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잠수함 부함장 역을 맡은 배우 신정근.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잠수함 부함장 역을 맡은 배우 신정근. ⓒ 롯데엔터테인먼트


현재 상영 중인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아래 <정상회담>)에서 남북, 미국 정상들과 관료들이 정치적 수싸움에 정신 없을 때 유일하게 자신의 본분에 집중한 인물이 있다. 세 나라 정상을 납치해 감금해 둔 북한 핵잠수함 백두호의 부함장이다.

강경파인 호위총국장(곽도원)의 호령에도 함장(류수영)의 명령에도 부함장은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합리적 근거를 대며 상황을 조율한다. 가장 중요한 건 잠수함에 탑승한 사람들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 영화에서 가장 '직업 정신이 투철한' 캐릭터일 수 있다.

배우 신정근에게 부함장 역할 제의가 갔을 때 그는 "나보고 이 역할을 하라고?"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연기 경력이야 연극과 영화만 놓고 봐도 30년을 훌쩍 넘긴 베테랑이다. 1997년 <일팔일팔> 단역으로 영화계 몸담기 전까진 극단 하나와 광장에서 활동해왔다. 다만 대중에겐 코미디 연기, 친근한 감초 연기로 잘 알려져 있기에 스스로도 그런 반응이 나온 셈이다.

인물과 상황에 다가가기

"대본을 읽는데 되게 멋있는 인물이더라. 그 정도까지 그려질 줄 몰랐지. 코미디 연기 위주로 그간 해왔는데 제가 사투리를 잘한다고, 정우성 배우도 대본을 보자마자 날 떠올렸다고 하더라. 그리고 제 외모가 아마 한국 배우 중 가장 북한에 가까운 얼굴이 아닐까 싶다(웃음)."

미국 대통령 스무트 역의 앵거스 맥페이든이 신정근을 보자마자 "노스 페이스(북쪽 얼굴)"라고 농담한 일화를 전하며 그는 "아무래도 대본에 강직하게 그려지면서 동시에 북한 사투리까지 들어가니 더욱 강직하게 보인 게 있는 것 같다"고 애써 연기 호평에 대해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전작 <황산벌> <평양성> 등에 출연하며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를 선보인 그는 한때 신라 전문 배우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거북이 달린다> 등에선 충청도 사투리를 진하게 구현해냈다. "사투리는 말보단 지역 정서"라는 그의 철학처럼 이번엔 북한 지역 정서부터 몸에 익혔다고 한다. 여기에 잠수함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연기해야 하는 이상 촬영 전 미리 세트로 나와 공간을 거닐고, 눕기도 했다.

"두 달이 채 안 되는 시간에 잠수함에 있었다. 주 52시간은 지켰다(웃음). 굉장히 좁은 공간이었다. 물 한 모금도 편히 못 먹을 정도인데 제가 후배들에게 물을 넣어주기도 했고, 그래서 북한군 역할 배우들과 유대감이 좀 생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세트 밖엔 늘 멀미약이 준비돼 있을 정도로 흔들림도 심했지. 좁아서 답답했지만 연기엔 집중할 수 있더라.

시나리오에 워낙 잘 나와 있으니 캐릭터 분석이라고 할 것까진 없고, 전 사병들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연기했다. 감독님 디렉팅만 잘 지키면 사병들과 관계성은 제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겠더라. <헌터 킬러> < U-571 > <유령> 등 잠수함이 배경인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나 따라해 보기도 했다. 우리 현장에 항상 해군 장교분이 계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CG가 잘 나오더라. 덕을 많이 본 것 같다."

 
 영화 <강철비2 : 정상회담> 스틸 컷

영화 <강철비2 : 정상회담> 스틸 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큰 형 리더십

사병 역할을 한 후배들과 관계성을 강조한 그는 실제로 20년 넘게 축구를 하며 후배들과 소통하고 있다. 고민이 있는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다정다감한 리더십을 갖게 됐다고 한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 고민이 뭐냐 물으면 그들도 내가 예전에 했던 고민을 똑같이 하고 있더라. 오디션 고민, 연기 고민 등. 제가 뜬구름 잡는 이야긴 안 한다. 안 될 것 같은 친구에겐 안 될 것 같다고 하면서도 포기는 하지 말라고 한다. '그 영화엔 시멘트 치는 사람이 필요한데 넌 목수야. 근데 그렇게 파고 있으면 목수가 필요한 영화가 올 거야'라고.

이건 근데 내 자신에게 했던 얘기기도 하다. 제가 그들 나이일 때도 잘할 수 있는 게 연기뿐이니 포기하지 말자고 다짐하곤 했다. 대신 따뜻하게 말하려고 한다. 물론 화내고 혼낼 때도 있었지. 연극할 때 후배들을 그렇게 혼내고 난 후 혼자 몰래 울곤 했다. 어느 순간 내가 아플 짓은 하지 말자. 혼내지 말자 생각했지. 욕도 줄여야 하는데 욕은 요즘에도 계속 나오네(웃음). 이 나이(1966년생)가 되면 자기 검열을 좀 해야 한다."


그렇기의 그의 연기론 또한 좋은 인성과 관계가 깊다. "2시간 동안 눈이 보이고, 모습이 드러나는데 좋은 인품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금방 들킨다"며 "인품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주연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정근은 이 대목에서 연기 호평에 대한 부감감도 털어놨다.

"언론 시사가 끝나고 연락이 계속 오는데 지금까지도 눈이 빨개지도록 (문자를) 보고 있다. 칭찬이 많으니까 점점 (마음이) 무거워지더라. 아, 재밌는 인생은 끝인가 싶었다. 40대 초반에 이런 일이 있었다면 아싸! 이랬을 텐데 지금은 조심해야 할 나이다. 겸손해져야겠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에게 스태프분들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조심해야 하고. 제가 주연을 할 때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책임감을 가지려 한다. 그리고 여러 주연 배우들을 흉내 내야지. 정우성, 송강호 같은(웃음)."

축구와 북악산 등산으로 평소 몸 관리를 하는 그는 "건강한 상태로 언제든 작품을 할 수 있게 준비해놔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거창한 목표나 계획보단 하루하루 충실하게 보내겠다는 주의다. 

"흘러가는 대로 건강하게 계속 연기할 거다. 새로운 변신도 시도할 거고. 끝까지 편안한 형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하는 이유가 뭐냐고? 먹고 살아야 하잖나(웃음). 잘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인데. 그리고 너무 좋다. 같이 영화 이야기하는 게 너무 재밌다. 되게 부끄러운 얘긴데 어렸을 때 나름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자는 큰 그림은 있었다. 한쪽으로 치우치면 사람들 눈에 띄고 금방 유명해질 수 있겠지만 동시에 자신이 소진되고 말 것이다. 운동하고 책 읽고 그래야지. 뒤처지지 않게 꾸준히 운동하고 책 보는 수밖에 없다. 제가 주식도 할 줄 모르고, 단순하게 살려고 한다."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잠수함 부함장 역을 맡은 배우 신정근.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잠수함 부함장 역을 맡은 배우 신정근.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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