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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크로스의 대표 취미클래스인 <어반스케치> 야외수업
▲ 리크로스의 대표 취미클래스인 <어반스케치> 야외수업 리크로스의 대표 취미클래스인 <어반스케치> 야외수업
ⓒ 협동조합리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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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변화를 만드는 이들이 먹고사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일과 사람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공간 '리크로스'를 운영하며 오래된 동네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부산 협동조합리워크의 정보경 대표, 정지나 이사를 8월 10일, 기자가 만났습니다. 

- 만나서 반갑습니다! 두 분 소개 부탁드릴게요. 
정보경: 부산에서 재미있는 일과 사람의 교차로인 공간, '리크로스'를 운영하는 협동조합리워크 대표 정보경입니다. 

정지나: 리크로스에서 숨어있는 창작자를 발굴하여 함께 프로그램과 커뮤니티를 개발 및 운영하는 정지나입니다.

- 협동조합리워크(아래 리워크)를 검색하면 '골목길 문화 기획'이라는 키워드가 따라옵니다. '골목길 문화 기획'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가요? 
정보경: 리워크 팀원들이 다 걸어서 15분 거리, 망미동 안에 살고 있어요. 요즘 '슬세권(슬리퍼 신고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권역)'이 뜨는데, 이 동네는 '슬세권'이 전혀 아니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동네를 더 재미있고, 더 다양한 사람들과, 더 의미있는 것으로 채우자며 의기투합했고 그것을 '골목길 문화기획'이라 부르고 있어요. 우리가 발견한 동네 문제를 비즈니스로 풀어내기 위해서 만든 조직이 바로 협동조합리워크이고요.

- 알고보니 망미동 동네 친구들이셨군요! 망미동은 어떤 동네인가요? 
정보경: 망미동은 부산에 사시는 분들도 '아, 광안리랑 해운대 사이쯤 있는 동네?' 이렇게 말해요. 그 정도로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에요. 매력적인 상권이 없어서 망미동 주민들도 소비활동을 하려면 광안리나 해운대까지 나가야해요. 그 흔한 프랜차이즈 커피숍도 없어서, 3년 전에야 이디야 커피숍이 처음 생겼거든요. 광안리 해수욕장이랑 이렇게 가까운데!

정지나: 그런데 의외로 2040 청년인구가 망미동에 많이 거주해요. 낮에는 센텀시티나 해운대로 일하러 나가고 퇴근 후에 망미동으로 돌아와요. 하지만 일터에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마땅한 커뮤니티 공간이 없다보니 동네가 재미없고 자꾸 개인화가 되는 거예요. 혼자 있고 싶어도 고립되기는 싫은 그런 느낌 있잖아요. (웃음)  

- 그러한 공감대가 창업까지 이어졌네요! 협동조합리워크 조합원 분들은 서로를 어떻게 만나셨나요? 그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정보경: 2017년 5월, 도시재생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듣다가 만났어요. 정말 영화같은 순간으로 기억해요. 망미동이 인프라가 참 부족한 동네라서, '이걸 어떻게 해결할 수 없을까?'라는 고민을 개인적으로 오래 품고 있었어요. 서울이 아닌 부산을 선택해서 살기로 했다면, 나 역시 지역에서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도 있었고요. 이왕이면 내가 진짜 살고 있는 동네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당사자가 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제 고민을 털어놓으면 주변에서 한목소리로 '그 동네는 안 돼, 그런 거 관심도 없는 동네야'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하는 거예요. 

그러던 와중에 도시재생 아카데미에서 지금의  조합원들을 만났어요. 모두가 No라고 할 때, Yes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처음 만난거에요! 게다가 각자 NPO, NGO, 공유기업, 문화예술계에서 독립적인 플레이어로 활동하며 실행력을 키워온 사람들이라 불꽃이 파박- 튀었어요. 고민의 농도도 비슷했고요. 그리고 눈빛이 통했어요, '세상에 안 해본 일은 있어도, 안 되는 일은 없지 않나?'라는. (웃음)    

"세상에 안 해본 일은 있어도, 안 되는 일은 없지 않나?"   
협동조합리워크 로고
▲ 협동조합리워크 로고 협동조합리워크 로고
ⓒ 협동조합리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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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나자마자 불꽃이 튀었다! 멋지네요. 회사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협동조합'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각자 독보적인 개성이 있는 만큼 1인 1표제로 의견을 일치하기는 쉽지 않을 텐데요. 
정지나: 우리 모두가 망미동을 삶터로 정했으니, 모두 동네에 주인의식을 갖도록 '협동조합' 형태로 일해보자는 것에 합의했어요. 조합원이 총 5명인데, 공간관리/문화기획/커뮤니티 등 맡은 역할이 다 달라요. 그래서 힘들지 않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저희는 의사결정이 항상 빨라요. 너무 빨라서 일이 늘어나는 게 오히려 문제. (웃음)

