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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아침에 일어나보니 학교에서 문자가 와 있었다.

"긴급공지입니다. 14일(화) 군산지역 학생들 학교 등교 중지. 이유: 코로나 확진자 2명 발생"

수신된 시간은 새벽 2시 36분이었다. 이날은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가 졸업앨범을 찍기로 예정된 날이었다. 딸은 친구들과 콘셉트 사진을 찍는다며 영화 <알라딘>에 나오는 쟈스민공주 옷을 대여했고, 일주일 전부터 한껏 들떠있었다.

택배가 늦게 올까 봐 조마조마해 했고, 옷이 오고 나서는 아침 저녁으로 입어보며 포즈 연구에 골몰하기도 했다.

"이게 나아? 이게 나아?"

엄지와 중지로 원을 만들어 두 손을 대각선으로 치켜드는 포즈와 하늘을 떠받드는
것 중에 뭐가 좋겠냐고 딸이 물었고, 나는 앞의 것이 좋겠다고 말해줬다. 이게 불과 어젯밤 일이었는데, 아무 소용이 없게 되었다. 뭔가를 계획할 수 없는 시기였다. 딸이 방에서 나오며 말했다.

"엄마, 오늘 학교 안 가?"

친구들과 카톡을 한 모양이었다.

"응... 학교에서 문자가 왔더라고. 볼래?"

으잉? 그런데 그 새 문자가 한 통 더 와 있었다.

"군산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였으나 등교 중지 상황이 아니오니, 등교 중지를 취소하고 정상 등교함을 알려드립니다."

오전 7시 17분에 온 문자였다.

"어? 학교 가나보다. 그러면 사진 촬영도 그대로 하는 건가?"

서둘러 아침을 차리고, 딸도 학교 갈 준비를 했다. 오전 7시 59분,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오늘 촬영 예정이었던 졸업앨범 프로필 사진은 연기되었습니다. 등교가 염려되시는 학부모님은 가정체험 쓰고 하루 경과를 지켜보셔도 됩니다."

학교에서 회의하고 연락하느라 정신 없는 아침을 보내고 있을 선생님 모습이 그려졌다.

"아, 왜 오늘이야? 내일 옷 반납해야 하는데, 왜 하필 오늘이냐고…"

딸이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외부 사람 출입은 통제하려고 그러나 보다. 오늘은 마스크 절대 벗으면 안돼.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의 가족도 있을 테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딸의 얇은 마스크를 KF80마스크로 바꿔주었다. 

부천에 거주하는 확진자가 7월 8일 군산에 방문해서 접촉한 여성 두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가 방문한 날로부터 날짜 별로 이동한 장소가 적힌 문자가 군산시청, 보건소, 아파트 요가 단톡방, 독서모임 단톡방에 연달아 올라왔다.

학부모들이 있는 단톡방도 소란스러웠다. 실시간으로 받은 문자를 주고 받으며 아이를 학교를 보내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추가 확진자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상황에서 누구도 쉽게 안전을 단정할 수 없었다.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 원장의 자녀가 우리학교를 다닌다"같은 얘기가 나올 때마다 불안은 커졌고, 하나 둘 학교를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확진자 동선에 있던 병원 원장과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사는 언니가 "ㅇㅇ병원 원장은 음성판정이 나왔다"는 게 아파트 방송으로 나왔다고 했다. 누군가는 다행이라고 하고, 누구는 잠복기도 있는데 그새 결과가 나오느냐고 했다.

확진자가 방문했다는 이유로 거주지까지 알려지고, 아파트 내 방송까지 나온다는 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한 이후에는 불안하지 않을까? 해당 아파트 상가 출입은 물론 주민들과의 접촉까지 꺼려지지는 않을까?

언제라도 나도 공개되는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두렵다. 어디까지 안전을 위해 공개해야 하며 어디까지 사생활을 지켜줘야 할지 의문이 생겼다. 유례없는 혼란에 누구도 답을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누군가에게 상처와 폭력이 되지 않도록 사려 깊은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등교중지' 문자를 봤을 때는 덜컥 겁이 났다. 코로나19 확산되던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해서다. 휴교령, 외출통제, 모임, 행사 금지. 이런 단어들이 떠오르자 마음이 심란해졌다. 딸은 학교로 갔고, 나는 잘 다녀오라는 인사대신 개인안전수칙을 나열했다. 이제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찾아야 했다.

태그:#코로나 19, #등교중지, #등교중지취소, #졸업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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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봐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학원밥 18년에 폐업한 뒤로 매일 나물을 무치고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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