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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호우가 내린 8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교 부근 도로를 지나던 차량이 침수로 멈춰서 있다.
  집중호우가 내린 8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교 부근 도로를 지나던 차량이 침수로 멈춰서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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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힌 집중호우는 기후변화 때문이고, 세계가 안고 있는 과제인 '에너지 문제'와 '기후 변화'를 해결할 대책은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목소리가 있다.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는 14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엄청난 피해를 입힌 집중호우도 이상기후 때문"이라며 "기후변화에선 전기요금 정책이 가장 중요하고,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제사회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온실가스 감축을 최고의 정책으로 삼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에너지전환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박종권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전기요금, 선진국의 1/3 수준... 당장 20% 인상해 소비 억제해야"

- 최근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 집중호우가 이상기후 때문인가.
"우리나라 집중호우는 기상이변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기상이변은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기상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의 폭우와 홍수 역시 그렇다.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바다의 온도가 올라가고 수증기의 양이 증가함으로써 강수량이 증가하는 것이다. 또 대기 온도가 올라가면 지금까지의 대기의 순환 패턴에 영향을 미쳐 예측불허의 기상이변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구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이산화탄소 농도는 하와이 기상관측소 마우나로아 관측 이래 50년 동안 변함없이 상승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가장 최근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417ppm(100만분의 417)을 기록했다. 인간의 등장 이후 최고치라고 한다. 450ppm을 넘으면 지구 평균온도는 2도가 상승하여 돌이킬 수 없는 지구의 대재앙이 시작된다는 것이 기상학자와 대기과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데 얼마나 해야 하는가?
"당장 20% 인상하고 4년 내 추가로 30% 정도는 인상해야 한다. 현재의 전기요금이 너무 저렴하기 때문에 5%, 10% 인상으로는 강력한 전력 소비 억제책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선진국에 비교하면 거의 1/3 수준이다.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1kwh에 평균 기업체가 103원이고, 주택용이 109원이었다."

- 너무 과격한 인상이라고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너무 싸기 때문에 20% 인상해도 금액으로는 별 것 아니다."

-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왜 그렇게 저렴한가?
"우리나라만 원자재가 특별히 싼 것도 아니고 인건비가 싼 것도 아니다. 그리고 국민소득이 낮지도 않다. 그런데도 전기요금이 선진국의 1/3 수준이라는 것은 두 가지 문제 때문이다.

우선 전기요금을 시장 원리에 따라 정해지지 않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정치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kwh에 150원이 정상가격인데 그냥 정부가 120원으로 정하는 것이다. 차액은 국민들이 여러 가지 형태로 분산하여 부담한다.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설비를 하지 않거나 위험한 핵발전소를 더 짓는다. 그리고 국민에게 위험을 전가하고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송전탑 지역이나 석탄발전소 지역주민에게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 또 원전 주변 지역 사람들이 방사능에 소량으로 오랫동안 피폭되면 암에 걸린다. 600여 명이 암에 걸렸는데 소송을 해도 보상을 해주지 않고 이주를 원해도 들어주지 않는다. 그리고 국민들은 싼 전기를 펑펑 쓴다. 후진국이나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 그렇다고 요금을 인상하면 기업들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불만이 높고 가정에서도 불만이 생길 텐데.
"우리나라 가구당 소득대비 전기요금 부담률은 1.5% 수준이고 기업체 또한 제조원가 중 전기요금 부담이 1.7% 정도이다. 서비스 업종은 0.5% 수준이니 전기요금은 거의 공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20% 정도 인상해야 기업들이 전기 소비 줄이는 데 노력할 것이다.

현재 전기요금이 워낙 싸기 때문에 20% 인상해도 충분히 감당할 만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한 가정의 월평균 전기사용량은 277kwh이고 전기요금은 2만 6754원이다. 부가세 2675원과 전력산업기반기금 980원을 합치면 3만 400원이다. 20% 인상하면 3만 6000원이 된다. 6000원 정도 더 내게 되는데 한 달에 그 정도는 큰 부담이 아닐 것이다.