정보경: 저는 논쟁의 발화점이 굉장히 높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의견을 조율하는 일이 하나도 안 힘든 거예요. 당연히 언쟁이 있을 수 있고 부딪힘이 있을 수 있지만,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언젠가 팀원들 MBTI 성향을 봤는데 너무 비슷한거에요. 저는 INTJ, 옆에 이사님은 ENTJ. (웃음) 그런데 도시재생이 워낙 이해관계자가 많은 사업인지라, 외부의사결정 속도가 느린 게 힘들다면 힘든 점이죠. 

- 리워크의 첫 성과는 바로 취미공유공간 '리크로스'입니다. 일과 사람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커뮤니티를 지향한다고 하셨는데, 이곳은 도대체 어떤 공간인가요? 
정지나: '리크로스'는 취미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이에요. 도시재생 아카데미를 통해서 408명의 주민들을 만났고, 이 동네에 가장 필요한 인프라가 '느슨한 공동체'라는 걸 알았어요.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이 모여야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커뮤니티가 있을 때 비로소 동네에 오래 정주할 이유가 생기잖아요. 그 열쇠가 '취미'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취미'는 자기를 발견하는 강력한 도구이기도 해요.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야 '나는 누구인지'를 발견할 수 있고, 그게 곧 건강한 커뮤니티로 이어지죠. 리워크 조합원들 역시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넉넉히 보낸 끝에 '동네문제해결'이라는 목표 앞으로 도착할 수 있었거든요. 덕분에 '리크로스'를 만들었고, 이 공간에서 약 1200명이 넘는 주민들을 만났죠.  
 
누구나의 취향저격, <퇴근 후 와인> 클래스
▲ 누구나의 취향저격, <퇴근 후 와인> 클래스 누구나의 취향저격, <퇴근 후 와인> 클래스
ⓒ 협동조합리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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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늘 근사한 취미생활을 꿈꾸지만, 첫 스텝을 내딛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시작이 어렵고 힘든 사람에게 '리크로스' 공간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요?   
정지나: 일단 저희가 재미있게 해드립니다. (웃음) 처음 오셔도 어색하지 않아요! 모든 클래스에 커뮤니티 매니저가 배정되어서 분위기를 풀어드리고요. 자신의 취향을 찾아갈 수 있는 질문을 100개 쯤 준비해놨어요, 난이도별로, 관계의 깊이별로. 이 질문에 대한 호응도가 높은 편이에요.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해줘서 너무 고맙다'라는 참가자도 계셨어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어요. 저희는 만남횟수가 길면 길수록 친밀도가 올라간다고 생각하고 한 클래스를 10~12회짜리 커리큘럼으로 구성했거든요. 그런데 직장인들은 퇴근하고 10회차 클래스를 전부 참석하는 게 엄청난 부담인 거예요. 지금은 한 클래스 당 6~7회차로 종료돼요.  

- 알아보니 'A/S클래스'라는 것도 있던데요? 
정지나: 취미라는 게 혼자서 하면 잘 안 되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진짜 내 취미를 만들 수 있도록 옆에서 꾸준히 관리해드려요. 이를테면 도시풍경을 그리는 수업 '어반스케치' 클래스에 참가했던 사람이면 한 달에 한 번씩 창작자와 함께 그림을 그리는 모임에 참여할 수 있어요. 물론 무료예요. 그렇다고 이걸 너무 세게(?) 관리하면 별로 안 좋아하세요. (웃음) 강약조절을 잘 해야돼요. 

정보경: 입소문을 탔는지 이제는 경남 전역에서 퇴근 후 직장인들이 수업을 들으러 오세요!
 
