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세월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마도 '전원 구조 오보'일 것이다. 어떻게 그런 오보가 났지?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을 들었을 것이다. 또 "선장과 선원들이 어떻게 승객들을 버리고 먼저 탈출할 수 있지?"에 이어서, "박근혜는 그날 7시간 동안 어디서 뭘 했지?"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밝혀진 진실은 없고 의혹만 가득한 세월호. 세월호는 단순한 해상 교통사고일까? 세월호는 어째서 '사건'이라고 불리는가? 이런 질문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탐구하고 기록한 책이 바로 <4.16세월호 사건 기록연구 - 의혹과 진실>이다.     

'사건'으로 남은 세월호
 지난 7월 출간된 <4.16세월호 사건 기록연구- 의혹과 진실>. 지금까지 나온 세월호 책과 전혀 다른 새로운 책의 저자는 세월호 유가족, 단원고 2학년 4반 고 박수현 군의 아버지 박종대씨다.
 지난 7월 출간된 <4.16세월호 사건 기록연구- 의혹과 진실>. 지금까지 나온 세월호 책과 전혀 다른 새로운 책의 저자는 세월호 유가족, 단원고 2학년 4반 고 박수현 군의 아버지 박종대씨다.
ⓒ 김화숙

관련사진보기


책은 제목에서 부터 세월호를 '사건'이라 부른다. 사건이란, "그것 이전과 이후가 같을 수 없는 어떤 구부러짐(곡절)을 만드는 경우"다(이진경). 전문가들만 알아볼 논문이나 자료집은 상상하지 말자. 세월호가 그 이전과 이후가 결코 같을 수 없는 사건이라면, 누구라도 읽을 수 있는, 사건의 전모를 담은 책이 나와야 마땅하지 않을까?

사건 초기 "읽을 자료가 없다는 것"(10쪽)이 너무 괴로웠던 사람들이 스스로 자료를 모았다. 국가가 방해하고 사찰하며 괴롭혔기 때문에, 유가족이 직접 의혹을 들여다 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출간된 세월호 관련 서적과 전혀 다른, 새로운 종류의 책"(12쪽)이 세상에 나온 것이다.

​저자 박종대씨는 세월호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4반 박수현 군의 아버지다. 사건 당일 10시 08분, 그는 청천벽력 같은 전화를 받는다. 단원고를 거쳐 진도실내체육관으로, 다시 팽목항으로 달려간다. 졸지에 실종자 가족이 된 그에게 7일 만에 아들은 주검으로 돌아온다. 평범한 직장인이요, 두 아이의 아빠로 살던 그는 낯선 예감을 느낀다.
 
이것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진상규명이 필요한 사건이다. 앞으로 내 인생은 영원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겠구나. (8쪽)
 
아들의 장례식 날 새벽, 그는 아들의 휴대폰에서 소문으로만 떠돌던 "선내에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이 나오는 영상을 확인한다. 그날로 JTBC와 뉴스타파에 제보된 수현군의 영상은 세월호의 진실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다.
   
저자는 그해 9월부터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을 맡는다. 대한변협, 대법원, 그리고 정부에, 정보공개 신청하고 진상규명 자료를 받아낸다. 그 자료들은 책 <세월호 그날의 기록>, 영화 <그날 바다>와 '그것이 알고 싶다', 'PD수첩',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등, 국내외 방송 자료로 활용된다.

그러던 2015년 3월, 진상규명분과장을 그만두고 '304목요포럼'을 구성해 연구에 집중한다. 명지대 김익한 교수의 제안으로 그는 2018년 8월 책 집필을 시작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집중한 끝에, 2020년 7월 1103쪽짜리 두꺼운 책을 낸 그는 말했다. "글재주가 모자라 너무 두꺼운 책이 돼서 죄송합니다."
    
 <4.16세월호 사건 기록연구- 의혹과 진실> 저자 강연 중인 박종대씨.
 <4.16세월호 사건 기록연구- 의혹과 진실> 저자 강연 중인 박종대씨.
ⓒ 김화숙

관련사진보기


'의혹과 진실'은 제목이자 주제다. 세월호 사건을 의혹과 진실 49개 주제로 8장에 나누어 총 망라했다. 진상 규명 과제는 "왜 침몰 시켰는가", "어떻게 침몰 시켰는가", "왜 구조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왜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책임자 처벌을 회피하는가" 등이다.

그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각 장을 큰 주제와 작은 주제로 엮었다. 그 예로 제1장을 보자. "단원고 학생들은 왜 탈출하지 못했을까?"가 큰 주제다. 세부 주제로 '학생들의 탈출을 가로막은 5가지 요인', '이준석 선장의 행적을 재조사해야 한다', '선원들은 무전기로 무슨 대화를 나눴나?' 등 8개가 이어진다.

제5장은 '대통령과 청와대의 무능'이다. 세부 주제는 '세월호 침몰 당일 대통령 박근혜는 무얼 했나?', '세월호 사건 문건 조작 및 파기', '박근혜의 7시간 행적과 각종 의혹들'에 이어 '국가안보실이 재난 사령탑이 아니라는 변명'까지 탐구한다.

