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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1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및 확진 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1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및 확진 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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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의 잇따른 경고와 호소도 소용이 없었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2일 이후로도 방역당국은 "일촉즉발의 상황", "대규모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상황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우려는 닿지 않았다. 복수의 감염내과 전문의들이 주장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향조정은 코로나19 확진자수가 3일 연속 세 자릿수를 돌파한 지난 16일에서야 이뤄졌다. 그 사이에 대규모 집회도 진행됐다. 지난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가 서울시의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취소하고 8.15 집회 일부를 허가한 것이다.

재판부가 허가한 8월 15일자 집회는 ▲ 광화문 부근 100명 규모 집회 ▲ 을지로입구 인근 1000명 규모 집회 ▲ 을지로입구 로터리 구간 3000명 규모의 집회였다. 해당 집회는 현재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예상외로 많은 참가자들이 몰렸을 뿐 아니라, 참가자 상당수가 방역 수칙을 안 지킨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14일, "엄중한 상황" 방역당국 경고

앞서 방역당국은 행정법원의 판단 직전까지도 아래와 같이 당부했다. 먼저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13일의 상황을 두고 "일촉즉발"이라고 표현했고, 14일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대규모 집단 유행으로 번질 엄중한 상황"이라고 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 (8월 13일) : "실질적으로 지금이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일촉즉발의 상황입니다. (중략) 최근 환자 발생 관련해서는 소위 조용한 전파 비율 자체가 13.4%로 증가하는 등, 상당히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정은경 본부장 (8월 14일) : "오늘 국내 발생 신규확진자 수는 85명으로, 지난 3월 말 이후 4달 만에 가장 많은 수가 발생했습니다. 지금 수도권은 코로나19 대규모 집단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입니다."

14일 정 본부장은 "절박하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연휴, 그리고 대규모의 도심집회 등으로 확진자가 증폭되어 발생하게 되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8.15 집회 이전부터 코로나19 확산세가 증가 추세로 접어든 이유를 정부 정책에서 찾았다. 방역 기조와 궤를 달리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지난 7월 24일 정부가 교회 소모임을 허용했다, 이어 차례대로 스포츠 관중도 허용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때 정부가 보완책도 만들지 않고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단순히 완화한 게 실책이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집회 허용한 서울행정법원] "수도권 확산세 가속화되고는 있지만..."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일부 보수단체 주최로 문재인 정권 부정부패·추미애 직권남용·민주당 지자체장 성추행 규탄 집회가 열린 가운데 광화문 일대가 일부 통제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서울시의 집회금지명령으로 대부분이 통제됐으나, 전날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과 중구 을지로입구역 등 2곳에서는 개최가 가능해지면서 인파가 몰렸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일부 보수단체 주최로 문재인 정권 부정부패·추미애 직권남용·민주당 지자체장 성추행 규탄 집회가 열린 가운데 광화문 일대가 일부 통제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서울시의 집회금지명령으로 대부분이 통제됐으나, 전날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과 중구 을지로입구역 등 2곳에서는 개최가 가능해지면서 인파가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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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8.15 집회를 허가한 서울행정법원 행정 11부 또한 당시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찮음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다음은 지난 14일 결정문 내용의 일부다.
 
이 사건 결정 시점인 2020년 8월 14일 기준으로 수도권의 확산세가 위 각 집회(다른 대규모 집회) 시점보다 가속화되기는 하였으나,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옥외집회에서 코로나19 확산사례가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 점은 (중략)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전까지의 옥외 집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던 게 더 중요하게 판단했고, 이를 근거로 집회를 허가했다. 앞서 당시 코로나19 확산세를 "일촉즉발"이라 판단한 방역당국의 해석과 대비된다.

재판부는 "13일 0시 기준 서울특별시 확진자가 1735명이라는 피신청인(서울시)의 주장 사유만으로는 집행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도  판단했다.

이밖에 재판부는 "방역수칙은 이 사건 집회에서도 적절히 준수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일부 일탈행위자를 제외하고 이를 준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러한 상황에서 집회의 개최 자체를 금지하여 물리적인 집합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 또한 정당하지가 않다"고 봤다.

하지만 이런 재판부의 판단은 빗나갔다. 이날 집회에서는 다수의 참가자가 지켜야할 최소 1m 이상의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았다. 개중에는 마스크를 턱에 걸치거나 벗는 모습이 영상에 찍히기도 했다. 집회지에서 다수가 모여 음식을 나눠 먹는 사진이 확인되기도 했다.

[집회 금지한 대구지방법원] "무증상 1명만 유입돼도 심각한 위험"

이날 재판부가 집회를 허가한 근거로 든 예는 지난 8월 7일 여의도에서 열린 1만여 명 규모의 집회와 같은날 부산에서 열린 2000여 명의 실내 집회 등이다. 재판부는 "각 집회들로 인해 코로나19가 확산됐다는 사정을 알 수 있는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와 달리, 대구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근거로 5000명 규모의 집회가 허가되지 않은 사례가 있다. 지난 6월 23일 대구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장래아)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집회로 인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우려가 명백하다"면서 아래와 같이 지적했다.
 
이 사건 집회로 인한 코로나 19 감염 확산의 위험은 일반 국민이 사회통념상 수인할 수 있는 혼란이나 불편을 넘는 위험에 해당하고, 이 사건 집회가 그와 같은 상당한 위험을 직접 초래할 개연성은 명백하다.

이어 재판부는 "코로나19는 무증상자 1명만 지역사회에 유입되더라도 심각한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이 사건 처분(집회금지)이 평등원칙 내지 비례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이 "이 사건 집회로 인해 반드시 감염병이 확산되리라고 단언하기 어렵다"며 집회를 허가한 것과 대비되는 내용이다.

법원 판단에 대해 김동현 한국역학회 회장(한림의대 사회의학 교수)은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집회가 허용되는 건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그날 참석자들 사이에서 전파는 이미 시작됐을 거다. 코로나19 잠복기가 5~6일 된다는 걸 고려하면 이번 주말에 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태그:#코로나19,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확진자,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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