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무고사가 광주 FC 수비수 한희훈과 공 다툼을 펼치는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무고사가 광주 FC 수비수 한희훈과 공 다툼을 펼치는 순간 ⓒ 심재철

 
코로나-19 위기를 뛰어넘어 프로축구 스타디움에도 드디어 관중들이 들어갈 수 있게 된 첫 게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는 폭우를 뚫고 1865명의 홈팬들이 찾아와 띄엄띄엄 앉았다. 그러나 정작 홈팀은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가뜩이나 짧은 시즌 일정 속 반환점을 도는 게임에서 강등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1부리그 '생존왕'이라는 별명조차 부끄러워 명함도 못 내밀 형편이다.

임중용 감독대행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일(토) 오후 8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 원 14라운드 광주 FC와의 홈 게임에서 1-3으로 역전패하며 꼴찌 탈출의 희망을 날려버리고 말았다.

아길라르만 눈에 띈 인천

홈팀 인천 유나이티드는 자신들의 실력도 모르고 의욕만 넘쳤다. 상대 팀 광주 FC가 최근 다섯 게임을 치르며 겨우 승점 1점(1무 4패)만 따냈기에 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뚜껑을 열어보니 광주 FC 필드 플레이어들의 압박이 놀라워 여러 차례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휘청거렸다. 먼저 골을 내주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게임 시작 후 2분만에 광주 FC가 먼저 골을 넣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들이 골문 바로 앞에서 광주 FC 간판 골잡이 펠리페를 완전히 놓치는 바람에 노 마크 왼발 슛을 허용한 것이다. 그런데 이 공을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정산이 잡다가 가랑이 사이로 흘리고 말았다. 그 틈을 타 윌리안이 달려들어가 골라인 안으로 공을 밀어넣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지만 오프 사이드 판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허술한 수비 조직력은 그로부터 3분 뒤에도 바닥을 드러냈다. 골키퍼 정산의 패스가 센터백 오반석 앞으로 느리게 굴러가는 사이에 순발력 뛰어난 광주 FC 날개 공격수 엄원상에게 그 공을 빼앗긴 것이다. 동료들 사이에 콜 플레이도 들리지 않았고 탈압박을 위한 커버 플레이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엄원상의 결정적인 패스를 받은 펠리페가 왼발 인사이드 슛을 빈 골문에 밀어넣지 못하는 바람에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다시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전북에서 센터백 오반석을 빌려와 이재성과 함께 나란히 수비 중심 역할을 맡겼지만 게임 시작 후 5분만에 이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그나마 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자리에 유능한 왼발잡이 아길라르가 뛰었기에 오랜만에 찾아온 홈팬들을 잠시라도 기쁘게 해 줄 수 있었다.
 
 23분, 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아길라르가 왼발로 벼락같은 첫 골을 뽑아내는 순간

23분, 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아길라르가 왼발로 벼락같은 첫 골을 뽑아내는 순간 ⓒ 심재철


23분에 아길라르가 놀라운 드리블-슛 실력을 자랑하며 벼락같은 골을 터뜨렸다. 광주 FC 미드필더 박정수를 유연한 드리블 실력으로 따돌린 아길라르는 윌리안과 엄원상까지 바로 옆에서 달라붙었지만 페널티 구역 반원 밖에서 묵직한 왼발 인스텝슛을 날려보낸 것이다. 광주 FC 골키퍼 윤평국도 눈 깜짝 할 사이에 톱 코너로 날아와 꽂히는 공을 그냥 쳐다보기만 했다.

아길라르는 4분 뒤에도 기막힌 로빙 노룩 패스로 동료 미드필더 김준범에게 완벽한 추가골 기회를 열어주었지만 김준범의 오른발 슛을 광주 FC 골키퍼 윤평국이 각도를 줄이고 달려나와 기막히게 걷어냈다. 인천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이름을 올렸지만 단 한 게임도 뛰지 못하고 군 입대한 다음, 2017년부터 광주 FC 골문을 지킨 윤평국의 진짜 실력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마침 그곳은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홈 그라운드였다.
 
