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5연패를 탈출한 이후 1승 1무로 살아나는가 싶었던 FC서울이 또다시 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서울은 18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2020' 12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전 연거푸 3골을 허용하며 1-3으로 패했다.

이로써 서울은 지난 10일 부산 아이파크와의 경기에 이어 포항전까지 패해 2연패에 빠지며 하위권에서 탈출하는 데 실패했다.

수비로 버틴 서울, 기선제압에 성공하다

포항전에 나선 서울은 4백 수비를 기반으로 한 4-4-2 포메이션을 들고나왔다. 서울은 윤영선과 김남춘을 중심으로 고광민과 윤종규를 좌우 풀백에 배치시켰으며, 또한 미드필더에도 주세종과 오스마르를 중심으로 김진야와 고요한을 측면에 배치시켰다.

이는 오스마르를 전진 배치시켜 수비 앞선에서 포항의 공격을 차단해 득점력이 뛰어난 일류첸코의 위력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이어 수비 가담과 활동량이 좋은 김진야와 고요한을 이용해, 좌우 풀백과의 협력 수비로 송민규를 중심으로 한 포항의 측면 공격을 막고자 한 것이다.

아울러 공격에는 조영욱과 윤주태를 투톱으로 배치시켰다. 전진능력과 수비 뒷공간을 뚫을 줄 아는 두 선수에 중장거리 패스와 빌드업이 좋은 주세종, 오스마르를 이용해 수비 뒷공간을 노려 득점을 만들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이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포항은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면서 상대진영에 들어서면 간결한 원터치 패스를 바탕으로 수비가 붙기 전에 한 발 빠르게 공격을 전개해 나갔지만 수비와 미드필드 사이의 간격을 좁혀 두 줄 수비를 구축한 서울의 수비진을 뚫어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 결과 포항의 공격을 이끄는 일류첸코와 송민규의 영향력이 감소했고 이광혁과 권완규등이 공격의 활로를 열고자 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여기에 득점운도 따르지 않었다. 전반 22분 코너킥 상황에서 오닐이 올린 코너킥을 김광석이 헤더슛으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맞고 나오면서 득점에 실패한 포항은 전반 30분 팔라시오스의 슈팅마저 유상훈 골키퍼 정면으로 가면서 득점에 실패했다.

포항의 공격을 막아내자 서울이 서서히 공격의 활로를 열어갔다. 전반 25분 주세종의 중거리슛으로 포문을 연 서울은 전반 37분 역습 한방으로 선제골을 따냈다. 중원에서 포항의 공격을 차단한 서울은 볼을 잡은 오스마르가 로빙패스로 조영욱에게 볼을 넘겨줬다. 포항 수비 뒷공간을 무너뜨린 조영욱은 강현무 골키퍼가 나온것을 보고 로빙슛을 시도해 득점으로 연결시키면서 서울이 1-0으로 앞서나갔다.

조영욱의 선제골이 나오면서 서울은 계획한데로 경기를 이끌고 나갔다. 슈팅이나 점유율 측면에선 포항에게 밀렸지만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 한방으로 득점을 기록한 서울은 실속있는 전반전을 치렀다.

뜻하지 않은 부상, 수비불안에 무너지다

탄탄해 보인 서울의 수비는 후반 시작과 함께 무너졌다. 후반 시작과 함께 서울은 윤영선과 오스마르를 빼고 김주성과 알리바예프를 투입했는데 최용수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 교체에 대해 윤영선과 오스마르가 부상을 호소해 교체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두 선수의 공백은 후반시작과 함께 드러났다. 오스마르가 빠지면서 서울의 1차 저지선이 무너지자 포항은 수비쪽에 치우쳤던 최영준이 공격진영으로 올라오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공격전개가 한결 수월해졌다. 여기에 전반전 중원에서 기회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팔라시오스와 일류첸코에게 공간이 생겨나자 포항은 후반 시작 5분 동안 슈팅까지 이어지지 않았음에도 파이널서드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결국 서울은 후반 6분 동점골을 허용했다. 중원에서 서울의 볼을 차단한 최영준은 로빙패스로 팔라시오스에게 볼을 내줬다. 볼을 받은 팔라시오스는 달려들던 일류첸코에게 살짝 내줬고 이 볼을 일류첸코가 득점으로 연결시키면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동점골로 기세가 오른 포항의 공격은 더욱 거세졌고 송민규와 팔라시오는 스피드를 앞세워 서울의 수비를 흔들어갔다. 그리고 후반 12분 팔라시오스가 피지컬을 앞세워 드리들 돌파를 시도해 수비를 뚫은 이후 페널티박스에서 유상훈 골키퍼에게 걸려 넘어지는 장면이 나왔고 VAR 판독을 통해 페널티킥이 선언되었다. 팔라시오스의 파울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일류첸코가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포항은 경기를 역전시켰다.

