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처음으로 관중 입장이 시작된 고척스카이돔의 모습.

26일부터 처음으로 관중 입장이 시작된 고척스카이돔의 모습. ⓒ 박장식

 
전국의 야구 팬들이 손꼽아 기다렸던 관중 입장이 드디어 가능해졌다. KBO는 26일부터 문을 열고 관중을 받아들였다. 물론 코로나19의 감염을 피하고자 각 야구장 정원의 10%만 채우긴 했지만, 그럼에도 팬들의 '직관 갈증'을 상당히 해소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짜 개막전을 치르는 것 같다'는 팬들과 선수들의 말답게, 이날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는 개시 40분 만에 매진되었을 정도로 예매 열기가 뜨거웠다. 1742명의 관중이 운집한 고척돔의 풍경은 지난해 야구장과 사뭇 달랐지만, 야구 응원의 열기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서로 거리를 띄워 앉은 대신 마음은 하나로 모은 관중들은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고, 큰 동작으로 응원을 펼치며 코로나19 시대 새로운 응원의 모습을 보였다. 올해 첫 관중 경기가 열린 26일 고척 스카이돔을 찾았다. 

마스크는 필수, 음식은 반입금지!
 
 26일 관중 입장이 시작된 고척 스카이돔의 입구에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담은 KBO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26일 관중 입장이 시작된 고척 스카이돔의 입구에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담은 KBO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 박장식

 
고척 스카이돔은 평소 경기가 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 보였다. 하지만 매표소 줄 발밑에 '1m 거리두기'를 유지하기 위한 표식이 붙어 있었고 입장할 때도 QR코드로 출입 인원 체크, 발열 체크가 이루어졌다. 절차가 두 단계 정도 늘어났지만 입장 시간은 지난 시즌과 큰 차이가 없었다. 크게 혼잡하지도 않았다.

음식점과 스낵 판매대가 있었던 복도는 많이 달라진 상태였다. 경기장 곳곳에는 테이블이 설치되었고, 매대 앞에도 1m 거리두기를 유지하라는 표식이 붙었다. 음식을 반입할 수 없는 대신, 가져오거나 매대에서 구매한 음식을 바깥의 테이블에서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관람객들 중 일부는 테이블 옆에 삼삼오오 모여 소소하게 치킨에 콜라를 즐기곤 했다.

관람석에 들어가자 검표를 하던 안전요원이 "마스크를 벗을 때에는 경고를 주고, 경고 세 번이 누적되면 경기장에서 퇴장조치된다"는 살벌한 주의사항을 안내했다. 그런 안내사항 덕분인지 물이나 음료를 마시기 위해 잠시 마스크를 내린 사람들 외에는 마스크를 벗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야구장의 관중석도 많이 달라졌다. 평소 주말 경기는 응원석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3층이나 외야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시국이라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좌우로는 두 칸, 앞뒤로는 한 칸씩 떨어져 앉은 관중들의 모습은 마치 바둑판을 연상시켰다. 모두가 지정된 자리를 준수한 덕에 나온 풍경이기도 했다.

구장 내 준수 수칙에 따라 안전요원들도 계도에 나섰다. 작은 초코바 하나도 관람석에서는 먹을 수 없었을 정도였다. 지정된 자리에 앉을 것을 요청하는 한편, 경기장 안팎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1m 이상 거리를 두며 혹여나 있을 상황에 대비해 티켓을 보관하고 좌석 번호를 기억해두라는 등의 안내 역시 여러 번 나왔다.

목청껏 "파이팅!" 대신... 동작과 박수로
 
 관중 입장이 시작된 26일 고척스카이돔의 외야에 관중들이 격자를 띄운 듯이 자리하고 있다.

관중 입장이 시작된 26일 고척스카이돔의 외야에 관중들이 격자를 띄운 듯이 자리하고 있다. ⓒ 박장식

 
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선수들을 응원하는 함성은 응원단장의 목소리와 앰프가 대신했다. 말로 하는 육성응원 대신 큰 동작과 박수로 응원을 해달라는 당부가 장내 아나운서를 통해 전해졌고, 관중들 역시 이따금씩 새어나오는 탄식이나 환호 외에는 조용한 응원을 펼쳤다.