 광주 FC 골키퍼 윤평국(왼쪽)이 인천 유나이티드 김준범의 결정적인 슛을 다리로 막아내는 순간

광주 FC 골키퍼 윤평국(왼쪽)이 인천 유나이티드 김준범의 결정적인 슛을 다리로 막아내는 순간 ⓒ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의 자동문 열리다

다시 만난 홈팬들 앞에서 인천 유나이티드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길라르의 '드리블-패스-슛' 실력뿐이었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광주 FC의 압박은 더 거세게 밀려왔고 이를 예상 못한 인천 유나이티드 필드 플레이어들은 마치 자동문이 열리듯 부끄러운 밑바닥을 다 보이고 말았다.

62분에도 인천 골키퍼 정산이 패스한 공을 정동윤이 처리하지 못해 광주 FC의 엄원상에게 또 한 번 당하고 말았다. 아찔한 자책골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인천 유나이티드는 이렇게나 심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1-0 점수판에 취해 특단의 조치를 내리지 못했다. 사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충분히 추가골을 넣고 달아날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었다. 

70분,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찾아온 역습 기회에서 최근 폼이 가장 좋다고 하는 지언학이 드리블 및 슛 욕심을 부렸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위치로 아길라르가 빠져나갔지만 광주 FC 수비수가 비워둔 왼쪽 공간으로 공을 이어주지 못한 것이다. 추가골 기회를 잡아내지 못한 채 3분 뒤에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73분, 광주 FC의 빠른 날개 엄원상이 공을 몰고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을 위협하기까지 미드필더 김도혁이나 풀백 정동윤이 그를 제어하지 못했다. 돌아서서 뛰고 있던 센터백 이재성의 태클도 엄원상의 슛 타이밍에 미치지 못했다.

광주 FC가 자랑하는 빠른 날개 엄원상은 87분에도 탁월한 오프 더 볼 감각을 뽐내며 오른발 슛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펠리페와 윌리안의 감각적인 터치와 오픈 패스가 각각 돋보이는 역습 명장면이었다. 

갈 길 바쁜 인천 유나이티드는 후반전 추가 시간이 시작되자마자 형편없는 빌드 업 시도로 펠리페에게 쐐기골까지 헌납하고 완전히 주저앉고 말았다. 약 1시간 전 탄천종합운동장에서 11위 FC 서울(승점 13)이 성남 FC를 2-1로 이겼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에 인천 유나이티드는 승점 8점 차이로 더 아찔한 바닥을 경험해야 했다. 27라운드 전체 일정을 감안했을 때 이 게임으로 반환점을 돌았음에도 불구하고 인천 유나이티드는 첫 승리 소식조차 요원하기만 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중용 감독대행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가 퇴장당하는 바람에 9일 열리는 성남 FC와의 홈 게임은 물론 16일 열리는 대구 FC와의 어웨이 게임까지 벤치에 앉을 수 없게 됐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 S석에 자리잡은 관중들이 박수로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 S석에 자리잡은 관중들이 박수로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 심재철


2020 K리그 원 14라운드 결과(1일 오후 8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 유나이티드 FC 1-3 광주 FC [득점 : 아길라르(23분) / 엄원상(73분), 엄원상(87분,도움-윌리안), 펠리페(90+1분,도움-한희훈)]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
FW : 스테판 무고사(81분↔김호남)
AMF : 김준범(70분↔박대한), 아길라르, 지언학
DMF : 김도혁, 문지환
DF : 강윤구(76분↔구스타보), 오반석, 이재성, 정동윤
GK : 정산

광주 FC 선수들
FW : 윌리안(88분↔이으뜸), 펠리페, 엄원상(90+1분↔김주공)
MF : 여름, 박정수, 여봉훈(38분↔임민혁)
DF : 이민기, 한희훈, 홍준호, 김창수
GK : 윤평국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광주 FC 인천 유나이티드 FC 아길라르 엄원상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