<어반스케치> 참가자들이 그린 부산의 정경
▲ <어반스케치> 참가자들이 그린 부산의 정경 <어반스케치> 참가자들이 그린 부산의 정경
ⓒ 협동조합리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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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는 소통이나 네트워크로 문제해결 되더라"

- 도시재생을 다루는 비즈니스는 필연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피할 수 없지요. 리워크는 부동산 문제에 흔들리지 않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정보경: 젠트리피케이션은 건물주에 대한 이해나 친밀감이 없을 때 더 자주 발생하잖아요. 지역에서는 의외로 소통이나 네트워크로 문제해결이 가능하더라고요. 마을 일을 하다가 공간에 대한 이슈가 나오면 그걸 선뜻 해결해주시겠다고 나서는 분들을 만나요. '사실 나한테 그냥 놀리는 공간이 하나 있는데, 필요하다면 좀 내어줄테니 뭔가 해볼래?' 하시고요. 

또, 근처에 도움받을 수 있는 관-학이 다 존재하기 때문에 좋은 과정으로 대화를 풀어나갈 수 있어요. 사실 돈만 있으면 해결이 가능한데, (웃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공을 들이는 구석도 있죠. 리워크가 지역을 활성화하려고 수영구에 전략적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저희가 삶터로 정한 곳에 정착을 하려고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을 아셔서 그런 임팩트를 지역 내에서 인정받기도 하고요.  

- 단단하게 쌓아올린 관계가 리워크의 자산이군요. 리워크는 올해로 설립 3년차를 맞이했어요. 국내 스타트업 3년 생존율이 3%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여러 난관을 이겨내고 창업 3년차를 맞은 소감이 어떠신가요? 앞으로의 3년에는 어떤 계획이 있나요?
정보경: 초기 3년은 시간을 탄탄하게 쌓는 작업을 해왔어요. 2018년 11월에 리크로스를 오픈했는데, 2년 동안 공간운영에만 온 힘을 집중했거든요. 앞으로의 3년은 경제적인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해보려고요. 리크로스에서 해왔던 취미클래스를 B2B사업으로 확장하고, 또 모든 클래스의 온라인 영상을 제작해서 온라인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에요. 

정지나: 오프라인 공간도 2곳을 더 확장할 계획이에요. 저희가 오프라인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1년 넘게 하니까, 커뮤니티가 점차 늘어나더라고요. 그분들이 더 지속가능한 만남을 요구하시는데 저희가 갖고 있는 공간이 2층이고 좀 좁아요. 그래서 클래스 결과물을 전시할 수 있는 쇼룸 한 곳과, F&B를 즐길 수 있는 오픈 공간 한 곳을 더 만들려고 합니다. 

- 만약 당장 협동조합리워크에게 3천만원이 생긴다면 뭘 하시겠어요?
정지나: 지역에서 일하면 정말 사람이 답이에요. 사업을 확장하려면 가장 필요한 자원이 바로 '인재'더라고요. 돈이 생기면 함께 으쌰으쌰 할 수 있는 동료를 구하고 싶어요. 부동산, 건축, 마케팅... 제 머리 속에는 이미 채용리스트가 쫙 나와있어요.

정보경: 맞아요! 지금 리워크 조합원이 5명인데, 우리처럼 오래오래 파트너로 같이 일할 수 있는 팀원을 만들고 싶어요.아, 영입하고 싶은 사람 진짜 많다.(웃음)  

- 앞으로 리워크가 꼭 해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정지나: 건물매입이요! 이런 거 말해도 되는 거예요? (웃음) 사회문제 해결에 미션이 강한 조직이 모이면 정말 시너지가 나요. 이를테면 미디토리협동조합하고 저희가 함께 있으면 장난아니죠. 그래서 한 건물을 클러스터로 만들어 사회적기업, 창작자, 협동조합 등 좋은 팀에게 공간을 하나씩 드리고 싶어요. 안정적인 매입, 그리고 지역가치가 선순환되는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정보경: 수영구 뉴딜사업을 잘 해내고 싶어요. 리워크는 '도도수영(도시거주민과 도시방문객을 위한 도시 수영)'이라는 프로젝트로 2019년부터 뉴딜사업을 함께 하고 있는데요. 뉴딜이 완성되었을 때 우리가 사는 동네가 어떻게 변화할지 그 완성된 그림이 무척 기대돼요. 그 변화에 우리가 기여를 하고 있다는 데에도 자부심을 느끼고요. 그래서 이번 인터뷰를 일종의 다짐 같은 것으로 생각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가현씨는 '임팩트 투자'로 사회혁신기업을 지원하는 P2P 플랫폼 비플러스 소속입니다. 본 인터뷰 콘텐츠는 현재 비플러스 공식 네이버 포스트(http://naver.me/FuiBjUjU)에 발행되었으며, 이후 다른 외부채널들에도 공개됩니다.


태그:#로컬, #도시재생, #부산, #공유공간,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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