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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궁금해.'
'엄마와 아빠는 내 목소리가 들릴까?'
'언제나 큰 소리로 말하는데 말이야.'


<나는 귀신>을 펼쳐 들고 한 장 한 장 넘기면 나오는 소리다. 서른세 번째 꼬마평화도서관(아래부터 꼬평) '마을찻집고운울림'에서 <나는 귀신>을 읽었다.

여느 때 같으면 아이들까지 빙 둘러앉아 읽었을 텐데, 코로나19로 아쉬운 대로 아이들은 멀찌막이 떨어져 놀도록 하고, 꼬평 관장, 성희, 스물네 살 난 유림, 이 꼬평 살림지이 경희, 도서관 할아버지 택주 이렇게 넷이 둘러앉아 <나는 귀신> 연주 소리를 들으며 느낌을 나눴다. 바이올린 켜듯이 책을 켠 사람은 유림이다.
  
유림이 나는 귀신을 읽고 있다. 왼쪽부터 경희, 성희 딸, 유림, 성희
▲ <나는 귀신> 연주 유림이 나는 귀신을 읽고 있다. 왼쪽부터 경희, 성희 딸, 유림, 성희
ⓒ 변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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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내 모습이 보일까?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라고 하면서 제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는 아이. 아무도 불러주지 않으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때 누가 나타나 귀신이 되는 법을 가르쳐주겠다고 하면서 저와 놀자고 한다.

어디든지 걸림 없이 다니고 깜깜한 밤하늘을 휘젓고 다니는 귀신처럼 둘레를 의식하지 않으니 마음껏 내달리고 시소도 타며,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거리낌 없이 논다. 아무것도 아니기에 걸림이 없었을까? 마음껏 놀다 보니 얼마전 저처럼 웅크리고 있는 아이가 눈에 들어오자 "귀신 되는 법을 가르쳐줄까?" 하고 다가선다.

유림 : "어른들은 '우리끼리 하는 얘기를 아이들은 모를 거야' 하고 생각하죠. 그러나 그렇지 않아요. 또 아이들은 다 제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데 부모는 그걸 들어보려 하지 않고 손사래 치면서 혼내기도 해요. 속내를 알아주려고 하지 않아서 씁쓸하고 외로운 아이가 스스로 노는 법을 찾아가는 걸 귀신과 논다고 하지 않았을까요? 스스로 잘 놀 수 있게 되면서 섬 같은 아이들과 어울리는 법을 알면서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뭉클했어요."

성희 : "혼자 있는 걸 즐기는 저는 혼자 있는 게 힘들지 않아요. 남들이 나를 안 볼 수도 있지만, 내가 안 보이는 데 있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지 않겠어요? 그러나 내가 낳은 아이가 혼자 있는 걸 보니 느낌이 다르더군요. 혼자 있는 걸 보면 살짝 불안해요. 아이가 좀 크더니 저도 고민하더라고요. "그럼 어때, 혼자 있는 게 얼마나 좋은데..."라고 하면서 "너 말고도 그런 아이가 더 있지 않니?" 하니까 "어, 있어" 그러기에 "그럼 걔하고 놀면 되지 뭐가 문제야!"라고 했지만, 내심 좀 켕겼어요.

그런 제게 어린이 배움터에 있는 언니가 "얘는 홀로 있는 걸 즐기는 아이야. 홀로 있는 시간을 가져야 제 안에 힘을 길러 더 자랄 수 있지 않겠어?" 하고 다독였어요. 어쨌거나 사람은 누구나 외로울 수밖에 없잖아요. 어울려 살려고 해도 누구나 혼자 가는 길이 있기 마련이고요. 함께 가지만 내 길은 끝내 스스로 갈 수밖에 없죠. 제목만 봤을 때는 귀신이 나오는 무서운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어요. 근데 엄마 아빠에게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 아이를 보면서 '이래서 귀신이라고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짠했어요."
 
 
<나는 귀신> / 고정순 그림책 / 불광출판사 / 값 13,000원
▲ 나는 귀신 표지 <나는 귀신> / 고정순 그림책 / 불광출판사 / 값 13,000원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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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 : "왜 귀신을 내세웠을까 생각했어요. 그림책도 단번에 느낌이 확 오는 것이 있고, 읽을수록 깊어지는 게 있는데 이 책은 깊이 들어갈수록 묵직하네요. 이 책에 나오는 귀신은 남들이 건성건성 지나치는 걸 볼 줄 아는 다사로운 눈길을 가진 아이잖아요. 이 눈길에 나도 띄어 귀신하고 마음껏 뛰어놀다가 예전에 나처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에게 다가가 '귀신 놀이하자!' 하면서 우리를 넓혀나가는데요.

얘네들이 찾아가는 결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데 있어 없어선 안 될 마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른들은 흔히 다 보이고 알 만한 것들에만 반응하며 아이가 하는 이야기는 귓등으로 듣고는 하잖아요. 그런 저도 남다른 눈길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 귀신 같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어른들 보라고 만든 책 같아요."

택주 : "유림이 연주하는(읽는) <나는 귀신>을 들으면서 법정 스님 말씀을 떠올렸어요.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 명상과 사랑"이라면서 "사랑은 따뜻한 눈길과 끝없는 관심"에서 어리어 온다고 하셨던. 하나가 나와 다른 하나와 만나 어깨동무하여 '이웃'을 이루고, 하나둘씩 더 붙어 어울리며 '우리'가 퍼져나가는 걸 보면서 도깨비방망이를 떠올렸어요. "동무가 되어라. 뚝딱!" 그러고 보니 귀신이라기보다 도깨비라고 하면 더 좋았을 걸 싶은데…… 하하."
 
  
<나는 귀신> 마지막 장 어울림
▲ 어깨동무 <나는 귀신> 마지막 장 어울림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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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인십색이라더니 네 사람이 받아들이는 것이 닮았으면서도 다 다르다. 제가 점점 사라진다고 여기면서 '누가 나를 좀 불러주었으면' 하며 얼굴을 무릎에 파묻고 있는 주인공 귀에 어디선가 "나랑 놀래?"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귀신이 되는 법을 알려 준다면서 바라는 모습으로 맘껏 바뀔 수 있다면 귀신이 된다고 말한다.

머리카락이 온통 눈을 덮어 눈이 보이지 않던 주인공 얼굴이 뜻대로 탈바꿈하며 동무를 만들며 어울리고 나서는, 추켜올라간 머리카락 사이로 새까만 눈동자가 드러나 반짝인다. 이걸 보면서 장자가 얘기한 '아무것도 아닌 이'를 떠올렸다.

"아무것도 아니어서 걸림이 없는 사람은 제 이해에 얽매이지 않으며, 제 이해에 얽매이는 사람을 업신여기지도 않는다. 오롯이 제 길을 가며, 홀로 걷는다고 내세우지도 않는다. 무리를 따르지 않으면서도, 무리를 따르는 이를 나무라지도 않는다. 모든 일에 판가름하지 않으며, 좋고 나쁨에도 매이지 않는다. 그리하여 알려지지 않는 채로 남아 있다. 옹글고 아름다운 덕은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 않는다. 가장 거룩한 이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다."

나는 귀신

고정순 (지은이), 불광출판사(2020)


태그:#나는 귀신, #불광출판사, #고정순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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