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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코로나19 선별진료소인 서울의 한 보건소의 모습.
 23일 코로나19 선별진료소인 서울의 한 보건소의 모습.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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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앙!"

아기 울음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방금 전까지 엄마 품에 안겨 곤히 자고 있던, 세 살 쯤 돼 보이던 아이였다. 아이가 엄마와 함께 들어간 컨테이너박스 안에서 의료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울음 섞인 엄마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아이) 머리를 꽉 잡아주세요. 한 번에 해야 빨리 끝납니다. 그래야 아이도 안 힘들어요."
"네, 네, 알겠습니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한 동안 그치지 않았다. 목젖이 찢어질 듯한 그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23일 일요일 오전,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찾은 선별진료소의 모습이다.
 
 23일 코로나19 선별진료소인 서울의 한 보건소의 모습.
 23일 코로나19 선별진료소인 서울의 한 보건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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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한 통, 뜬 눈으로 지샌 밤

21일 금요일 오전, 취재를 위해 사랑제일교회 인근을 찾았다. 교회 측이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전광훈 목사의 입장을 전하는 자리였다(관련기사 : 강연재 통해 대독 전광훈 "더욱 격렬히 저항하라"   http://omn.kr/1oo6l).

혹시 몰라 자가 운전으로 취재 현장을 오갔다. 집에 오자마자 옷가지와 허리띠, 가방까지 세탁기의 '삶음' 버튼을 눌러 빨래를 돌렸다. 휴대폰과 차키 또한 소독제로 세심히 닦아냈다.

그렇게 주말을 맞았다. 22일 토요일 오후 10시 선배 기자로부터 전화가 와 있었다.  그리고 "21일 사랑제일교회 기자회견을 취재한 타사 기사 중 확진 판정을 받은 기자가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교회 측은 17일 월요일에도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이때 그 기자가 현장을 찾았다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었다.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이 코로나19에 집단 확진된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앞에서 전광훈 목사 변호인 강연재 변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문재인 정권 가짜 방역계엄령 규탄 기자회견에'이 열리고 있다.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이 코로나19에 집단 확진된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앞에서 전광훈 목사 변호인 강연재 변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문재인 정권 가짜 방역계엄령 규탄 기자회견에"이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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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러웠다. 그 기자와 아는 사이가 아니라 현장에서 마주하거나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다만 그 기자와 대화를 나눈 다른 기자와 잠깐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부터 그날의 동선 하나하나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갑자기 비가 쏟아져 우산을 사러 들어갔던 편의점에선 혹시? 숨을 내쉬기 위해 잠시 마스크를 들썩였을 땐 혹시? 현장에서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고 취재진에 폭언을 쏟아내던 교회 신도는 혹시? (관련기사 : '턱스크' 한 채 부채질하며 폭언 "코로나 없어! 어디서 교회에 대적해" http://omn.kr/1oo87)

생각이 그렇게까지 이어지자, 이젠 나의 취재 후 동선 하나하나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사랑제일교회에서 한참을 걸어 나왔지만 마감을 위해 들렀던 그 카페는 괜찮을까? 오후 4시가 돼서야 점심으로 라면 한 그릇, 김밥 한 줄을 사먹었던 그 옆 분식집은 괜찮을까? 물을 사기 위해 들렀던 집 근처 편의점은 괜찮을까?

그렇게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 턱스크, 폭언, 삿대질, 부채질... "감히 전광훈에 대적해?" .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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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전에 방문한 보건소

23일 일요일 오전 9시, 질병관리본부 '1339'로 전화를 걸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이란 말이 한참동안 이어졌다. 10분이 지나서야 연결된 상담원은 "질병관리본부에 언론인을 담당하는 주무관이 따로 있다"며 내선번호 연락처를 알려줬다.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대신 해당 주무관 휴대폰 번호로 "문의사항 남겨주시면 최대한 빨리 답신 드리겠다"고 문자가 왔다. 저간의 상황을 문자로 남기자 얼마 지나지 않아 "관할 보건소로 문의하시면 안내받을 수 있다"라고 답변이 왔다.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는 "오후 3시까지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데 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는 현장에서 의료진이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유증상자, 확진자와 밀접접촉자 등이 선별진료소에서 해주는 무료 검사 우선 대상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담당자는 "선별진료소 검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면 일반 병원에서 유료로 검사를 받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23일 코로나19 선별진료소인 서울의 한 보건소의 모습.
 23일 코로나19 선별진료소인 서울의 한 보건소의 모습.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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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라 일반 병원에선 검사가 불가능했다. 검사를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실치 않았지만 노파심에 보건소를 찾았다. 보건소 건물 출입은 통제 중이었고 외부에 진료소가 차려져 있었다. 오전 10시 20분께, 진료소 입구에서 손을 소독하고 나눠준 비닐장갑을 꼈다.

통제선 안에 들어서니 푸른색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계속해서 닦아내도 의료진의 이마에선 땀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눌러쓴 마스크 때문에 호흡이 가쁜지 연신 '헉헉' 거리는 의료진도 눈에 띄었다.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주르륵 놓인 의자에 앉아 자가검진표를 작성했다. '무증상자'에 체크했고, '확진자와 밀접접촉 없음'에 체크했다. 다만 기타 사항에 "21일 사랑제일교회 취재 차 방문, 현장에 있던 타 기자 확진 판정"이라고 적었다.