기업의 경우는 제조업체의 원가부담률이 1.7% 정도인데 20% 인상되면 1.7%가 2%로 된다. 제조 요소 중 전기가 가장 중요한데 2% 정도는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20% 인상하면 전기 소비량을 줄여 실제 내는 전기요금은 20%보다 적게 낼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경우 연간 전기요금을 1조 원 정도 낸다. 그런데 20% 인상하면 1조 2000억 원이 된다. 2000억 원을 더 내는 것인데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 규모가 250조 원이니까 2000억 원은 0.08%에 불과하고 전기 소비를 줄이면 아마 1000억 원 정도 더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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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재생에너지가 확대된다는데, 왜 그런가?
"그렇다. 정부가 태양광이나 풍력에 재정지원을 하더라도 설치량이 폭발적으로 확대될 수 없다.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들이 태양광을 외면하는 것은, 전기요금이 워낙 싸서 태양광을 목돈 들여서 굳이 설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 달 전기요금이 겨우 3만 원인데 얼마나 더 줄이겠다고 목돈 들여서 설치할 마음이 생기겠는가."

- 독일이나 유럽선진국에서는 태양광, 풍력이 많은데 전기요금이 비싸서 그렇다고 볼 수 있나?
"그렇다. 독일 사람들은 지구를 위하는 마음이 특별해서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고 전기요금이 비싸고 또 태양광 발전비용도 싸니까 너도나도 설치하는 것이다. 물론 지구를 위한 마음도 우리보다는 낫겠지만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이득이 되니까 태양광을 선호하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 또한 풍부하다. 독일의 경우 한 가정이 한 달 평균 재생에너지 발전기금 2만~3만 원을 낸다.

우리나라도 전기요금을 대폭 올려서 전기요금 지급에 대한 부담감이 어느 정도 있어야 태양광을 설치해서 절약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러면 태양광 설치량이 늘어나고 설치비용 또한 하락한다.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 우리나라도 태양광 설치하면 정부에서 설치비를 지원해주지 않나?
"물론 지원해주고 있지만 예산 범위 내 선착순이라 금방 마감이 될 정도로 지원금 자체가 적다. 금년에 주택 태양광 지원금 전체가 650억 원이다. 3만 가구 지원이면 끝이라 금방 마감된다.

독일이나 유럽선진국처럼 전기요금에 재생에너지 발전기금을 부과해서 그 돈으로 재생에너지 설치비용을 지원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전기요금을 20% 인상하면 1년에 12조 원이 된다. 이 중 절반이라도 재생에너지 지원금으로 활용하면 우리도 금방 선진국 수준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다.

그러면 전력 소비가 줄어서 국가적으로 이득이고 파리협정 탄소 배출 감축 목표도 달성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기후변화 못 막으면 10년 후 후회해도 소용없어"

- 재생에너지와 기후변화는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기후변화는 대기 중에 있는 온실가스 때문이다.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가 80% 정도로 대부분이고 이산화탄소는 화석연료를 태우면 발생하는 것이다. 석유, 석탄, 가스발전소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발전소 중에서도 석탄발전소가 대부분 온실가스를 배출하므로 석탄발전소를 중단하고 대신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들어 써야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국가가 석탄발전소를 없애고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 우리나라 재생에너지도 많이 설치하지 않았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OECD 국가 중 꼴찌다. 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이 5% 미만이다. 과거 1%와 비교하면 많이 확대되었지만, 독일은 이미 45%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10배다."

- 태양광발전소 지역에 이번에 산사태가 많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인지?
"우리나라 산지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는 모두 1만 3000여개소이다. 이번에 폭우로 파손된 태양광은 모두 12개소(건설중 4개, 가동중 8개)로 0.09%에 불과하다. 산사태는 아니고 토사유출 수준이며 인명 피해도 없었다. 태양광이 문제가 아니라 토목공사를 부실하게 한 것이 원인이다. 펜션이 무너진 것은 펜션이 문제인가 부실공사가 문제인가? 축사가 물에 잠겨 소가 지붕 위로 올라갔는데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가 문제인 것인데 마치 축산업이 잘못된 것으로 보도한다면 괜찮은가? 정치공세일 뿐이다."

