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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손에 든 김대중 전 대통령 동상. 김 전 대통령의 고향에 있는 생가에 세워져 있다.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손에 든 김대중 전 대통령 동상. 김 전 대통령의 고향에 있는 생가에 세워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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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다 물난리까지 겹쳐 더욱 힘든 요즘이다. 한순간에 삶의 보금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논밭을 휩쓴 흙탕물을 떠올리는 것도 아득하다. 다시 희망을 가져야 할 때다. 우리의 이웃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모두가 힘을 보태야 한다.

어둠의 시절, 우리에게 희망의 등불이었던 섬을 찾아간다. 평화의 섬으로 통하는 전라남도 신안군에 속한 하의도다. 때마침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8월 18일)도 보냈다.

하의도는 김대중의 태 자리이다. 김대중은 다섯 번의 죽을 고비와 6년의 감옥살이, 55차례의 연금과 10년의 망명생활을 이겨내며 '인동초'라는 별명을 얻었다. 우리 근현대사의 큰 인물이고, 우리 민족의 지도자였다.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으로 첫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노벨평화상까지 받으며 평화의 상징이 됐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김대중 생가와 신안 하의도 주변 풍경. 생가 뒤로는 바다, 앞으로는 염전이 펼쳐져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김대중 생가와 신안 하의도 주변 풍경. 생가 뒤로는 바다, 앞으로는 염전이 펼쳐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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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이 어렸을 때 다녔던 하의초등학교 전경. 김 전 대통령은 이 학교를 3학년까지 다니다가 목포로 유학을 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어렸을 때 다녔던 하의초등학교 전경. 김 전 대통령은 이 학교를 3학년까지 다니다가 목포로 유학을 갔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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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은 하의도에서 태어나 목포로 유학을 갔다. 목포북교초등학교와 목포상고를 졸업했다. 5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71년과 87년, 9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지만 떨어지고 97년 네 번째 도전 끝에 당선됐다.

'김대중(金大中)'이란 이름 석 자를 찬찬히 써본다. 한자로 김(金)이 8획, 대(大)가 3획, 중(中)이 4획이다. 합해서 15획이다. 한글로 써보니 김-대-중- 각 5획씩 모두 15획이 나온다. 한자로 쓰든, 한글로 쓰든 매한가지다. 제15대 대통령이 됐다.

하의도로 가는 길은 신의면(상하태도) 동리선착장에서 시작된다. 목포에서 쾌속선이 이른 아침과 한낮 두 차례 출발한다. 1시간 남짓 걸린다. 자동차를 실을 수 있는 철부도선은 하루 예닐곱 차례 들어간다. 2시간쯤 걸린다. 상하태도에서 연결되는 삼도대교를 건너 하의도로 가고, 섬도 큰 편이어서 차를 갖고 들어가는 게 편하다.

동서화합의 상징, 김대중 생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상과 생가 전경.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면 후광리에 자리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상과 생가 전경.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면 후광리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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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생가에 전시돼 있는 김 전 대통령의 선거 공보물들. 대구노인들의 성금으로 시작된 생가 복원으로 김대중 생가는 동서화합의 상징이 됐다.
 김대중 생가에 전시돼 있는 김 전 대통령의 선거 공보물들. 대구노인들의 성금으로 시작된 생가 복원으로 김대중 생가는 동서화합의 상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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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생가는 신안군 하의면 후광리에 있다. 김대중의 호가 '후광'이었다. 고향마을의 이름에서 따왔다. 김대중은 1925년 후광리 원후광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한학을 배웠다. 하의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던 12살 때 목포로 유학을 갔다. 이후 그 집은 헐리고, 집터는 마늘밭으로 변했다.

지금의 생가는 복원한 것이다.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만 해도, 생가 표지판만 하나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대통령 취임 뒤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생가 복원 얘기가 자연스레 나왔다.

대통령 취임 1주년 때 하의도를 찾은 대구노인복지대학 회원들이 생가 복원에 써달라며 성금 120만 원을 내놓았다. 생가 복원 논의가 본격화됐다. 문중이 나서고, 독지가들이 힘을 보탰다. 1999년 원형대로 복원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가 동서화합의 상징이 됐다.
  
김대중 생가 전경. 생가는 목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면 후광리에 자리하고 있다.
 김대중 생가 전경. 생가는 목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면 후광리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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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생가 뒤쪽으로 세워져 있는 석조 조형물. 김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훑어볼 수 있다.
 김대중 생가 뒤쪽으로 세워져 있는 석조 조형물. 김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훑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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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의도에 한반도 평화의 숲도 조성되고 있다. 전라남도가 오는 2023년까지 추진하는 사업이다. 생가 일원에 소통과 화합의 평화광장, 평화의 숲길과 갯벌정원, 태극마당을 만든다. 생가 뒤편에 난대림을 복원해 후광언덕 숲도 조성한다.

