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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외국인>의 샘 오취리가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대한외국인>의 샘 오취리가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 MBC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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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고등학교는 매년 특별한 졸업사진을 찍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9년부터 시작한 기상천외한 졸업사진 찍기는 매년 인터넷에서 각종 화제를 불러 모았고, 의정부 고등학교만의 연례행사가 됐다.

의정부 고등학교 학생들은 한 해 가장 이슈였던 사건들을 모아 패러디 또는 코스프레하는 졸업사진을 찍는다. 2018년엔 남북정상회담, 곱창 먹는 화사, 축구선수 조현우, 셀럽 파이브 등을 코스프레 해 언론과 SNS를 뜨겁게 달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싹쓰리, 깡, 펭수, 가짜 사나이 등을 따라해 찍은 사진들이 화제가 됐고, 특히 대한민국 임시정부 독립운동가들로 분장한 졸업사진은 네티즌으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논란이 불거진 졸업사진도 있었다. 바로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한 사진이었다. '관짝소년단'은 가나의 장례식장에서 관을 들고 춤추는 장례문화를 흥미롭게 보고 패러디하면서 붙은 이름이었다. 의정부 고등학생들은 '관짝소년단'을 따라 하는 차원에서 얼굴을 흑인처럼 검게 색칠하고 관을 들고 있는 사진을 찍어 올렸다.

이 사진을 접한 가나 출신의 방송인 샘 오취리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020년에 이런 것을 보면 안타깝고 슬프다"라며 '흑인 분장'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인종차별적 요소를 지적한 샘 오취리의 발언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일부 누리꾼들은 과거 샘 오취리가 방송에 출연해 동양인 비하하는 눈 찢는 행위를 했다며 "인종 차별한 사람이 인종차별 당했다고 나무란다"며 샘 오취리를 비판했다.

결국 오취리는 자신의 지난 행동에 대해 사과하며 "학생들을 비하하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 제 의견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이 본질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인종차별적인 행위를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랙페이스 왜 인종차별인가?
 
 
 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게시글. 7일 현재는 지워진 상태이며, "학생들을 비하하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사과문이 대신 올라와있다
 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게시글. 7일 현재는 지워진 상태이며, "학생들을 비하하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사과문이 대신 올라와있다
ⓒ 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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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이라며 올린 샘 오취리의 게시물엔 1만 5천 개가 넘는 '좋아요'와 함께 응원의 댓글이 달렸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게 왜 인종차별이냐'는 댓글도 이어졌다. 일부 네티즌은 '학생들이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걸 따라 하는 거지 않냐?', '얼굴 까맣게 칠한 게 왜 인종차별이냐?'고 주장했다. 

현재 인터넷에서는 갸우뚱한 의견들이 많다. 다수의 사람이 블랙페이스가 인종차별인지에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블랙페이스가 금방 인종차별임을 알 수 있다. 종종 유럽에서 뛰는 한국 축구 선수들에게 상대 팀 플레이어 혹은 관중들이 눈을 찢는 행위를 한다. 눈을 양옆으로 가늘게 찢는 행위는 동양인의 눈을 비하하는 명백한 인종차별 행위다. 눈을 찢는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고 따라 하는 사람도 있다. 그 의미를 알든 모르든 우리는 그런 행동에 굉장히 분개한다. 선수가 혹은 관중이 눈을 찢었다 하면 그 소식은 언제나 스포츠 신문 메인에 오른다. 

블랙페이스가 인종차별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 생각해보라고 하고 싶다. 블랙페이스가 인종차별이 아니라면 눈을 찢는 행위는 왜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는지.          

"어디 공장에서 일해요?" 흑인 향한 차별적인 시선 
    
 2019년 9월 4일, 모델 한현민과 라비와 조나단 형제는 BBC NEWS KOREA에 출연해 한국에서 겪은 인종차별에 대해 이야기 했다.
 2019년 9월 4일, 모델 한현민과 라비와 조나단 형제는 BBC NEWS KOREA에 출연해 한국에서 겪은 인종차별에 대해 이야기 했다.
ⓒ BBC NEWS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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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콩고 왕자'로 유명한 조나단 라비 형제와 모델 한현민씨는 지난 2019년 9월 BBC News 코리아에 출연해 흑인으로 놀림당했던 이야기들을 꺼냈다. 이들은 지난날들을 웃음으로 승화하며 유쾌하게 넘겼지만, 결코 웃을 만한 일은 아니었다. 