제6장 '언론의 책임과 가짜뉴스의 배후'는 세월호의 시간을 파고든다. 세월호 사건을 둘러싸고 매우 많은 개념 시간이 존재한다. 사건 발생시간, 신고시간, 출동시간, 최초보도시간, 청와대 등 국가기관 침몰 인지 시간 등. 특히 청와대 등 국가기관의 상황보고서에 기록된 사건 발생시간과 언론의 최초 보도시간 등은 초기에 밝혀졌어야 했지만, 조사와 수사에서 제외되었다(651쪽).

탄탄한 자료들을 통해, 첫날 '전원구조' 오보에 관한 여러 의혹들을 제시한다. 보도 전에 이미 '대형참사'라는 걸 언론이 알고 있었는지 여부, 청와대의 언론 통제와 자발적 협조가 있었다는 의혹, 언론의 횡포 등이 그 내용이다. 2014년 검찰이 이 같은 언론과 가짜 뉴스의 배후를 전혀 수사하지 않은 건 명백한 직무유기였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전에 없던 책이 탄생한 이유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지금까지 나온 세월호 관련 책과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첫째, 철저한 취재와 방대한 자료의 양이다. 저자가 직접 관계 기관을 찾아가고 자료요청을 하고 모은 기록이다. 한눈에 보이게 표를 그리고, 출처를 밝히고, 사진을 첨부하다 보니 책이 두꺼워질 수밖에 없었다.

부표로 첨부된 '세월호 사건 진상규명 과제 현황'은 백미다. 진상규명 관련된 기관과 진상규명 내용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음 연구자에겐 길잡이 자료가 될 것이다. 이는 세월호가 청와대부터 모든 국가 기관, 그리고 단원고등학교까지 관련된, '이상한' 사건임을 보여준다. 
 
 안산 여성단체 울림 회원들이 박종대씨 저자 강연회 및 북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안산 여성단체 울림 회원들이 박종대씨 저자 강연회 및 북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 김화숙

관련사진보기


저자는 "전원구조" 오보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다. 이 주제를 지금까지 정확히 연구해낸 사람이 없다는 데 주목한다. 그는 참사 당시 MBC를 본 기억을 회상한다. 그는 진상규명 과정에서 보니, 사건 당일 생성된 자료는 삭제되고 이후 입맛에 맞게 다시 생성되어 있었다고 주장한다. 다음은 취재 기자에게 직접 확인했다는 사례와, 저자의 주장이다. 
 
세월호 침몰 당시 KBS의 경우 전원구조 보도 여부를 놓고 내부 갈등이 있었다. MBC의 경우에도 침몰현장에 도착한 목포 MBC 취재기자가 전원구조 보도가 문제가 있음을 목포 MBC에 알렸고, 목포 MBC도 분명히 본사에 그 부분을 어필했다. 하지만 오후 3시 30분경 중대본이 구조자 숫자 파악에 오류가 있었다는 발표를 할 때까지 MBC가 이를 수정하지 않은 사실은 잘못된 보도에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돼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774-775쪽)
 
두 번째 특별한 점은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들이 함께 쓴 책이라는 점이다. 내로라 하는 전문가도 학자도 아닌 세월호 유가족이 직접 연구한 기록이다. 따뜻한 육성이 담겼다. 죽은 아들이 이끌어준 기록과 진실규명의 길이다. '왜?'를 알고 싶은 아버지는 '반(半)전문가'가 되었다. 책에 제시한 의혹과 진실은 대부분 저자가 세월호 가족들, 그리고 시민들과 끝없는 토론과 검증 과정을 거쳐 확정한 것들이다. 아들의 버킷 리스트에 적혀 있던 '자서전 쓰기'를 아빠가 대신 이뤄준 책이다.

세 번째 장점은 저자의 깊은 통찰과 날카로운 질문이다.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문장과 질문들이 두꺼운 책을 단숨에 읽어 나가게 하는 힘이다.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국정원 개입 설 등 풀리지 않는 의혹마다 저자의 통찰이 빛난다.

책 끝에서 독자는 저자의 회한을 만날 것이다. 세월호 아이들이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을 믿고 있다가 변을 당했는데, 같은 오류를 범한 거 같다는 고백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을 굳게 믿고, 하염없이 기다리며, 책을 쓰고 보니 어느새 공소시효와 다퉈야 하는 상황이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현실인데, 어떻게 가만히 있는가? 지금까지의 세월호 이야기와 이 책의 통찰을 비교해 읽는 건 독자의 몫이라 하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개인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4·16 세월호 사건 기록연구 - 의혹과 진실

박종대 (지은이), 도서출판선인(선인문화사)(2020)


댓글10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경기도 안산. 운동하고, 보고 듣고, 웃고, 분노하고, 춤추고, 감히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읽고, 쓰고 싶은대로 쓴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