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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재인 정부가 사회경제개혁에서 방향을 잃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오마이뉴스와 사회경제개혁을 위한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문재인 정부 사회경제개혁 정책을 긴급 점검하는 칼럼을 총 4회에 걸쳐 싣습니다. 다룰 주제는 부동산 정책, 전국민고용보험제, 그린뉴딜, 재벌개혁입니다.[편집자말]
4월 총선은 코로나19 위기의 와중에 민주당의 대승으로 끝났다. 그 뒤에도 서울 등 대도시의 아파트값 폭등, 긴 장마, 전국적인 수재 등으로 민심이 어수선하다. 대패한 제1야당의 지지율이 승리한 여당의 지지율과 엇비슷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을 뽑은 학자들 가운데도 이제 그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는 말들을 종종 듣는다. 필자는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았기에 이 글을 쓴다. 경제적폐세력에 굴복할 수 없으므로 촛불정부에 대한 희망을 아직 품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파기횐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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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폐세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던 3년 전까지만 해도 재벌개혁 하면 '협력업체' 갑질 근절, 일감 몰아주기 근절, 기술 탈취 근절, 소액주주권 강화 등으로 기업생태계 정상화가 주 내용이었다. 중소기업벤처부까지 생기고, 김상조 교수가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재벌개혁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헛꿈이었다. 3년하고도 3개월이 지난 현재, 이재용 부회장과 그 세력들의 법질서 문란이 극에 달하여,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다른 모든 개혁 과제가 무용지물이 되는 심각한 나락에 빠졌다. 돌이켜 보자.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자면 그룹 주력사인 삼성전자 주식을 가진 삼성물산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재용은 삼성물산 주식이 없다. 그래서 에버랜드와 먼저 합병한 제일모직 주식을 가진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하려고 제일모직이 40%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이익을 4조원 이상 분식하여 사기를 친 것이다. 연이어 제일모직과 이재용에게는 유리하고, 삼성물산에는 불리한 합병이 불법으로 이루어졌다.

2015년 5월부터 불과 수개월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삼성물산 소액주주는 물론, 삼성물산에 투자한 국민연금도 수천억 손해를 보았다. 회계사기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법인의 회계사기는 해당 기업 주식투자자뿐만 아니라, 경쟁기업 주주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미국 같은 자본주의 선진국에서는 수십 년 징역형에 처한다. 삼성이 최서원(최순실)에게 준 100억 원 가까운 뇌물죄에 비해 훨씬 무겁다.

2018년에 삼바의 회계사기를 밝혀낸 것은 금융감독원이다. 그 뒤 금융위원회 내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거래위원회를 거쳐 회계사기임이 확정되고 검찰에 고발되었다. 검찰은 1년 8개월 수사하였고,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였으나 증거인멸 혐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장이 기각되었다. 이어 문재인 정부 초대 검찰총장인 문무일이 만든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기소도 하지 말라고 권고하였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수사심의위원회 제도가 전·현직 대통령보다 더 강한 이재용에게 면죄부를 주는 처참한 일이 벌어졌다. 이를 빌미로 아직도 회계사기범 이재용은 구속은커녕 기소조차 안 되고 있다. 삼성 광고로 먹고사는 언론들은 '기소유예설'까지 퍼뜨리고 있다. 이게 나라인가?
 
이병철 삼성 창업자는 사카린 밀수로 재판에 넘겨진 후, 당시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해야 했다. 박정희 독재 시절의 법질서 수준으로라도 이재용은 감옥에 가고 삼성물산은 국가에 헌납해야 한다. 회계사기는 밀수보다 더 중범죄다. 불법부패세습(불부세) 재벌총수에 대한 법의 위상이 법 전문가인 문재인 민주정부에서 박정희 독재시대에 비하여도 더 초라하다.

삼성그룹 2대 세습자 이건희 회장은 아들딸에게 어린 나이에 계열사 지분을 갖게 하려고, 에버랜드 전환사채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라는 파생금융상품까지 동원하였다. 이런 불법행위로 100억 원 이하 증여받은 돈을 불려 이재용은 지금 7~8조원을 가진 큰 부자가 되었다. 게다가 경영권까지 세습 받은 것이다. 전환사채는 무죄,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이건희 집행유예 5년으로 끝났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 사법부 수준은 여전히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는 수준 이하였다. 이들이 이건희를 엄벌하였다면 이재용으로의 불법 상속은 단절되었을 수도 있다. 이건희 가문의 사법부 장악력은 민주당 정부라고 다르지 않았다. 법치를 위해서는 사법부 개혁이 선결되어야 함을 깨닫게 한다.

