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루 아워> 포스터

영화 <블루 아워> 포스터 ⓒ 오드

 
도시에서의 삶에 완벽하게 지쳤다. 다들 나를 부러워 하지만, 정작 나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헷갈릴 지경이다. 고향에 다녀오면 이 기분이 나아질까. 다시 열심히 살아볼 수 있을까.

영화 <블루 아워>는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일하는 30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어른들의 성장통을 그린다. 

주인공 스나다(카호 분)는 능력을 인정받는 CF 감독이지만, 요즘 모든 일이 불만스럽기만 하다. 어른이 되면 어떤 일이든 완벽하고 능숙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뻔뻔하고 초라해진 자신을 발견한다. 촬영장에서 "노래를 하지 않겠다"는 원로 배우를 "이건 노래가 아니라 독백에 가깝다"는 터무니없는 말로 달래는가 하면, 육아휴직을 마치고 돌아온 동료의 새 작품에도 "왜 이렇게 형편 없냐"며 험담을 하기 바쁘다.

스트레스가 쌓여 폭발하기 직전의 어느날, 스나다는 자유로운 영혼의 친구 기요우라(심은경 분)를 만난다. 신나게 수다를 떨던 도중, 어머니에게 '아프신 할머니를 보러 고향집에 좀 내려오라'는 전화가 걸려온다. 침울해진 스나다에게 기요우라는 "지금 당장 가자"며 무작정 차에 시동을 건다. 고향을 싫어했던 스나다는 엉겁결에 친구를 따라 집으로 향하게 된다.

'블루 아워'란 하루의 시작과 끝 사이, 아주 잠깐 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물드는 정적의 시간을 말한다. 일본에서는 '블루 아워를 향해 돌진하다'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개봉됐다. 하코타 유토 감독은 20일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스나다에게 '블루 아워'가 찾아왔을 때 앞으로 내달렸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제목을 정했다"고 밝혔다. 
 
 영화 <블루 아워> 스틸 컷

영화 <블루 아워> 스틸 컷 ⓒ 오드

 
하지만 극 중에서 스나다는 좀처럼 돌진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어릴 적 새벽녘에 일어나 아무도 없는 동네를 혼자 신나서 뛰어다녔던 소녀는 이제 그 시간에 눈을 떠도 상념에 잠긴다. 다시 돌아온 고향의 풍경은 여전히 시시하기만 하다. 게으른 아빠, 혼자 가족을 먹여살리느라 몸이 아프도록 일만 하는 엄마, 이상한 말이나 늘어놓는 오빠까지 모두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스나다는 "역시나 오지 말았어야 했다"며 당장 돌아가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폭우가 쏟아지면서 발이 묶인다. 

영화는 스나다가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고향에서 가장 보기 싫었던 것들을 하나씩 다시 마주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처음엔 그저 도망가려고만 했던 스나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주변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얻게 된다. 시시하게만 보였던 고향이 주는 힘이다. 누구에게나 말 못할 콤플렉스나 결핍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영화는 콤플렉스를 외면하는 것보다 용기 있게 마주하는 것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극 중에서 주인공이 보여주는 감정의 변화는 그리 크지 않다. 다시 도쿄로 돌아가는 주인공의 삶은 달라져 있을까. 영화 속에서 묘사된 장면만으로는 이를 확신하기 쉽지 않다. 그렇기에 관객은 극 영화보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커다란 사건도, 눈에 띄는 성장도 없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영화인 것만은 분명하다.
 
 영화 <블루 아워> 스틸 컷

영화 <블루 아워> 스틸 컷 ⓒ 오드

 
한 줄 평: 성장통을 느끼는 어른들에게 추천하고픈 영화
별점: ★★★(3/5)

 
영화 <블루 아워> 관련 정보

감독: 하코타 유코
출연: 카호, 심은경, 유스케 산타마리아, 와타나베 다이치
수입: 오드
배급: 오드
관람등급: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92분
개봉: 2020년 7월 22일 
블루아워 심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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