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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 행사에서 국군 전사자 147구가 한국으로 귀국했다. 이날 70분간의 행사 곳곳에서 눈물이 번졌다. 긴 기다림 끝의 짧은 만남. 그 의미를 재조명했다.[편집자말]
 요안느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
 요안느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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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펙트!"(respect 존경, 존중)

요안느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의 답변은 감탄사였다. 6.25전쟁 70주년 행사에 참석했던 소감을 묻자 돌아온 반응이다. 이날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가 주관한 행사에서 대한민국은 6.25전쟁 참전국에 대한 존경심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의 답변에서는 70년 전 참전국을 예우하고 기억하는 대한민국에 대한 존경심도 묻어났다.

"평화(peace)와 대화(dialogue)."

요안느 도너바르트 대사가 이날 행사에서 느꼈다는 핵심 키워드이다. 그는 6.25전쟁에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배워야할 교훈도 "평화와 대화의 소중함"이라고 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정동빌딩에 있는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에서 1시간여 동안 만난 그는 '전쟁의 기록과 기억'의 소중함도 전했다. 그와의 인터뷰 내용을 3개 키워드로 재구성했다.

[키워드 ① 존경심] 70분의 특별한 행사, 3가지 핵심 메시지
 
 지난 6월 25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 행사에서 국군 전사자 147명의 호국영웅이 한국으로 귀국했다.
 지난 6월 25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 행사에서 국군 전사자 147명의 호국영웅이 한국으로 귀국했다.
ⓒ 국가보훈처 박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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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행사는 특별했다. 제가 그곳에 참석한 게 영광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당초 행사가 축소됐지만, 네덜란드 총리와 참전국 대표들도 스크린으로 참석했다."

세계 유일 UN군 묘지인 '재한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 의장이기도 한 요안느 도너바르트 대사는 지난 행사 때 22개국의 6.25전쟁 참전국을 대표해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평화의 패'를 수여받았다. 그는 인터뷰 도중에 평화의 패를 들어 보이면서 "정말 무겁다"며 "무언가를 녹여 만든 것은 강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화의 패'를 만든 주물은 6.25전쟁 때 참전했던 22개국의 기억을 한데 합친 것이었다. 미군의 수통, 영국군 참전 배지, 캐나다군 총검집, 프랑스 참전대대 배지, 태국군 반합, 스웨덴 참전 간호사가 사용했던 단추와 놋그릇, 인도군의 들것 손잡이, 이탈리아군 의료용 톱 등이 들어갔다. 여기에 화살머리고지에서 수거한 DMZ 철조망도 한데 녹였다.

그는 "제가 전쟁에 참전한 것은 아니었지만, 참전용사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영광의 패"였다면서 "유엔참전국에 대한 존경의 표시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에게 6.25전쟁 70주년 행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아달라고 했더니 "공군비행기에서 전사자들의 유해가 한구씩 나오면서 70년만에 조국의 품에 안기는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웅장했고 존엄스러웠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300명 탑승객이 비행기 폭파 사고로 사망했을 때 네덜란드 사망자의 유해를 한구씩 옮겼던 과거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70년이 지났는데도, 그분들을 잊지 않고 조국으로 모신 것이기에 큰 의미가 있고, 진심을 다해서 통일을 염원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도 인상 깊었습니다."

요안느 도너바르트 대사가 느낀 행사의 주요 메시지는 존경심이었다. 6.25전쟁 참전국을 잊지 않는 대한민국, 6.25전쟁을 통해 평화와 통일을 배운 대한민국, 마지막으로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전사자들에 대한 극진한 예우였다.

이날 행사의 마지막 순서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122,609명의 전사자를 마지막 한 분까지 끝까지 찾겠다는 국가의 약속을 담은 '122,609 태극기' 배지달기였다. 요안느 도너바르트 대사를 포함한 모든 참석자들은 그 자리에서 배지를 패용했다.

[키워드 ② 기록과 기억] 네덜란드 군인의 딸이 기록한 전쟁의 의미
 
 요안느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
 요안느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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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안느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가 한국전쟁에 참전한 네덜란드 군인의 유가족이 만든 책을 소개하고 있다.
 요안느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가 한국전쟁에 참전한 네덜란드 군인의 유가족이 만든 책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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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6.25전쟁 때 참전했던 네덜란드 군인의 딸이 쓴 것입니다."