윤영선과 오스마르가 나간 공백은 후반전 내내 서울을 괴롭혔다. 오스마르가 나가면서 1차 저지선이 무너진 서울의 수비는 포항의 중원을 제어하지 못했다. 오스마르를 대신해 들어온 알리바예프는 경기흐름에 녹아들지 못하고 빌드업, 수비기여에서 오스마르 만큼의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윤영선을 대신해 들어온 김주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주성은 동점골을 허용하는 장면에서 두 차례 패스미스를 범했는데 이 패스미스에서 파생된 포항의 공격전개가 결국 동점골까지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아울러 윤영선이 나간 서울의 수비는 동점골 이후 급격히 흔들렸다. 수비 리더라 할수있는 윤영선이 교체 아웃된 이후 수비 리더역할을 해줄 선수가 사라진 서울은 포항의 공세속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렸고 이는 포항의 공격에 허둥대는 결과를 초래했다.

두 선수의 교체아웃은 후반전 운신의 폭을 줄이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이날 서울의 벤치에는 김주성, 알리바예프를 비롯해 양한빈, 김원식, 한찬희, 박주영, 정한민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주중 대전 하나시티즌과의 FA컵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다는 점을 상기시켜보면 서울은 적절한 교체카드를 활용해 경기 흐름에 변화를 주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부상으로 수비진에 예상치 않은 교체카드 2장을 소진한 서울은 1장의 교체카드로 경기 흐름에 변화를 주기엔 벤치가 너무 약했다. 남은 교체카드를 윤주태를 빼고 박주영을 투입했지만 후반중반을 넘어서며 체력저하 까지 맞물린 서울은 역전을 허용했음에도 어떠한 반격을 가하지 못했다.

상위권 팀에 전패한 서울, 쉽지 않은 반등

포항과의 경기마저 패한 서울은 올시즌 8패를 기록했다. 1~6위에 랭크되어 있는 울산, 전북, 포항, 상주, 대구, 부산에게 패한 결과물이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서울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결과라 해도 무방하다.

제대로된 전력보강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전력이 약해진 서울은 선수층, 팀 전력, 전술부재등이 겹치면서 상위권 팀을 상대로 경쟁력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이는 시즌초반부터 하위권을 멤도는 성적을 받아들여야 했다.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상황 속에 앞으로의 일정도 서울에게 불리하다. 서울은 다음주 전북 현대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다음달까지 성남-강원-상주-광주-울산과의 경기가 예정되어있다. 그나마 1승을 노려볼 수 있는 팀이 최근 분위기가 가라앉은 성남 정도로 볼 수 있지만 지난 5월 성남과의 경기에서 김남일 감독의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서울이었기에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경기라 해도 무방하다.

아울러 전북을 비롯해 상주, 울산까지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팀들 가운데 3팀과 만난다는 것도 서울에겐 부담이다. 상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강원까지 사실상 4팀과 경기를 펼치는 서울인데 올시즌 이 4팀을 상대로 서울이 압도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못한데다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 서울의 현 상황에서 승리를 기대하긴 어려운 경기들이다.

지난달 서울은 5연패의 수렁에 빠지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이했는데 그 아픔이 씻기기도 전에 2연패를 당하는 등 3경기째 무승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나아지지 않는 경기들 속에 자칫하면 5연패보다 더 큰 위기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지난달 5연패에 빠졌을 때 서울은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전력보강을 하여 돌파구를 찾고자 했다. 하지만 윤영선을 영입한 것 외엔 추가 영입 소식이 없었다. 최근 기성용의 복귀가 또 한번 거론되고 있다. FC 서울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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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1 FC서울 포항스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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