- 최근 미래통합당 윤영석 국회의원(양산갑)이 우리나라 신재생 생산 원가가 160~170원이라고 주장하면서 원전의 2.7배라고 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지원금까지 포함하여 말한 것인데, 한국전력공사의 올해 5월 '전력통계속보'를 보면, 5월까지 태양광 전력구입량이 48억kwh, 구입금액 4300억 원이다. 1kwh에 89원이다. 참고로 석탄발전단가는 88원, 원자력 55원, 가스 111원이다. 태양광 발전단가는 계속 하락 중이다. 아랍에미리트 알막툼 태양광 발전단가는 30원이다. 영국 해상 풍력 발전단가는 86원, 원자력 138원인 점을 감안하면 원자력, 석탄은 이미 재생에너지에 경쟁력을 상실했다." (관련 기사 : 윤영석 "탈원전 재검토 않으면 한전 적자 눈덩이")

- 전기요금 올리면 한전만 배 불린다는 주장도 있는데.
"물론이다. 인상한 전기요금으로는 한전의 적정이윤을 보장하고 나머지는 재생에너지 확대, 피해 지역주민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피해지역 주민이란 원전, 석탄발전소 주변 지역주민뿐 아니라 탈석탄, 탈원전 정책으로 피해를 보는 기업과 노동자들도 포함된다. 독일은 국가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기업과 노동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줬다."
 
세계 각국 전기소비량 비교(단위: TWH,  1인당 소비량은 KWH) (자료:에너데이터)
 세계 각국 전기소비량 비교(단위: TWH, 1인당 소비량은 KWH) (자료:에너데이터)
ⓒ 에너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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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용 전기 소비량은 많지 않다는데 그래도 인상해야 하나.
"그렇다. 우리나라 가정에서는 전기절약을 잘 하고 있다. 전체 전력 소비 중 14% 정도에 불과하다. 가정용 1인당 소비량은 1200kWh 정도인데 일본 2200kwh, 독일 1700kwh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용 역시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다. 사회적 비용, 미래세대를 위한 기후변화 비용을 감안하면 원가 이하다. 전기 소비는 기후변화와 바로 직결되어 있으므로 기업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당연히 절약해야 하고 절약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 그렇다면 한전의 적자는 왜 발생하고 있는지. 대책은? 
"한전은 전기를 생산하지 않는다. 발전회사로부터 전기를 구입하여 마진을 붙여 국민들에게 독점적으로 팔아 이익을 내는 회사이다. 소매상이지. 절대로 손해를 볼 수 없다. 주유소는 원유값이 올라도 내려도 절대로 손해 보지 않는다. 소비자가 돈을 더 낼 뿐이다.

2018년 한전은 전기를 1kwh에 86원에 사서 109원에 팔았다. 그런데 2019년에는 구입가격이 94원으로 올랐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것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 그런데 전기를 파는 가격은 1원이 내린 108원에 팔았다. 1kwh에 9원을 손해 본 셈이다. 1년에 5000억kwh를 판매하는데 그냥 4조 5000억 원이 날아간 셈이다. 1kwh에 23원 정도 이윤을 붙여야 한전은 이익이 발생한다. 인건비, 관리비가 있으니까. 그런데 올리기는커녕 오히려 내렸으니 당연히 적자가 나는 것이다.

한전의 전기요금은 원가연동제가 아니라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한전의 수익은 정부의 결정에 따라 결정된다. 정부는 국민이나 기업의 눈치 보느라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해 한전이 적자나는 것이다. 그리고 한전은 미세먼지가 나오든 말든, 방사능이 위험하든 말든 싼 석탄발전과 원전을 최대한 많이 가동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깨끗한 가스발전은 절반 이상 가동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기후변화를 10년 내 획기적으로 막지 못하면 10년 후 후회해도 소용없다. 볼펜 철심을 조금만 당기면 다시 돌아가지만 강하게 당겨버리면 돌아가지 않는다. 10년이 지나면 지구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대재앙이 시작된다.

미세먼지는 배출을 중단하면 5일 이내 좋아지지만 온실가스는 한 번 배출되면 200년 이상 간다. 200년 지나야 복원되기 시작할 수 있으니 200년 동안 인간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게 된다. 안전한 사회는 그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 비용이 전기요금이라 생각하고 한 달에 전기요금 1만 원 정도 더 내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인들은 여야 모두 유권자의 눈치 보느라 올릴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들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오로지 눈앞의 인기와 재선을 생각할 뿐이다. 국민들이 나서서 올리라고 해야 한다. 어른들이 하지 않으면 청소년들이 외칠 것이다. 그것이 모두 사는 길이다."

태그:#기후위기, #집중호우, #전기요금,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한국전력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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