1m 가량 떨어진 옆 의자엔 노년 남성이 앉아 있었다. 나와 똑같이 무증상자, 확진자와 밀접접촉 없음에 체크한 모양인지, 직원이 "왜 검사 받으러 오셨나요"라고 물었다. 남성이 "○○○교회 신자"라고 답했다. 남성이 말한 교회는 최근 확진자가 여럿 나온 대형교회였다.

씁쓸했던 투덜거림 "외국인이 왜 여기?"

이른 오전이었지만 꽤 많은 인원이 의자에 앉아 대기 중이었다. 내 뒤로도 계속 검사를 받으려는 행렬이 이어졌고 진료소 밖까지 줄이 이어졌다. 대체로 질서가 잘 유지되는 상황에서 검사가 진행됐지만 답답한 모습도 보였다.

전화통화를 하며 대기하던 한 남성은 자기 차례가 됐음에도 전화를 끊지 않고 비닐장갑만 받아든 채 진료소에 입장했다. 약 5분 후 전화를 끊은 그는 그제야 다시 진료소 입구에 가 손을 소독하고 비닐장갑을 꼈다. 검사 대상자를 호명하며 중간중간 외국인의 이름이 거론됐는데, "외국인이 왜 여기 와 있어?", "왜 우리가 외국인까지 검사를 해줘야 돼?"라며 투덜거리는 이들도 보였다.
 
 23일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한 선별진료소를 찾아가자 입구에서 손을 소독하게 한 후 비닐장갑을 나눠줬다.
 23일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한 선별진료소를 찾아가자 입구에서 손을 소독하게 한 후 비닐장갑을 나눠줬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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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쯤 지나 의료진이 내 이름을 호명했다. 무증상자에 확진자와의 밀접접촉이 없었음에도 사랑제일교회 인근에 다녀왔고 그곳에서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에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진단 키트를 받아 든 채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던 그 컨테이너박스에 들어갔다. 소독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유리벽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옆의 안내문을 읽었다. 의료진의 말에 철저히 따라야 하고, 검사가 다소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옆 칸에서 다른 검사자의 헛구역질 소리와 기침 소리가 들렸다.

유리벽 너머엔 의료진과 검사자의 소통을 위한 마이크와 함께 작은 선풍기 한 대가 놓여 있었다. 유리벽엔 의료진이 양 손을 집어넣을 수 있는 두 개의 구멍이 있었고 그 구멍엔 긴 장갑이 달려 있었다. 얼마 후 의료진이 그 장갑에 손을 집어넣었고, 안내에 따라 마스크를 벗고 입을 벌렸다. 나무 막대 같은 걸로 목젖 인근을 여러 차례 훑었다.

이어 매우 얇은 플라스틱 막대가 콧구멍으로 들어왔다. 몇 년 전 독감 검사 때 이미 비슷한 검사를 받아본 적이 있어서 괜찮...은 게 아니라, 알고 맞는 매가 더 아팠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주 깊숙이 막대가 콧속을 드나들었다, 아주 잠깐 '어쩌면 위장을 훑고 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23일 코로나19 선별진료소인 서울의 한 보건소의 모습. 검사 후 보건소 측에서 나눠준 검사자 행동수칙 안내문.
 23일 코로나19 선별진료소인 서울의 한 보건소의 모습. 검사 후 보건소 측에서 나눠준 검사자 행동수칙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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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터진 콧물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채 마스크만 다급히 고쳐 쓰고 컨테이너박스를 빠져나왔다. 11시 20분께, '코로나19 검사자 행동수칙'이 적힌 종이 한 장을 받아 곧장 귀가했다.

다음 날인 24일 월요일 오전 9시 20분, 보건소로부터 문자가 도착했다.

"검사 결과 '음성'입니다. 그래도 생활수칙 잘 지키시기 바랍니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검사 후 꼼짝없이 집에 머물며 봤던 '사랑제일교회 세 번째 기자회견', '일부 교회 현장예배 강행' 뉴스는 여전히 씁쓸함으로 남아 있다. 

항상 경각심은 갖고 있었지만, 한편으론 멀게 느껴졌던 게 코로나19였다. 그렇게 잠깐 마음을 놓는 순간 코로나19가 내 옆으로 다가와 있었다. 알베르 카뮈는 소설 <페스트>를 이렇게 끝낸다.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되지 않으며, 수십 년 동안 가구나 내복에 잠복해 있고, 방이나 지하실, 트렁크, 손수건, 낡은 서류 속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또한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주기 위해 페스트가 쥐들을 다시 깨우고 그 쥐들을 어느 행복한 도시로 보내 죽게 할 날이 오리라는 사실도 그는 알고 있었다."
 
 24일 오전,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보건소로부터 받은 '음성' 확인 문자메시지.
 24일 오전,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보건소로부터 받은 "음성" 확인 문자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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