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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남들은 뭐하고 노는지 궁금했습니다. 아직 출구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시대. 바이러스에 굴하지 않고 시간을 견디며 '제대로' 노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장강명 작가의 <책 한번 써봅시다>는 총 10강으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좋은 글을 써보고 싶은 내게 더할나위 없이 좋은 구성이었다.
 장강명 작가의 <책 한번 써봅시다>는 총 10강으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좋은 글을 써보고 싶은 내게 더할나위 없이 좋은 구성이었다.
ⓒ 이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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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온라인 강의를 듣게 된 이유 

매일 아침 9시. 나는 아이들과 같이 컴퓨터 앞에 앉아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 아이들은 학교 수업을, 나는 글쓰기 수업을 듣는다. 9시부터 40~50여 분간 나는 장강명 작가가 하는 글쓰기 수업의 수강생이 된다. EBS 마스터에서 하는 <책 한번 써봅시다>라는 수업인데, 에세이부터 소설까지 여러 종류의 글쓰기를 다룬다. 

나는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 지금도 여전히 내 글의 수준을 어떻게 하면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고, 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에세이를 쓰고, 오마이뉴스에 사는이야기를 쓰지만, 언젠간 꼭 소설을 써보고 싶다.

휴직을 하면서 글쓰기 강의를 몇 개 찾아보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설령 강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솔직히 무서웠다. 집단감염으로 번질 경우, 내 주변에 또 다른 피해가 될 수 있으니까. 그러던 중 지인의 추천으로 장강명 작가의 온라인 강의를 듣게 되었다. 

온라인 강의는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았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들을 수 있었고, 산책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었다. 다시 듣고 싶은 부분은 얼마든지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오프라인 강의보다 집중력은 조금 떨어졌지만, 다시 들으면 되었다.

장강명 작가의 수업을 들으니 나도 금세 단편소설 한 편 써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얻었다. 유명인의 질 좋은 강의를 안방에서 언제든지 들을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었다. 

온라인 강의 수강료와 완강의 상관관계
 
온라인 강의료는 강사의 유명도, 시장의 수요, 플랫폼의 파워와 맞물려있다.
 온라인 강의료는 강사의 유명도, 시장의 수요, 플랫폼의 파워와 맞물려있다.
ⓒ ?cardmapr,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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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의 <책 한번 써봅시다>는 만 원이었다. 정확히는 장강명 작가의 수업이 만 원이었다기보다는 EBS 마스터 Class-e 한 달 자유이용권이 만 원이었고, 그 자유이용권으로 장강명 작가의 강의를 포함해 다른 인문학 강의를 마음껏 재생하며 들을 수 있었다. 이렇게 질 좋은 강의가 만 원이라니, 황송할 지경이었다. 장강명 작가에게 돌아가는 수입이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강의에 비하여 무척 저렴하다는 것은 자명했다.

장강명 작가의 온라인 수업에 힘입어 웹소설 쓰기와 재테크 강의도 온라인으로 신청했다. 두 개의 강의는 온라인 강의 플랫폼을 통해서 신청했다. 웹소설관련 강의는 10회에 20만 원이었고, 재테크 관련 강의는 7회에 50만 원이었다. 강의료는 강사의 유명세, 시장의 수요, 플랫폼의 파워와 맞물려 가격이 정해졌다. 

재테크 강의의 경우 오프라인 강의도 동시에 접수를 받았는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강의료가 동일했다. 장강명 작가의 강의처럼 무한 재생이 아니었고, 재생시간을 1.5배~2배 정도로 주었다.

자본주의 시대에는 돈을 벌어주는 노하우가 조금 더 대우를 받는다. 그런 면에서 재테크 강의료는 비싼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강사의 노하우를 7회에 걸쳐 전수받을 수 있고, 50만 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강의료를 뽑고도 남으니까. 온라인 강의의 수강료는 이런 대중의 심리와 맞물려 있었다.

문제는 수강료가 끝까지 온라인 수업을 듣는 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온라인 강의를 듣는 데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다. 대신, 수강자의 의지가 조금 더 필요하다. 오프라인 강의는 강제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지만, 온라인은 수강자가 의지를 가져야 집중해서 끝까지 완강할 수 있다. 

