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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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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10시,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린 곳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조선시대 훈련도감과 훈련원터였던 이곳은 일제강점기에는 '경성운동장'이었고, 해방 후에는 '서울운동장'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동대문운동장'이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에게 익숙한 곳이다.

특히 일제강점기인 지난 1935년 이곳에서는 고 손기정 선생이 10000미터 경기에서 1위를 했고, 다음해(1936년) 고 남승룡 선생과 함께 베를린올림픽에 출전해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의 쾌거를 이루어냈다. 시상식에서 손기정 선생은 월계수 묘목으로 가슴의 일장기를 가렸고, 남승룡 선생은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았다. "승리의 영광을 바칠 나라가 없었"(문재인 대통령)기 때문이다.

해방 직후인 지난 1945년 12월 19일에는 '대한민국임시정부 개선 전국환영대회'가 열렸고, 그 자리에서 백범 김구 선생은 "전 민족이 단결해 자주.평등.행복의 신한국을 건설하자"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4년 뒤인 지난 1949년 7월 5일 100만 명의 조문객들이 모인 이곳에서 한평생 독립운동에 헌신한 그를 떠나 보냈다. 

그런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로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나라"를 제시하면서 이를 "헌법 10조의 시대"라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모두가 함께 잘 살아야 진정한 광복"이라고 강조했다.

"결코 우리 정부 내에 모두 이룰 수 있는 과제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저는 오늘 75주년 광복절을 맞아 과연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광복이 이뤄졌는지 되돌아보며, 개인이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나라를 생각한다"라며 "그것은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는 헌법 10조의 시대다,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다"라고 말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돼 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그동안 자유와 평등의 실질적인 기초를 탄탄히 다지고, 사회안전망과 안전한 일상을 통해 저마다 개성과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한 사람의 성취를 함께 존중하는 나라를 만들고자 노력해왔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코 우리 정부 내에서 모두 이룰 수 있는 과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그러나 우리 사회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드리고, 확실한 토대를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했다.

특히 대한제국 시절 하와이와 멕시코로 노동이민을 떠난 역사적 사실을 상기시키며 "우리는 해방된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끝내 돌아오지 못한 동포들도 끝까지 기억해야 한다, 나라가 국민에게 해야 할 역할을 다했는지, 지금은 다하고 있는지, 우리는 물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이제 단 한 사람의 국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그만큼 성장했고, 그만큼 자신감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를 위해 희생할 때 기억해줄 것이라는 믿음, 재난재해 앞에서 국가가 안전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믿음, 이국땅에서 고난을 겪어도 국가가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 개개인의 어려움을 국가가 살펴줄 것이라는 믿음,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될 것이라는 믿음"을 열거하면서 "국가가 이러한 믿음에 응답할 때 나라의 광복을 넘어 개인에게 광복이 깃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격차와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것이다"라며 "모두가 함께 잘 살아야 진정한 광복이라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독립유공자 고 최사진 씨의 배우자 박명순 씨에게 대통령 표창을 수여한 후 인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독립유공자 고 최사진 씨의 배우자 박명순 씨에게 대통령 표창을 수여한 후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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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협력이야말로 최고의 안보정책"

또한 문 대통령은 "진정한 광복은 평화롭고 안전한 통일 한반도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꿈과 삶이 보장되는 것이다"라며 "우리가 평화를 추구하고 남과 북의 협력을 추진하는 것도 남과 북의 국민이 안전하게 함께 잘 살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가축전염병과 코로나에 대응하고, 기상이변으로 인한 유례없는 집중호우를 겪으며 개인의 건강과 안전이 서로에게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했고, 남과 북이 생명과 안전의 공동체임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라며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안보이자 평화다"라고 진단했다.

방역 협력과 공유하천의 공동관리, 보건의료와 산림협력, 농업기술과 품종개발에 대한 공동연구 등의 실질적 남북협력을 통해 평화공동체.경제공동체.생명공동체를 이루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인도주의적 협력과 함께, 죽기 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가보고 싶은 곳을 가볼 수 있게 협력하는 것이 실질적인 남북협력이다"라며 "남북협력이야말로 남·북 모두에게 있어서 핵이나 군사력의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안보정책이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의 협력이 공고해질수록 남과 북 각각의 안보가 그만큼 공고해지고, 그것은 곧 국제사회와의 협력 속에서 번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전쟁 위협을 항구적으로 해소하며 선열들이 꿈꾸었던 진정한 광복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라며 "남북이 공동조사와 착공식까지 진행한 철도 연결은 미래의 남북 협력을 대륙으로 확장하는 핵심 동력이다, 남북이 이미 합의한 사항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실천하면서 '평화와 공동번영의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겠다"라고 '남북협력의 재시작'을 예고했다.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 있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의 승소 판결(2018년)과 관련, 문 대통령은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불법행위 배상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라며 "대법원의 판결은 대한민국의 영토 내에서 최고의 법적 권위와 집행력을 가진다"라고 거듭 대법원 판결의 정당성을 확인시켰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원만한 해결방안을 일본 정부와 협의해왔고, 지금도 협의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라며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함께 소송한 세 분은 이미 고인이 되셨고, 홀로 남은 이춘식 어르신은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되자, '나 때문에 대한민국이 손해가 아닌지 모르겠다' 하셨다"라며 "우리는 한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 결코 나라에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3권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의 원칙을 지켜가기 위해 일본과 함께 노력할 것이다"라며 "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본과 한국, 공동의 노력이 양국 국민 간 우호와 미래협력의 다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와 관련,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국민 개개인의 안전, 북한 주민의 안전, 한일관계 등이 개인의 광복, 개인의 인권과 존엄을 규정한 헌법 10조와 다 연결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남북협력, 한일 양국의 노력 등을 언급한 것이 '헌법 10조의 시대'와 연결돼 있다는 설명이다.  

태그:#문재인,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 #헌법 10조의 시대, #남북협력,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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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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