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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모퉁이에 심은 동부콩에서 꽃이 피어났습니다. 줄기가 칡넝쿨처럼 무성하게 서로 엉켜 이파리 사이에 드문드문 피었습니다. 장마 기간에 핀 꽃들이 하도 예뻐 휴대전화를 꺼냈습니다.
 
 아름다운 동부콩꽃. 한여름에 피어났습니다.
 아름다운 동부콩꽃. 한여름에 피어났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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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갓 피기 시작한 동부콩. 나비가 앉아있는 것 같습니다.
 갓 피기 시작한 동부콩. 나비가 앉아있는 것 같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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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을 둘러보러 나온 아내가 묻습니다.

"당신, 뭘 그리 사진에 담으실까?"
"동부콩이 꽃을 피웠네. 너무 예쁘네! 당신도 와서 한번 보라고!"


아내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눈에 띄지 않던 동부콩 꽃을 보더니 호들갑스럽게 탄성을 지릅니다.

"콩꽃이 이렇게 크고 깜찍할 수가!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가 앉았어, 나비가! 와! 정말 멋지다!"

그러고 보니 아내 말마따나 꽃이 아니라 나비가 잎에 살포시 앉아있는 것 같습니다. 다가가면 금세라도 나비가 놀라 팔랑팔랑 날아갈 것만 같은 착각이 듭니다.
동부콩 꽃

한여름 모진 비바람에도
서로를 의지하고
하늘 향해 하늘하늘 뻗은 손
 

내숭도 떨지 않고
꾸미지도 않는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연분홍빛 환한 미소

넝쿨 잎 사이사이에
나풀나풀 나비 꽃이 되어
사랑을 묶어주는 갓끈으로 보답하니

그 사랑
바라만 보고 있어도
꿉꿉하고 우울한 것
한방에 날려버리는
 
햇살 같은 선물이여라

-자작시
 
 동부콩꽃이 한 마리 나비가 되어 예쁘게 피었습니다.
 동부콩꽃이 한 마리 나비가 되어 예쁘게 피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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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부콩꽃은 아침나절에 피고, 오후에 들면 꽃잎을 접고 꼬투리가 생겨납니다.
 동부콩꽃은 아침나절에 피고, 오후에 들면 꽃잎을 접고 꼬투리가 생겨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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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맛이 있는 동부콩

콩 종류의 작물들은 대개 꽃의 크기가 아주 작습니다. 넓은 잎 속에 가려 들추지 않으면 콩 꽃은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그런데, 동부콩 꽃은 다릅니다. 여느 콩 꽃과는 달리 그 크기 아주 크고, 오묘한 색깔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냅니다.

동부콩 꽃은 나비 같기도 하고, 꽃 색깔이나 모양이 제비꽃과도 비슷합니다. 잎겨드랑이에 총상꽃차례를 이뤄서 피는데, 꽃잎이 여러 색의 수채화 물감을 풀어놓은 듯 참 예쁩니다.

동부콩은 아침나절에 잠깐 활짝 피다가, 뭐가 급한지 오후에는 시들어버립니다. 시든 꽃잎은 나비가 날개를 접은 모양입니다.

"벌써 꼬투리가 달린 것도 있어?"
"꽃이 피면 열매가 달리는 게 당연하지!"


아내는 꽃이 진 자리에 달린 꼬투리가 신비스러운 듯 만져봅니다. 동부콩은 꼬투리가 무척 깁니다. 마치 갓끈을 닮았습니다. 그래 갓끈콩이란 별칭을 가지기도 합니다.

쓰임새 많은 동부콩
  
 동부콩은 넝쿨줄기로 서로를 감고 무성하게 자랍니다.
 동부콩은 넝쿨줄기로 서로를 감고 무성하게 자랍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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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는 예전 우리 고향에서는 돈부라고도 불렀습니다. 울타리 밑에 심어 넝쿨을 올려 추석 임박하여 거둬들였습니다.  

"추석 때 모싯잎 송편 빚었지? 송편 소로 사용한 콩이 동부콩이야. 송편 속 포실포실한 동부콩 맛, 당신 알아?"

아내도 옛 추억을 생각하며 내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수확할 때 덜 익은 동부 풋콩은 까서 밥 지을 때 넣어 먹고, 완전히 익은 것은 추석 때 송편 소로 넣어 먹었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는 식량을 아끼려고 매 끼니 콩을 넣어 밥을 안쳤습니다. 나는 물리도록 먹은 콩밥이 싫어 콩을 골라내다 혼난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동부콩은 골라내지 않고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내가 동부 잎을 차곡차곡 몇 장을 땁니다.

"당신, 콩잎은 왜 따?"
"쌈 싸먹으려고!"
"콩잎으로 쌈을?"
"우리 친정어머니는 이걸로 장아찌도 담그고, 쪄서 쌈도 싸먹었어!"


아내는 추억이 깃든 동부콩 잎을 보고 쌈이 생각난 모양입니다. 후딱 한줌을 따고서, 내게는 오이고추 몇 개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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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부콩잎을 쪄서 쌈으로 먹으면 부드러운 맛이 괜찮습니다.
 동부콩잎을 쪄서 쌈으로 먹으면 부드러운 맛이 괜찮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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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동부콩잎을 쌈장과 함께 쌈 재료로 맛나게 먹었습니다.
 우리는 동부콩잎을 쌈장과 함께 쌈 재료로 맛나게 먹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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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잎을 흐르는 물에 씻고 솥에 찝니다. 싹뚝싹뚝 썬 오이고추로 된장에 버무려 쌈장을 만들었습니다. 찐 동부콩잎 한 장을 밥에 쌈장을 얹어 싸 먹어보니, 그 맛이 부드럽고 색다른 맛이 납니다. 아내는 옛날에 먹었던 맛이라며 행복한 표정입니다.

나비가 날아와 앉은 것 같은 동부콩꽃. 막 생기기 시작한 콩 꼬뚜리는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 똑똑 여물어 갈 것입니다.

아내는 마지막 한 장까지 콩잎 쌈을 맛나게 먹으며, 가을이 기다려지는 모양입니다.

"여보, 추석이 시월 초하루네. 올 추석 때는 동부콩 소를 넣은 송편 한번 빚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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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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