요안느 도너바르트 대사는 인터뷰 도중에 두꺼운 책을 꺼내들었다. 제목은 <N.D.V.N>. 네덜란드군이 고국의 자녀들에게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까지 들어있는 총천연색 책자. 네덜란드어로 씌여진 6.25전쟁의 기록이었다. 저자는 프랑스와 아펠스, 책 디자인은 그래픽 디자이너인 그의 동생이 맡았다고 한다.

"딸이 참전한 아빠에게서 들은 이야기와 기록이 망라됐습니다. 네덜란드 전투부대는 강원도 횡성에 투입됐는데, '산악지형이어서 어려웠다' '네덜란드에는 산이 없는데, 산을 정복하는 게 쉽지 않았다' '날씨가 너무 춥다' 등의 이야기도 들어있죠. 참전용사가 조국으로 보낸 편지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전쟁 때 한국 민간인들이 겪은 비극적인 삶도 드러나 있죠."

그는 책장에 붙어 있는 종이 주머니처럼 된 공간에서 크리스마스카드도 꺼내보였다.

"참전용사의 딸이 이 크리스마스카드를 보고 책의 집필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당시 한국의 의복을 볼 수 있고, 아이들이 연 날리는 모습도 그려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카드를 보낸 참전용사는 전투에서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의 아들은 아버지가 사망할 때 끼고 있던 반지를 지금도 끼고 있어요."

요안느 도너바르트 대사는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해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글로 대사관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전했다"면서 "참전용사들이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이분들의 소중한 경험이 잊혀질 수 있었는데, 자녀분의 노력으로 많은 사람들이 당시의 감동스러운 이야기를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참전용사 2명의 유언 "부산 유엔공원에 묻어 달라"
 
 요안느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
 요안느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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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안느 도너바르트 대사는 6.25전쟁을 직접 겪지는 못했지만, 당시 네덜란드 상황을 다음과 같이 기억하고 있었다.

"6.25전쟁 때 네덜란드는 유엔군으로서는 첫 번째로 회원국들을 향해 파병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네덜란드 군인들은 자원입대했고, 6.25 전쟁은 네덜란드가 참여한 두 번째 세계전쟁이었습니다. 네덜란드도 미국의 도움으로 독립을 했는데, 지금도 우리는 다른 나라들의 자유를 위해 함께 싸우고 있습니다."

그는 "6.25전쟁 참전용사를 우선시하는 건 아니지만, 네덜란드는 모든 참전용사들을 예우하고 있다"면서 "매년 5월 4일에는 6.25전쟁 참전비 앞에서 기념행사를 갖고 있고, 전쟁 당시 쓰였던 군복과 메달 등 상징물을 보관하는 작은 박물관이 있는데 매주 목요일 아침에 참전용사들이 만나서 그곳에서 커피도 마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젊은 시절, 먼 이국 땅인 한반도에서 총을 함께 들었던 네덜란드 참전용사 2명이 2년 전에 사망했다. 이들의 유언은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해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요안느 도너바르트 대사는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분들의 전우애가 어떠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면서 "네덜란드에서 유복한 삶을 누렸던 이들은 유가족들이 자주 방문할 수 있는 고국보다 유엔기념공원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2명의 네덜란드 참전용사들이 묻힌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이다. 세계평화와 자유의 대의를 위해 생명을 바친 유엔군 전몰 장병들이 잠들어 있다. 전 세계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영원한 기록과 기억의 공간이자, 예우의 공간이기도 하다.