조나단씨는 유치원을 지날 때마다 아이들이 "아프리카노 까매 까매" 하고 놀려 유치원 기피증이 생겼다고 밝혔다. 한현민씨는 자신의 곱슬머리에 대해 "자연산이야? 이거 수세미다"라고 놀림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백인에겐 "어디서 공부하느냐"라고 물으면서, 흑인이나 동남아시아 사람에겐 "'어느 공장에서 일해요?'라고 묻는다"며 백인과 흑인을 바라보는 차별적인 시선에 대해 소회를 밝혔다. 

이들은 인터뷰에서 "한국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대한 오해가 많다. 해외 선진국들을 소개하는 영상엔 고속철도, 공항 등 신식 건물들이 나오는데 아프리카를 소개하는 영상은 대부분 원주민 혹은 사냥하는 모습이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는 '가난한 나라'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기본적으로 도움을 줘야 하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아프리카 최대 부호인 알리코 단고테는 2013년 포브스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된 바 있다. 

여전히 폐쇄적인 대한민국
  

예전의 대한민국이라면 서울 한복판에 외국인이 지나가면 신기하게 쳐다봤거나 손가락질하며 얘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샘 오취리가 말한 것처럼 2020년이다. 그리고 우린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한 시대에 살고 있다.

2019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의 수는 1750만 명이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다양한 문화를 쉽게 접하곤 한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몇몇 나라에 대해 폐쇄적이다. 그중 하나가 '아프리카'다. 여전히 우린 흑인을 하등의 신분으로 취급한다. '흑형', '흑누나'란 말을 아무 거리낌 없이 쉽게 내뱉는다. 지하철과 버스에 흑인이 타면 신기하다는 듯 흘깃흘깃 쳐다보기까지 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아직 그들을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증표다.    
  
 아부다드는 과거 MBC <세바퀴>에 출연해 한국 의대에 지원했지만 결과는 1차 탈락이었다고 말했다. 가나에서의 성적표와 교수 추천서를 보고 긍정적으로 반응했던 대학 관계자들이 실제 그의 얼굴을 보고 나서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아부다드는 과거 MBC <세바퀴>에 출연해 한국 의대에 지원했지만 결과는 1차 탈락이었다고 말했다. 가나에서의 성적표와 교수 추천서를 보고 긍정적으로 반응했던 대학 관계자들이 실제 그의 얼굴을 보고 나서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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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MBC <세바퀴>에 출연했던 가나 청년 아부다드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의과대학에 떨어진 사연을 얘기한 적이 있다. 그는 "의과대 담당자와 전화로 이야기할 때 '한국말도 잘하고 성적도 괜찮다'는 얘기를 들어 좋은 결과를 생각했는데, 대학 관계자들이 실제 그의 얼굴을 보고 나서는 태도를 바꿨다"며 "교수님의 추천서도 있었지만 1차 심사에서 떨어졌다"고 말했다. 반면 호주 멜버른 대학교에선 그를 장학금까지 주며 합격시켰다.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건 흑인과 동남아시아인 뿐만이 아니다. 백인도 차별하긴 마찬가지다.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에 출연한 배우 수현씨는 인터뷰 중 인종차별 발언을 들어 국내에서도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녀는 인터뷰 중 해리포터 책을 읽었냐는 질문에 "읽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인터뷰어는 "영어로 읽었어요? 그때 영어 할 수 있었어요?"라고 물었다. 아시아 사람은 영어를 당연히 못 할 것이라는 인터뷰어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우린 한국말을 잘하는 백인을 보거든 "한국 언제 왔어요?", "우리나라 말 잘하시네요? 신기해요"라고 말한다. JTBC <비정상회담> 출연했던 일리야는 이런 질문은 받는 것에 대해 "한국은 이미 글로벌화되었지만, 다수 한국 사람의 마인드는 아직 글로벌화가 덜 됐다"면서 씁쓸함을 토로했다.     

어렸을 때부터 단일민족인 것을 배운 탓인지, 우린 유난히도 외국인에 대해 폐쇄적이다. 가까운 동남아만 가도 굉장히 많은 문화가 조화롭게 섞여 있고 2개 국어 이상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린 그들을 무시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우리보다 더 글로벌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    

샘 오취리의 말대로 우린 2020년에 살고 있다. 2020년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선 글로벌 스탠스에 맞춰야 한다. BBC 코리아 출연한 세 청년은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했으면 좋겠다", "선입견을 안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캠페인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기 전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차별에 대해 한 번쯤 돌아봤으면 한다.     

우리가 인종차별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인식할 수 있게 해준 샘 오취리에게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다. 안타깝게도 우린 여전히 인종차별을 많이 하는 폐쇄적인 국가이다. 그러나 샘 오취리가 말한 것처럼 이번 일에 대해 같이 얘기해보면서 더 좋은 방향으로 우리가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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