나의 경우 만 원을 주고 결재한 장강명 작가의 강의는 한 달 새 2번이나 들을 정도로 빠져들었지만, 웹소설 쓰기는 겨우 절반을 채웠고, 재테크 강의는 한 달이 지나도록 2회차에 머물러 있다. 재테크 관련 온라인 강의는 마감이 8월인데, 내가 이 수업을 다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강의가 재미없는 것은 아니었다. 강사는 그 분야에서 재미있고 쉽게 강의하기로 소문이 났는데, 이상하게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아마도 내 관심의 차이가 수강 속도의 차이를 낸 것이리라. 만 원짜리 강의는 스스로 2번이나 반복하고, 50만 원짜리 강의는 숙제하듯 꾸역꾸역하는 나를 보면서 아이들이 숙제하듯이 보는 온라인 수업이 생각났다.

물론 웹소설과 재테크 온라인 수강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웹소설 강의를 들으면서 적어도 내가 쓰고 싶은 소설의 분야가 웹소설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았고,
재테크 온라인 수강은 지금은 나에게 그 정보가 들어올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작은 깨달음치고는 비싼 비용을 지불하긴 했지만.

성인들을 위한 온라인 강의 시장

'코로나 시대'라는 말이 흔해진 지금, 대부분의 강의가 온라인으로 많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라는 바이러스를 만나면서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급속하게 옮겨갔다. 이제 온라인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되어버렸다.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의 시장은 타격이 컸지만, 온라인 강의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온라인으로 재빨리 옮겨간 강사들은 살아남았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읽은 몇몇 사업가들은 재빨리 온라인 강의 플랫폼을 만들었다. 유명한 유튜버나 작가들을 섭외해 강의를 기획하고 광고를 했다. 이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 들어가 보면 없는 것이 없다. 바느질이나 그림 그리기 같은 취미용 강의에서부터 재테크 및 창업, 직장에서의 실무 가이드까지 의지만 있다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강의시장은 기존에도 있었다. 그 전까진 주로 학생들을 위한 강의가 대부분이었다면 이제 성인들을 위한 온라인 강의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느낌이다. 수강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다양한 강의를 접할 수 있어 좋다.

또, 강의 리뷰를 확인하고 신청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플랫폼을 통한 강의이다 보니 강의료가 다소 비싼 것이 단점이다. 온라인 강의 플랫폼은 광고를 많이 하고 강의료를 강사와 플랫폼 회사가 수익을 나누어야 하니 저렴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작은 노하우가 강의가 된다
 
온라인 강의 시대에서 학위의 권위는 이제 의미가 없어졌다. (출처 : Unsplash)
 온라인 강의 시대에서 학위의 권위는 이제 의미가 없어졌다. (출처 : Unsplash)
ⓒ ?mohammadshahhosse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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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서 진행하고 있는 강의 몇 개를 살펴보면, 강사들의 특징이 보인다(지극히 주관적인 분석임을 우선 밝힌다). 이들 대부분은 어디선가 학위를 받거나, 외국 유명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아니다. 사회에서 중요시하는 이력과 상관없이, 한 분야에서 나름의 성공을 이룬 사람이거나 전문가인 경우가 많다. 그 성공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지 않아도 환영받는다.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겪은 경험담은, 그 길을 먼저 가본 사람의 노하우다. 이 노하우가 온라인 강의 시장의 돈이 되고 있다. 대기업처럼 수천억을 벌지 않아도, 한 달에 부수입 100만 원이라도 벌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면 강의가 된다. 온라인 쇼핑몰 창업, 마케팅 기법, 직장생활의 노하우, 아이들 교육, 외국어, 다이어트 등, 내가 아는 작은 노하우도 돈을 받고 강의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제 학위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얼마나 실용적인 이야기를 하느냐, 인 것 같다. 또, 알고 있는 지식을 얼마나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권위보다는 실익을 중요시하는 현재의 흐름이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예상된다. 다만 인문학적인 온라인 수업은 별로 인기가 없다는 것이 아쉬운 흐름이다. 학위와 권위에 피로를 느낀 대중이 실용을 택했듯이, 언젠간 실용적인 흐름에 피로를 느낀 대중이 또 다른 선택을 하리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longmami) 및 브런치(https://brunch.co.kr/@longmami)에도 실립니다.


태그:#온라인강의, #장강명작가, #글쓰기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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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면서 프리랜서로 글쓰는 작가. 하루를 이틀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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