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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족(東夷族)', 누구나 역사책에서 한 번쯤은 읽어본 적이 있고, 또 지금도 주변에서 적지 않게 들어볼 수 있는 말이다.

일부에서는 "우리 민족은 동이족이다. 그런데 중국 고대시대의 위대한 인물들인 치우, 공자, 순임금 등은 모두 동이족이었다. 그러므로 공자, 순임금, 치우 등은 모두  한민족 선조이다"라는 주장도 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은 더 나아가 중국 본토도 본래 한민족 영토였다는 논리로 확대돼 양국간 네티즌의 역사 논쟁으로 번지고, 심지어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한 적도 있었다.

이 문제는 한민족 정체성과 관련되어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동이족(東夷族)'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공자·치우·순임금이 선조라고? 역사 시기에 따라 개념 달라진 '동이족'

그런데 이 동이족이라는 개념은 불변의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역사 시기에 따라 변화해온 '역사적 개념'이었다.

본래 동이(東夷)족은 중국 고대시대, 특히 상(商) 왕조와 주(周) 왕조 시대 동부 지역 부족에 대한 범칭(汎稱)이었다. 그러다가 이후 중국 역사에서 중국의 영토가 확대되면서 동이족의 개념과 의미도 함께 변화했다.

즉, 중국 역사 초기에 중국 영토가 황하 유역에 국한되었을 시기에는 산동성(山東省)과 하남성(河南省) 그리고 안휘성(安徽省) 지역에 거주하던 종족을 동이족(혹은 회수, 淮水로부터 비롯된 명칭인 회이족, 淮夷族이라는명칭도 사용된다)이라 칭했으며,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이르러서는 이미 이러한 동이족과 회이(淮夷)족의 토지와 주민은 제(齊), 노(魯), 초(楚) 등 국가의 영토와 신민(臣民)으로 되었다. 이어 전국시대 말기에 동이(東夷)와 회이(淮夷)의 주민은 이미 한족(漢族)의 구성원으로 융화되었다.

그리고 진시황이 천하통일을 이룬 진나라 이후의 진한(秦漢) 시대에 이르러 동이족은 중국이 지배하는 국경 밖의 동쪽에 거주하는 숙신과 조선, 일본 민족을 가리키는, '동쪽에 사는 오랑캐'라는 뜻을 가진 일반 명사의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당시의 상황에서 <삼국지 위지 동이전>이 우리 민족을 동이족에게 자연스럽게 포함한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에서 출판된 <중화문명사(中華文明史)>는 "동이족이란 산동(山東)성과 강소(江蘇)성 및 안휘(安徽)성 북부에 거주했던 고대 종족이다. 그 중 강소성과 안휘성 북부의 이족(夷族)은 서주(西周) 시대 이후 각각 '회이(淮夷)'와 '서이(徐夷)'라고 칭해졌다. 갑골문으로 살펴볼 때 '이(夷)'라는 글자는 상(商)나라 시대에 이미 종족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었다(呂濤외, <中華文明史>,河北敎育出版社, 1992년, 679쪽)"라고 정의하면서 한(韓)민족을 숙신족(肅愼族)과 함께 북적(北狄)의 범주에 포함하고 있다.

동이족은 활을 잘 쏘는 민족이었다?

흔히 동이족은 처음 활을 발명하였고 활쏘기에 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하여 '동이'가 '동쪽의 궁수(弓手)'라는 해석이 있게 되었다. 동한 시대 허신(許愼)의 <설문해자(說文解字)>는 '이(夷)'에 대하여 '종대종궁(從大從弓)'이라고 풀이하였다.

본래 '동이(東夷)'라는 용어 자체는 여러 뜻을 가지고 있는데, 주요한 의미는 '평(平)'이다. 상나라 시대의 갑골문이나 금석문에서 '이(夷)' 자는 '시(尸)'나 '인(人)' 자와 유사하여 '궁(弓)' 자와 관련이 없다. 따라서 '동이'를 '종대종궁(從大從弓)'라 하여 궁수(弓手)라고 한 해석은 한나라 시대 사람들이 억지로 끌어다 붙인 주장으로 추정된다.

지금 일부에서 동이족이 한민족의 선조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삼국지 위지 동이전>이다. 하지만 <삼국지>는 서진(西晋) 시대에 출현한 기록으로서 공자나 치우, 혹은 순임금이 살던 시대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뒤의 시대인 진한 시대 이후의 기록이다.

동이족이란 불변의 '고정 개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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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푸단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받았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유신과 전두환정권에 반대해 수배, 구속된 바 있으며,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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