[키워드 ③ 평화와 대화] 네덜란드를 감동시킨 K-방역마스크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김은기)는 6.25전쟁 22개국 유엔참전국 마스크 지원 수송행사가 열린 지난 8일 김해국제공항에서 물품 적재를 점검하고 있다.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김은기)는 6.25전쟁 22개국 유엔참전국 마스크 지원 수송행사가 열린 지난 8일 김해국제공항에서 물품 적재를 점검하고 있다.
ⓒ 국가보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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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는 '끝까지 찾아야 할 122609 태극기 캠페인'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왔다. 지난 7월 27일에는 6․25전쟁 당시 함께 대한민국을 지킨 22개국 195만 유엔 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에 감사한다는 의미로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요안느 도너바르트 대사는 "올해 행사를 보면서 대한민국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참전국과 참전용사들을 잊지 않고 감사를 표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면서 "대한민국의 유엔 참전군 재방한 프로그램으로 방한한 네덜란드 용사들도 폐허가 됐던 한국의 눈부신 발전상을 보면서 너무 자랑스럽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6.25전쟁에서 어떤 교훈을 얻어야할까? 그에게 물었더니 "전쟁의 참혹함"이라고 답변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평화의 소중함'이다. 그는 "6.25전쟁을 통해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는 전쟁의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지를 배워야 한다"면서 "피를 흘리며 죽어간 수많은 사상자들이 전해주는 핵심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빌어서 한 가지 덧붙였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대화'의 중요성이었다.

"정전협정 때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갈등이 생길 때 전쟁을 방편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잔인하고 헛된 전쟁에서 해결책을 찾은 이후가 아닌, 그 전에 대화를 통해 서로의 차이점을 줄일 수 있는 지혜를 모든 국가가 배워야 한다고 말했죠. 6.25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지나고 있지만, 이 말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평화와 대화가 중요합니다."
     
대화는 비단 갈등과 분쟁의 대상자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또 말로만 주고 받는 것도 아니다.

"코로나19로 전세계가 패닉 상태에 빠졌을 때 대한민국이 전 세계 참전용사들에게 'K-방역마스크'를 전달하는 것을 보고 감동했습니다. 70년 전 참전에 대한 보답이었죠.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도 한국전참전용사협회와 함께 요양원에 계시는 유엔참전용사들에게 마스크를 전달했습니다. 우리도 마스크가 부족한 상태였고, 대한민국도 마스크를 수출 금지할 정도의 상황이었는데, 너무 고마웠습니다. 이 사업에 대해 네덜란드 신문에도 실리기도 했습니다."

K-방역마스크 역시 대화였다. 6.25전쟁에 참여했던 참전국에 보내는 고마움의 표시이자, 계속해서 함께 하자는 평화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지난 5월에 한국 정부는 네덜란드에 생존해 있는 170여명의 참전 용사와 이들을 돌보는 가족, 의료진을 위해 총 2만장의 마스크를 전달했다. 22개 참전국에게 보내준 마스크를 합치면 총 100만개에 이른다.

당시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는 "대한민국이 큰 위기에 처했던 6·25 전쟁 당시 유엔참전용사가 보여준 희생과 공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마스크를 지원한다"면서 "22개 참전국 모두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으로, 특히 이 바이러스에 취약한 고령의 유엔참전용사(평균 88세)에게는 마스크 지원이 매우 시급한 실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요안느 도너바르트 대사는 "당시 한국에 있어서 마스크를 전달받은 참전용사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저에게 전달된 사진만 봐도 한국 정부에 너무 고마워하는 마음이 읽혀졌다"면서 "네덜란드는 대한민국과 함께 전 세계의 평화와 법치주의의 수호를 위한 국제적인 동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주한 네덜란드 대사로서 한국과의 관계 증진 등을 위해 한 마디 보탰다.
 
 요안느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
 요안느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rk 6.25전쟁 70주년 행사에서 받은 기념폐를 보여주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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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은 네덜란드와 대한민국의 수교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선 무역의 경우, 대한민국은 중국 다음으로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입니다. 한국도 네덜란드를 유럽으로 갈 수 있는 길목으로 보고 있고 주요 교역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죠. 양국간 유학생들의 교류도 튼튼합니다. 사실 이게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죠.

최근 네덜란드에서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는데, K-뷰티, K-POP 때문입니다. 한국사람 중 네덜란드 건축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전반적인 양국 관계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법치주의와 기후변화, 인권 등 사회 전반의 영역에서 서로를 지지하고 협력할 수 있는 좋은 관계를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70년 전 네덜란드는 6.25전쟁 참전국이었다. 지금은 주요 경제 교역국이며, 서로의 문화와 교육 등 사회 전반의 관계를 나누는 관계로 진화하고 있다.

[* 통역 : 류예나(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기획단 통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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