남과 북을 아우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을 되새기는 숲길도 만든다. 생가에서 어린 시절 공부했던 덕봉서당과 하의초등학교를 지나 큰바위얼굴(죽도)까지 잇는다. 큰바위얼굴 앞에 노을공원도 조성한다.

큰바위얼굴도 하의도의 명물이다. 사람의 얼굴을 쏙 빼닮은 섬이다. 하의도 본섬과 부속섬 신도 사이 무인도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우뚝 솟은 코, 움푹 파인 눈, 머리카락이 달린 이마까지 사람과 똑같이 생겼다. 보는 위치에 따라 큰바위얼굴로 보인다. 각도를 달리하면, 갈기가 무성한 사자가 앞발을 벌린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사자바위다.

천사의 섬, 하의도
  
하의도의 명물이 된 큰바위얼굴. 어찌 보면 사람의 얼굴을 쏙 빼닮았다. 각도를 달리해서 보면 갈기가 무성한 사자가 앞발을 벌린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하의도의 명물이 된 큰바위얼굴. 어찌 보면 사람의 얼굴을 쏙 빼닮았다. 각도를 달리해서 보면 갈기가 무성한 사자가 앞발을 벌린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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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하의도 바닷가에 세워져 있는 천사상 조형물들.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어 언제든지,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
 신안 하의도 바닷가에 세워져 있는 천사상 조형물들.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어 언제든지,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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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의도에 천사상 미술관도 있다. 미술관이라고 하면 좁은 공간과 인공조명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미술관은 하의도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들어섰다. 하늘을 지붕 삼고, 태양을 조명으로 활용하고 있다. 누구든지, 언제라도 찾을 수 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까지나 머물 수 있도록 울타리도 없다. 1년 365일 24시간 열려있는 미술관이다.

전시작품도 다양하다. 하의도의 관문인 웅곡선착장 인근에는 하늘과 인간을 이어주는 솟대천사가 줄지어 있다. 바닷가와 해안에는 소망을 이뤄주는 수호천사가 내려와 있다. 농민운동 기념관에는 풍요를 기원하는 농악천사가 흥겨움을 더해준다. 서양의 천사가 우리의 전통문화와도 잘 어우러져 있다.

천사상 미술관은 신안군의 1도(島) 1뮤지엄 정책에 따라 설치됐다. 섬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세워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섬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6·25전쟁 고아 출신의 세계적인 성상(聖像) 조각가인 최바오로(최영철)와 스페인의 크리스티나 델라로사 등 8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지금은 천사조각상과 기념조형물 300여 점이 설치돼 있다. 1m도 안 되는 작은 것부터 큰 것은 3m까지 다양하다. 천사들의 얼굴도 동양과 서양인을 버무린 혼혈 이미지로 만들어 놓았다. 신안군은 앞으로 천사상을 더 설치해 하의도에 천사상 1004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신안 하의도에서 만난 천사상 조형물들. 하의도의 바다와 산, 들을 배경으로 세워져 있다. 야외 미술관이다.
 신안 하의도에서 만난 천사상 조형물들. 하의도의 바다와 산, 들을 배경으로 세워져 있다. 야외 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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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의3도 농민운동 기념관에서 만나는 농악천사들. 사물놀이를 하는 천사들을 형상화했다.
 하의3도 농민운동 기념관에서 만나는 농악천사들. 사물놀이를 하는 천사들을 형상화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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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의3도의 농민운동도 빼놓을 수 없는 섬의 역사다. 옛 하의초등학교 대광분교 자리에 농민운동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악덕 지주와 일제, 미군정 등을 상대로 하의도와 상·하태도 3개 섬 주민들의 목숨을 건 토지탈환 역사를 보여준다. 섬의 민속과 농업 소개는 덤이다.

지난 2009년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하의3도 토지소유권 탈환운동은 동학농민운동과 함께 역사에 남을 자랑스런 운동이었다"면서 "하의3도 농민이 보여준 불굴의 정신으로 끝까지 굴하지 않고 투쟁해서 대통령에 당선되고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하의3도 농민운동은 조선 후기부터 해방 전후까지 360년 동안 이어졌다. 하의3도는 하의도와 상태도, 하태도를 일컫는다. 지금은 상태도와 하태도 사이의 갯벌을 막아서 연결해 신의면이 됐다. 신의면과 하의도는 2017년 준공된 삼도대교가 연결하고 있다.
  
하의3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천일염전. 하의도와 상태도, 하태도 3개 섬이 천일염의 주산지라는 걸 알 수 있다.
 하의3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천일염전. 하의도와 상태도, 하태도 3개 섬이 천일염의 주산지라는 걸 알 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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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일보에도 실립니다.


태그:#하의도, #김대중, #김대중생가, #천사상미술관, #하의3도농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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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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