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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그러드는 줄 알았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재택근무가 도로 늘어나고, 여름방학을 맞아 쉬고 있는 아이들은 개학해도 제대로 학교에 다니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어쩌나? 서로 바빠 늘 엇갈리던 식구들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몇 달째 엉켜 지내다 보니 걸핏하면 티격태격하는데. 다투지 않고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에 매달려 마음 앓이를 하지 않고 바꿀 수 있는 것을 나서서 바꿔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마음을 잘 다스리려면 어떤 것이든지 머리로 파헤치려고 하지 말고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사회개혁가 찰스 파크 허프스는 "가슴에는 뇌가 전혀 모르는 눈이 있다"라고 말했다.

머리로 분석하는 건 다 지난 것을 파헤칠 뿐이다. 가슴은 어제를 떠올리지 않는다. 바로 이제 여기서 일어나는 일에만 반응한다. 그런데 사랑은 언제나 여기서만 피어오른다.

5월 초부터 읽고 있는 책이 있다. <말하지 않고 동물과 대화하는 법>이 그것인데 이 책을 익히면서 적잖이 바뀌고 있는 나를 보면서 놀라고 있다. 식구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을 말하다가 어째서 느닷없이 동물 이야기를 꺼내느냐고 눈이 동그래질 분이 있겠다. 읽어보면 알 테지만 이 책은 명상과 사랑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사람도 동물이다.
  
/ 피 호슬리 / 김영사
▲ 말하지 않고 동물과 대화하는 법 / 피 호슬리 / 김영사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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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동물과 이어지기 어려운 까닭은 가슴을 닫고 있는 탓이다. 사람은 빗장을 걸고 자물쇠까지 걸어 잠근다. 책은 말한다. 동물과 뜻을 나누려면 마냥 사랑한다는 마음을 품어야 한다고. 동물이란 말을 사람으로 바꾸어도 뜻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그러기 쉽지 않다고? 그렇다면 <말하지 않고 동물과 대화하는 법>을 익혀보라. 익힌다는 말을 깊이 헤아리면 좋겠다. 동물과 마음을 나누려면 긴장을 풀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 책을 그저 눈으로만 읽으면 덧없기 때문이다.

조용한 데 앉아 긴장을 풀고, 눈을 감고 가까워지려는 동물을 떠올리며 '너와 내가 하나 되어 네 눈으로 사물을 봐도 되겠어?' 하고 마음으로 묻는다. 마음에 저항이 느껴지지 않으면 그 동물이 내 뜻을 받아들인다고 여긴다. 그 동물이 내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그려보며 '나와 함께 있어 줘서 고마워' 하고 마음먹는다.

한 걸음 한 걸음 동물 마음으로 걸어 들어가 마음을 나누도록 해주는 이 책은, 무엇보다 사랑할 수 있다는 믿음을 굳게 가져야 한다고 일깨운다. 식구들을 비롯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을 때도 믿음을 가지고 다가서면 느낌이 아주 다르다.

내가 이 책을 슬렁슬렁 석 달 남짓 익혀온 결과는 어떨까? 책이 일러주는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일곱 해째 함께 사는 유기견 바니와 거리는 한결 가까워졌다. 움직임이 느껴진다. 물을 달라는지, 간식을 달라는 건지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다. 밥을 달라고 할 때는 아내에게 조른다.

내가 가디건을 걸친 채 누워 있을 때, 바니는 옆에 와서 발로 팔을 툭툭 친다. 이건가 싶어 슬쩍 가디건 자락을 펼쳐주면 거기에 엎드린다. 나도 바니에게 소리 내어 말하지 않고 마음으로 '이리 와서 나처럼 누워' 하면 곁에 와서 눕기도 한다.

식구와는 어떨까? 커피를 내리고 유리 서버를 씻어 물기를 털어 개수대에 얹는 내게 아내가 잔소리를 한다. "물기를 탁탁 잘 털어놓으라니까." 전 같으면 "제대로 털었는데 왜 그래?"라고 하거나 "거참 또 잔소리" 했을 터인데 "알았어. 지난번에 서버를 깨 먹은 뒤로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라서…"라고 한다. 눈에 띄게 말투가 부드러워진 건 달라진 마음결 덕분이다.
  
사랑은 이렇게 드러내는 것이라는 듯이 책갈피마다 애니메이션을 그려넣었다. 정성을 쏟으면 이루지 못할 사랑이 없다는 듯이
▲ 책 갈피마다 사랑 가득하다 사랑은 이렇게 드러내는 것이라는 듯이 책갈피마다 애니메이션을 그려넣었다. 정성을 쏟으면 이루지 못할 사랑이 없다는 듯이
ⓒ 변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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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명상을 할 수 있는 QR코드를 네 개나 심어놓았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읽으면 유튜브로 이어진다. 명상을 처음 하는 사람도 거듭 따라 하면서 서서히 익힐 수 있도록 한 것이 마음에 든다.

책을 사기에 앞서 잠깐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싶은 사람은 유튜브에 <말하지 않고 동물과 대화하는 법>을 쳐보시라. '① 현재 순간 명상 ② 나무 명상 ③ 돌고래 명상 ④ 폭포수 명상'이 차례로 뜬다. 따라 해보면 차분하게 마음이 가라앉는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움츠러든 마음, 명상으로 바로 세워 식구들이나 반려동물과 깊이 어울리면 좋지 않을까.

먹는 버릇이나 운동처럼 무엇이 몸에 배도록 하려면 적어도 100일은 꾸준히 해야 한다. 마음 다스림도 다르지 않다. 좋지 않은 버릇을 고치거나 좋은 버릇을 새로 들이려면 100일은 한결같이 해야 한다. 백일기도란 말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억지로라도 100일 동안은 해야 몸에 익는다는 말이다.

말하지 않고 동물과 대화하는 법 - 동물과 마음을 나누고 싶은 당신을 위한 실질적인 가이드

피 호슬리 (지은이), 정지인 (옮긴이), 김영사(2020)


태그:#말하지 않고 동물과 대화하는 법, #명상, #대화, #마음,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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