2015년 세월호 참사 직후 이건희 회장이 쓰러졌다. 그 이후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여러 작업이 이루어졌고, 박근혜를 조종하는 최서원(최순실)에게 100억 가까운 '뇌물'을 주고, 촛불 혁명으로 세상에 그 뇌물수수의 실상이 드러났다. 그것만으로 1심은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정형식 판사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고, 이재용은 교도소에서 350여 일 만에 나왔다. 2018년 2월 초이다. 그리고 2년 반이 지났다. 그 뒤에 삼바의 회계사기가 추가로 밝혀진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계속 경제를 살려야 한다면서, 이재용을 여러 번 만나고 투자를 요청하였다. 촛불정부의 위상이 추락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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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힘
 
아, 불부세 재벌총수 이재용의 힘은 얼마나 세단 말인가? 2016년 말까지 현직 대통령이었던 박근혜보다 훨씬 더 센 것은 틀림없다. 박근혜는 각종 죄목으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이재용은 뇌물 제공부분만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의 파기환송 취지에 맞게 실형을 선고해야 할 고등법원 정준영 판사는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하여 준법경영을 하면 감형을 하겠다는 식의 재판진행을 한다. 또 하나의 법률 막장드라마를 쓰고 있다.

박근혜는 1심에서 3심까지 노골적으로 편들어 주는 판사가 거의 없었는데, 이재용의 경우에는 정형식, 정준영 두 고법 판사에,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 등 법도(法盜)들이 즐비하다. 동원된 변호사 수만 보더라도 이재용은 여럿인데, 박근혜는 손가락으로 셀 정도이다. 윤석열 스스로 검도(檢盜)라는 누명이 억울하면, 이제라도 이재용을 기소하면 된다. 그러면 예상컨대 사법부 1심에서는 뇌물죄보다 무거운 징역 10년 이상의 판결을 해야 하지 않을까? 뇌물죄와 합산하여 15년 이상. 그래야 박근혜가 덜 억울하지 않을까?
 
불부세 이재용을 법 아래 두려면 삼성전자서비스 등 모든 계열사의 노동탄압, 불법파견, 삼성생명의 보험사기 등 수년 동안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약자들의 주장도 수사하고 기소하고 재판하여 법치의 최소한이라도 구현해야 한다.

삼성 비호 언론은 20년 전보다 더욱 늘었다. 조중동과 종편은 물론 모든 경제지가 불부세 비호언론이다. 그밖의 여러 신문도 삼성의 광고 압력에 굴복한 지 오래다. 어느 한겨레 기자는 아예 이재용의 측근이 되었다. 이재용의 언론장악력이 문재인 대통령의 언론장악력보다 10배 이상 센 듯하다. 전문가, 교수라는 신분으로 언론에 자주 나타나는 자들, 그들을 동원하는 힘도 대통령보다 이재용이 더 센 듯하다. 심지어 고위 공무원에 대한 영향력도 기재부, 산업통상부, 금융위 모두 이재용이 더 센 듯하다. 다주택자들을 청와대와 내각에서 쫓아내고 무주택자를 등용해야 부동산정책이 제대로 되듯이, 모든 주요 경제부처에서 불부세 비호세력을 몰아내지 않으면, 재벌개혁은커녕 법질서도 지켜내기 힘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깃발 뒤로 삼성 서초사옥이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깃발 뒤로 삼성 서초사옥이 보인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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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 확립이라도

문재인 정부가 이재용 단죄를 통해 법치를 확립할 수 있을까? 정체불명 다주택자 김조원 민정수석이 물러난 것은 좋은 징조이다. 법치확립을 위해서는 정책실장보다 민정수석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이재용의 기소에 역할을 할 수 없을까?

이탈리아의 정치인들이 마피아의 영향 하에서 이탈리아 경제를 유로권의 2류 수준으로 전락시켰듯이, 대한민국에선 이재용 등 불부세 재벌 가문들이 촛불정부 하에서도 법을 농단하여 한국과 한국인을 국제적인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다. 태평양전쟁 패전 뒤, 타율적이나마 재벌개혁을 해서 총수 일가들이 재벌에서 축출된 일본, 그런 재벌개혁이 일본 경제의 전후 발전의 주요 원인의 하나라는 것이 통설이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범법자 단죄라는 재벌개혁의 첫걸음조차 못 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청와대 안에도 이재용 비호세력이나 장학생이 수적으로 개혁론자보다 더 많지 않을까 추측한다. 여당에도 친불부세 의원이 많다. 모든 개혁은 특혜를 받아온 기득권세력과의 전쟁인데, 이런 세력 판도로 어찌 법치를 확립하고 재벌개혁을 한단 말인가?

너무 많은 죄상이 드러났기에 이재용은 사실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다.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를 내세워 이재용을 불기소한다면, 삼척동자도 그런 정부를 지지할리 없다.

사법개혁을 통해 재벌개혁이 2단계 본궤도에 오르는 나라, 그런 정부를 원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부터 여러 차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게'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평등, 공정, 정의의 첫걸음은 '이재용 재구속'이다.
 
 6일 오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검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6일 오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검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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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태동은 성균관대 명예교수이자 지식인선언네트워크 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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