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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Le Monde)는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서평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빨리, 빨리…! 일할 때도 놀 때도 먹을 때도 빨리빨리…… 세상은 모든 일을 빠르게 척척 처리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그러나 다른 한편 그들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을까? 피에르 쌍소는 현기증 나도록 빨리 돌아가는 현대에도 느리게 살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느림은 개인의 자유를 일컫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피에르 쌍소가 던진 '느림'의 화두는 2000년대 프랑스 사회에 울림을 주었다. 톱니바퀴 부속품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한 번쯤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기 때문. 시간과 장소는 다르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에 던지는 의미도 적지 않다. 특히 생산의 가치를 시간의 가치와 결부시키는 직장인들에게 삶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박장대소영농조합법인(대표: 양희란) 조합원들은 인생을 의미 있게 소비하는 사람들이다. 여름 산새와 시냇물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곳. 산속 샛길을 십여 분이나 운전해야 닿을 수 있는 곳에서 몸과 마음을 힐링하며 생활하기 때문. 조합원 박순섭, 장춘학씨 가족은 이곳에서 오디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은퇴 후 자연을 벗 삼아 심신을 휴식하면서 사는 것이 로망이었는데 그 꿈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양희란씨는 "도시에서는 내가 원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자동차 소음이나 매연, 낯선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했다"며 "여기에선 사람들도 따뜻하고 마음도 평온한 게 너무 좋다"고 말했다. 

15년 전부터 장춘학·양희란 부부는 자녀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시골로 떠나겠다고 결심했다. 농약 한 방울, 퇴비 하나 쓰지 않고 농사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고 싶었던 것.

서울서 같이 근무했던 박순섭씨에게도 귀농을 제안했는데 뜻이 맞아 함께 원주로 내려왔다. 장춘학씨는 "대학 선배시고 살아온 것도 비슷해 직장에서 친해지게 됐다"며 "'시골에 땅 좋은 곳이 있는데 함께 내려가 살까요?' 말씀드리자 흔쾌히 받아주셨다"고 말했다. 

2012년, 두 가족이 은퇴 자금으로 소초에 땅을 사면서 귀농이 진행됐다. 이듬해 박 씨와 장 씨 부부가 머무를 집 한 채씩과 손님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한 동을 지었고, 집 뒤편에는 3천 평(6천600㎡) 규모의 오디농장을 조성했다. 두 집안의 우애가 얼마나 좋은지 농장 이름도 박 씨와 장 씨의 성을 따 '박장대소영농조합법인'으로 정했다. 

은퇴 전 박순섭·양춘학 씨는 서울의 유명한 건축설계회사에서 억대 연봉을 받던 임원이었다. 하지만 농사에 있어선 주말농장을 운영해 본 게 다인 왕초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 그들이 처음부터 '친환경 농업에 도전한다' 하니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연출됐다.

농사일이 서툴러 2013년에 심은 오디나무 1천500주 중 절반이 고사하고 말았던 것이다. 박순섭씨는 "양잠 전문가가 우리 농장을 보고는 '자기가 본 뽕나무밭 중에서 가장 못한다'고 놀린 적도 있었다"며 "욕심 같아서는 농약도 치고, 퇴비도 왕창 주고 싶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계속 그렇게 할 것 같아 힘들어도 자연 그대로의 농법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흔한 관리기 하나 없이 삽과 호미, 예초기로만 농사를 짓고 있다. 쟁기를 끌 소 한 마리도 없어서 자신들이야말로 '원시농법'을 계승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6년 동안은 몸도 고되고 소출도 보지 못한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오디를 쨈으로 가공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박순섭씨는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원주시에서 오디쨈 가공을 무료로 해주고 있는 점"이라며 "친환경 농업에 대한 철학도 비슷하고 전문성도 뛰어나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오디쨈은 SNS를 통해 직거래하고 있다.

주로 지인에게 파는 수준인데 지난해 3천2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소비자들도 친환경농업에 대한 가치를 알아본 탓인지 올해는 생산 한 달 만에 3천700만 원을 판매했다. 네이버 스토어와 로컬푸드 직매장에 본격 납품하면 작년보다 2배 반에서 3배 매출이 기대된다. 

돈을 버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전원생활의 행복을 끊임없이 가꿔가는 일이라고 했다. 박순섭·장춘학 씨는 "돈은 우리 가족이 이곳에서 편히 지낼 수 있을 만큼 벌면 족하다"며 "앞으로도 두 가족이 우애를 쌓으며 돈돈하게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한 가지 욕심이 있다면 영농법인을 잘 운영해 원주로 귀농을 시도하는 분들에게 본이 되고 싶다는 점이다. 원주시가 자신들의 사례를 참고해 예비 귀농인과 농업인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주도록 모범이 되고 싶다고 했다. 박장대소영농조합법인은 올해 소초면 주민들을 위한 마을기업 설립도 추진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원주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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