다고 했다. 기념관을 같이 짓는다는 건, 그분의 업적을 기리며 유지를 계승한다는 거다. 김구와 박정희, 같은 선에 놓을 수 있는 인물들이 아니다.

나는 백선엽의 현충원 안장도 이렇게 보고 있다. 이미 군사독재 정권을 거치며 현충원에는 수십 명의 친일파가 가장 높고 양지바른 곳에 잠들어 있다. 이를 바꿔야 하는 것이 현 정권의 의무다. 시대의 요구도 그렇게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는데 백선엽 같은 만주군 출신 장교가 다시 현충원에 들어간다? 애석할 따름이다."

지난 10일 사망한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의 영결식은 15일 오전 7시 30분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안장식은 같은 날 오전 11시 30분 대전현충원 장군2묘역에서 진행된다. 광복회를 비롯해 민족문제연구소 등 관련 단체들은 "친일반민족 행위자가 현충원에 안장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15일 대전현충원 앞에서 안장 반대 시민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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