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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 경남 하동군 화개명 정금리 형제봉 활공장에서 열린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현장행동’.
 8월 1일 경남 하동군 화개명 정금리 형제봉 활공장에서 열린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현장행동’.
ⓒ 지리산아미안해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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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이 당신에게

박남준

고통스러운 시간들
사람뿐이었을까
호랑이가, 마지막 여우가
잔인한 밀렵꾼의 총탄에 안타까운 숨을 거둘 때도
나무를 오르내리며 재주를 부리던
새끼 반달가슴곰
몇 마리 남지 않았을 때도
품 안에 들어온 생명들 지켜주지 못하는 내가
원망스러웠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
부끄러운 얼굴을 감추려고
구름을 불러 가릴 뿐
쏟아지는 비는 저미는 애간장의 서러운 뒷모습이었어
한밤에도 들렸을 거야
마른하늘에도 벼락을 치며 통곡하던 울음소리
고백할 게 그랬었는데
케이블카를 놓고
모노레일을 깔고
산악열차를 달리게 하겠다니
이제 나를 지리산이라고 부르는 것이 싫어
지리산, 그 이름만으로도 자랑스러웠는데
이 커다란 상징성이 끔찍해
사람들은 왜 나를 가만히 두지 않을까
정말이지 이런 몹쓸 생각도 해봐
내 안에서 자행되는 모든 개발이라는 파괴 앞에
그 탐욕 앞에
이를테면 지리산인 내가 스스로 죽어버리는 것
그리하여 이 나라 모든 산이 강이 바다가
다 같이 목숨을 끊어버린다면
그때쯤이면 사람들이 뉘우칠까 그리워할까
강은 강이 아니고 바다는
물고기들만의 바다가 아니듯이
지리산은 다만 지리산이 아니야
당신이 있으므로 내가 있듯이
아직 지리산이 이렇게나마 숨 쉬고 있다는 것은
당신의 몸 안에
나무처럼 자라나며 샘솟는 희망들이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겠지
미안해 나로 인해 잔뜩 짐을 진 사람들이여
고마워 나를 지켜주려는 이들이여
온몸으로 거부할게
내 앞에 놓일 모든 절망의 지시대명사인
케이블카와 모노레일과 산악열차를
온몸으로 그리하여
팔색조와 정향나무와 지리터리풀과 반달가슴곰과
당신과 당신의 오늘과
당신으로 하여금 맑고 평화로울
저기 달려오는 나의 푸른 내일과
그 모든 인연들과
온몸으로 온몸으로 온몸으로 물리칠게


이는 박남준 시인이 지난 1일 경남 하동군 화개명 정금리 형제봉 활공장에서 열린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현장행동'에서 발표한 시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지리산아미안해행동'을 결성하고 이날 행동에 나선 것이다.

하동군은 형제봉 일대에 산악열차와 모노레일, 케이블카, 호텔을 조성하는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지리산과 약속합니다. 이곳에 산악열차, 모노레일, 케이블카, 호텔, 그 어떠한 것도 올라오지 못하도록 지혜와 힘을 모으겠습니다. 누구라도 만나 이야기하고, 설득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또 이들은 "지리산과 지리산자락 주민, 지리산에 깃들어 사는 반달가슴곰을 포함한 야생동식물의 마음으로 지켜내겠습니다.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고 다짐했다.
 
8월 1일 경남 하동군 화개명 정금리 형제봉 활공장에서 열린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현장행동’.
 8월 1일 경남 하동군 화개명 정금리 형제봉 활공장에서 열린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현장행동’.
ⓒ 지리산아미안해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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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 경남 하동군 화개명 정금리 형제봉 활공장에서 열린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현장행동’.
 8월 1일 경남 하동군 화개명 정금리 형제봉 활공장에서 열린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현장행동’.
ⓒ 지리산아미안해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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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지리산, #형제봉, #하동군, #지리산아미안해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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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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