야구장에서는 보통 타석에 들어선 타자에게 안타를 연호하거나 '파이팅'을 외치곤 하지만, 이날 응원은 조금 달랐다. 선수들을 응원하는 목소리는 응원단장이 외치고, 그에 맞춰 팬들은 박수를 치거나 응원 동작을 하는 방식이었다. 응원가를 함께 부르는 응원도 응원 동작만 함께 따라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야구장이 꽉 들어찼을 때에 비해 충분한 공간이 나오니 응원동작도 큼지막하게 할 수 있다. 수비 상황에서의 '삼진 유도 응원' 역시 모두가 약속한 듯 같은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소리 대신 동작과 박수로 팬심을 100% 표현해야 하니, 응원석 분위기는 '일당백'의 비장함까지 감돌았다.

하지만 짧은 시간임에도 팬들과 응원단은 새로운 응원인 '음소거 응원'에 금세 적응한 모습이었다. 선수들이 안타를 쳤을 때에는 선수들과 함께 '덕분에 챌린지'를 응원 세레모니로 함께 하곤 했고, 경기 종반부 야구장을 대표하는 응원가인 '아파트'가 나올 때에도 추임새를 따라하는 팬들이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야구 응원' 하면 보통 큰 소리로 응원가를 부르는 것이었으니, 이따금씩 관중들의 입에서 응원 구호가 새어나오곤 했다. 원정 응원단이 오지 않았던 롯데 팬들은 블루투스 스피커로 응원가를 틀거나, 누군가 목소리로 응원을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이 뒤이어 응원을 하곤 했다. 다행히도 '원정 팬 분들도 힘드시겠지만 육성응원을 자제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응원이 잦아들었다.

입에서 어쩔 수 없이 새어나오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피안타나 볼넷 상황에 나오는 탄식과 적시타와 타점 상황 나오는 환호만큼은 육성응원을 자제해도 막을 수 없었다. 그 정도의 목소리, 그리고 인기척만으로도 무관중으로 진행되었을 때의 고요함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야구장이 '꽉 찬 느낌'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선수들도, 야구장 상권도 신났던 관중 입장
 
 26일 관중 입장 경기가 열린 고척스카이돔 곳곳에 거리두기 표식이 붙어있다.

26일 관중 입장 경기가 열린 고척스카이돔 곳곳에 거리두기 표식이 붙어있다. ⓒ 박장식

 
오래만에 관중이 들어왔으니 '홈'이었던 고척 스카이돔에서 관중을 맞이한 키움 선수들이 가장 신났다. 키움 히어로즈는 이날 1회부터 다섯 점을 뽑아냈고, 데뷔 이후 처음으로 관중 앞에서 경기를 펼친 박주홍 선수는 데뷔 첫 타점과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고척을 찾은 홈 팬들은 그런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수비에서도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급' 수비를 선보였다. 키움의 서건창, 김하성 키스톤은 안타성 타구를 잡아 병살타로 만드는 등 거침없는 호수비로 팬들을 환영했다. 새로운 용병인 애디슨 러셀의 합류로 인한 긴장 때문도 있었겠지만, 호수비 하나하나에 열광해주는 팬들이 경기장에 자리해서 신이 났던 덕분도 있었으리라.

경기가 끝난 후 풍경도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선수들은 간만에 관중들 앞에서 90도로 인사하며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고, 팬들 역시 오래만의 야구장 방문에 상기된 얼굴로 귀가했다. 대학교의 온라인 수업과 무관중 경기로 침체에 빠졌던 고척돔 앞 먹자골목도 오랜만에 활기를 보였다.

아직은 목소리를 크게 높여 응원할 수도 없고, 야구장 하면 꼭 먹게 되는 '치맥'도 즐길 수 없지만, 야구장과 축구장의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직접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만큼은 큰 의미가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일상이 100%는 아니지만, 마스크를 쓰는 한에서 어느 정도 돌아온 것을 체감하게 된다.

한편 27일부터는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의 무관중 경기가 해제되고, 29일 이후에는 광주KIA챔피언스필드 역시 광주지역의 확진자 증가세가 진정됨에 따라 방역단계가 완화되어 해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8월 1일부터는 축구장 역시 10% 내에서 관중을 맞이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KBO는 향후 방역 상황 등에 따라 관중 입장 규모를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야구 관중 입장 코로나19 고척스카이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