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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이 동동 낀 육수를 들이켜면 머리끝까지 쨍한 느낌이 드는 냉면, 땀을 한 바가지 쏟아내면서도 온몸이 든든해지는 느낌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삼계탕... 누구에게나 '여름' 하면 떠오르는 소울 푸드가 있습니다. 유난히 긴 장마와 더위 때문에 지치는 요즘, 읽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여름의 맛'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코로나 시대 집콕 생활이 갑갑하여 요즘은 아내와 함께 드라이브를 자주 나간다. 드라이브 길은 개인적으로 급한 용무가 아니면 자동차 전용도로나 산업도로는 이용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주변 풍광이 아름다운 일반국도나 해안 도로를 많이 선호한다. 왜냐하면 사람 사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고 먹거리도 많아, 골라 먹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고단백 여름 식물성 보양식 콩국수 모습
 고단백 여름 식물성 보양식 콩국수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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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직접 해주던 콩국수의 맛

국도로 가다 보면 도로변에 여름철에만 볼 수 있는 특이한 모습이 있다. 바로 콩국수 개시를 알리는 깃발이다. 콩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노란 바탕에 빨간 글씨로 콩국수라고 적혀 있어 정감이 간다.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이 앞을 지나면 옛날 집에서 엄마가 직접 해주던 콩국수가 생각나서 가던 길을 잠시 멈추게 된다.

여름 보양식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삼계탕, 보신탕 등이 있다. 삼복더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음식이다. 그러나 이런 동물성 외에 식물성으로 서민들이 많이 찾는 대표적인 보양식이 바로 콩국수이다.

요즘은 시내 곳곳에 콩국수를 맛있게 만들어 예쁜 고명까지 얻어 선보이는 집들이 많다. 그러나 내가 자주 찾아가는 곳은 복잡한 시가지가 아닌 외곽지 조용한 시골마을 국숫집이다. 일반국도 4호선을 따라 영천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경주 건천읍 모량리 도로변에 있는 조그마한 콩국수 집이다.

사시사철 칼국수만 전문으로 하는 집이다. 거기다 국산 콩으로 집에서 만든 손두부도 판매한다. 칼국수를 먹고 나오면 두부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인 콩비지를 출입문 앞에 두고 필요한 사람은 가져 가라고 한다. 여름철에는 손두부를 소량만 만들다 보니 늦게 가면 완판이라 구입할 수가 없다.
 
 콩국수와 함께 나오는 반찬류 모습
 콩국수와 함께 나오는 반찬류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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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국수는 국산콩 특유의 고소함에 엄마의 손맛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맛이다. 고명은 오이를 채 썰고 거기다 깨소금 약간 뿌린 것뿐이다. 콩국수 집에 흔히 올라오는 삶은 계란이나 토마토 등은 없다. 그런데도 여기 콩국수는 다른 집과는 다른, 옛날 생각이 저절로 나는 특별한 맛이다.

반찬은 콩국수와 함께 나오는 겉절이 김치와 된장에 묻힌 고추, 간장과 식초, 설탕을 넣어 절인 무, 세 가지뿐이다. 그런데도 옛날 엄마가 해준 콩국수 맛과 비슷해 자주 찾는 곳이다.

특별한 쫄깃함, 이 집의 비밀 노하우

대부분 음식점 주방은 청결을 위해 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한다. 바깥에서만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놓았다. 그래도 몇 번 들른 단골손님이라고 소독 후 주방 안으로 들어가 잠시 주인장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할애해 주었다.

콩국수 만드는 법이야 어릴 적 어깨너머로 본 것도 있고, 일손이 모자랄 때 실제 할머니나 어머니를 직접 도와준 적도 있어 특별히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리고 신문이나 방송 등에 콩국수와 관련한 레시피가 많기도 하다. 굳이 여기서 설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특수 비법으로 숙성 시킨 반죽을 제면기에 넣어 작업하는 모습
 특수 비법으로 숙성 시킨 반죽을 제면기에 넣어 작업하는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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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콩국수를 먹다 보면 이 집의 면이 특별히 쫄깃한 것 같아 비결을 물어보았다. 무슨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나 해서다. 예상한 답변대로다. '우리 집만의 특별한 노하우'라며 절대 알려줄 수 없다고 한다. 대신 반죽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 제면기에 넣어 생면을 빼는 모습만 보여준다.

보통 가정에서는 생면을 반죽한 후 비닐 팩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일정 시간 숙성한 후 칼로 썬다. 그러나 이 집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증만 자아낼 뿐 알 수가 없다.

콩물도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았더니 상세히 일러준다. 콩은 삶을 때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한다. 너무 삶으면 메주콩 냄새가 나서 안 된다고 한다. 몇 분 동안 삶아야 된다는 법은 없지만, 삶다가 콩을 한번 씹어보고 고소한 맛이 나면 바로 꺼내 식혔다가 믹서기에 갈면 된다고 한다.

당일 아침에 삶아 냉장고에 1차로 갈아 넣어둔 콩물을 꺼내더니 다시 한 번 더 믹서기에 넣어 돌린다. 한참을 더 갈고 난 후 금방 삶은 생면에 부어 손님상에 내놓는다.

저녁 7시 식당 문 닫을 시간이 되어 팔고 남은 콩물이 있는 날이면 이튿날 사용하지 않고, 바로 손님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콩물은 하루 지나 잘못 관리하면 시큼한 냄새가 나서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콩물을 믹서기에 넣어 부드랍게 간 후 고소한  맛 그대로 붓는 모습
 콩물을 믹서기에 넣어 부드랍게 간 후 고소한 맛 그대로 붓는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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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가마솥에 콩을 삶아 맷돌에 한 숟갈씩 콩과 물을 번갈아 넣어가며 가는 게 일이었다. 목 넘김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맷돌로 간 콩물을 결이 촘촘한 삼베에 부어 두 손으로 쥐어짠 기억도 난다. 두 손으로 짜다 힘에 부치면 옆에 있던 삼촌들을 불러 두 명이 함께 콩물을 쥐어짜며 비틀기를 반복했다. 옛날 대가족이 한 집에서 함께 생활했던 때, 콩국수와 관련한 추억들이다.

한더위 복날이라고 핑계 대고 지인들과 어울려 닭, 장어 등 보양식을 먹으러 갔다가 술만 잔뜩 먹고 와서는 숙취로 고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몸보신하러 갔다가 몸을 건강하게 하기는커녕 혹사시키는 경우다.

그러나 콩국수는 술과는 거리가 멀어 가족들과 함께 어울려 먹는 보양식으로 좋다. 아이들은 콩 특유의 비린 맛 때문에 먹기를 꺼려 하지만, 설탕 한 숟갈 듬뿍 넣어 저어주면 맛있게 잘 먹는다.

콩은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국산 콩만을 고집하며 만든 콩국수 한 그릇이 7000원이다. 가격도 부담 없이 적당하다. 하계 휴가철을 맞아 아이들을 동반하고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한 콩국수를 올여름 건강 보양식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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