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방영된 SBS '트롯신이 떴다2 - 라스트 찬스'의 한 장면

지난 9일 방영된 SBS '트롯신이 떴다2 - 라스트 찬스'의 한 장면 ⓒ SBS

 
트로트 명인들의 노래와 입담으로 매주 수요일 밤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줬던 SBS <트롯신이 떴다>가 변화를 맞이했다. 9일 방송부터 <트롯신이 떴다2 - 라스트 찬스>(이하 '트롯신2')로 시즌 및 형식을 완전히 바꾸었기 때문이다. 

시즌2의 가장 큰 특징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의 전환이다. 이미 주요 방송사들이 너도나도 트로트 오디션 예능을 만드는 흐름에 편승해 SBS 역시 기존 <트롯신2> 개편을 계기로 뒤늦게 합류에 나섰다.  

TV조선의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의 대성공은 지상파 및 종편 예능에 트로트 붐을 몰고 왔지만 엇비슷한 구성의 프로들이 난립하다보니 이에 싫증을 느끼게 된다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새 얼굴 발굴에 나선 <트롯신2>는 과연 시청자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무명 가수들에게 기회를... 랜선 심사위원들의 냉정한 평가
 
 지난 9일 방영된 SBS '트롯신이 떴다2 - 라스트 찬스'의 한 장면

지난 9일 방영된 SBS '트롯신이 떴다2 - 라스트 찬스'의 한 장면 ⓒ SBS

 
​<트롯신2>는 이미 활동중인 가수들이지만 대중들에겐 알려지지 않은 무명 트로트 가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여기에 시청자들의 투표를 통해 현장에서 합격과 불합격의 희비가 엇갈린다는 나름의 장치를 덧붙였다. 온라인 생중계로 참가 가수들의 노래를 들은 랜선 평가단들의 지지가 70%를 넘으면 합격, 그렇지 못하면 탈락이라는 간단하면서도 냉정한 평가가 곧바로 이뤄지는 것이다.  

​<트롯신2> 첫 회엔 주현미, 장윤정의 지도를 받은 1년차 신인부터 10년 경력의 늦깎이 유망주들이 등장해 눈길을 모았다. 한의원에서 근무하면서 여전히 꿈을 놓지 않는 참가자부터 나름의 히트곡을 지닌 가수, 몇 해 전 다큐멘터리 출연으로 눈도장을 받기도 했던 인물 등 다양한 사연을 지닌 출연자들은 저마다 갈고 닦은 목소리를 뽐내면서 시선을 집중시켰다. 다른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에선 대부분 대선배들이 평가자(심사위원)로 나섰지만, 여기에선 오로지 코치의 역할에만 전념한다.  

그렇다보니 자신이 가르친 참가자들이 등장할 때마다 그들이 더 긴장하는 다소 특이한 장면도 목격할 수 있었다. 선배 가수들은 현장에서의 호의적인 반응에 비해 실제 투표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기대 이상의 표수를 얻어 합격했을 땐 마치 본인이 예선을 통과한 것마냥 함께 기뻐해주며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격려를 보냈다.

비록 당락의 희비가 엇갈리는 서바이벌 오디션지만 선배 가수와 참가자들의 마음이 하나로 연결되는 훈훈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 속에 <트롯신 2> 첫 회는 무난한 출발을 알렸다. 

실력파 참가자들 대거 등장
 
 지난 9일 방영된 SBS '트롯신이 떴다2 - 라스트 찬스'의 한 장면

지난 9일 방영된 SBS '트롯신이 떴다2 - 라스트 찬스'의 한 장면 ⓒ SBS

 
트로트 열성팬이 아닌 일반 시청자들에겐 대부분 생소한 인물들이었지만, 노래 실력만큼은 기성 스타 가수 못지않은 실력자들이 대거 등장했다. 실력자들은 일찌감치 우승 후보군으로 눈도장을 받는 데 성공했다. 

손빈아는 29살의 비교적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훈아의 명곡 '대동강 편지'를 멋들어지게 소화해 랜선 평가단의 지지를 받았다. 당초 남진의 '미워도 다시한번'을 선곡하려고 했지만 주현미의 조언을 듣고 경연곡을 바꾼 것인데, 전략이 통한 것으로 보인다. 

"10년째 신인가수" 나상도는 제법 인지도가 있는 참가자였지만 회사가 망하는 등 우여곡절로 인해 많은 활동을 하지 못한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나훈아의 '사내'를 택해 86%의 높은 지지율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선배 가수 진성으로부터 "목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좋은 재목이 될 수 있다"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2년 전 KBS <인간극장>에 출연했던 또 다른 참가자 지나 유 역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아침엔 우유배달을 하고 밤무대와 각종 행사를 뛰면서 활동했던 그녀는 최근엔 횟집에서 일하면서 여전히 트로트 가수로서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그는 주현미의 숨은 명곡 '비에 젖은 터미널'을 20대답지 않게 구성진 가락으로 소화하면서 평가단과 선배 가수 모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며 다음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방송 말미에 등장한 박군은 이날 출연자 중 유일하게 히트곡을 보유한 가수였다. 입소문을 통해 알려진 '한잔해'를 불렀지만 여전히 그는 무명가수의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아픈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15년간 직업군인으로 복무했다는 그는 어머니가 하늘나라로 떠난 후 전역한 뒤 뒤늦게 '트로트 가수'로서의 삶을 택했다. 진성의 '가지마'를 열창한 박군은 격려와 채찍질을 아끼지 않았던 장윤정의 바람대로 랜선평가단으로 부터 89%라는 높은 지지 속에 합격했고 눈물 젖은 거수 경례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범람하는 트로트 오디션... 진정성에 승부수 걸어야
 
 지난 9일 방영된 SBS '트롯신이 떴다2 - 라스트 찬스'의 한 장면

지난 9일 방영된 SBS '트롯신이 떴다2 - 라스트 찬스'의 한 장면 ⓒ SBS

 
한편 <트롯신>조차 오디션 예능으로 탈바꿈하다보니 곱지 않은 시선도 생겨났다. 이미 트로트 오디션 예능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기에 '굳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게다가 <트롯신2>의 멘토, 코치로 등장하는 선배가수들은 타 방송사 오디션의 심사위원으로도 대거 출연중이거나 앞두고 있다보니 자칫 프로그램의 색깔을 희석시킬 우려도 자아냈다. 남진만 하더라도 <트롯신> 멤버인 진성, 김연자와 함께 MBN <보이스트롯> 심사위원으로 나오고 있고 하반기 방영되는 KBS <트롯전국체전>에도 설운도, 주현미, 김연자 등과 함께 모습을 모일 예정이다.  

​장윤정 역시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을 비롯해서 MBC <최애엔터테인먼트> 등을 통해 후배 트로트 가수 양성에 관여하고 있다. 대중성+연륜을 겸비한 스타 트로트 가수들이 한정돼 있다는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채널+프로그램 이름만 다를 뿐 동일한 인물들이 여기저기 등장한다는 건 결코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 <트롯신2>로선 이와 같은 예측 가능한 위험 부담뿐만 아니라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동시에 지녔다는 점에서 불리함을 지닌 채 치열한 예능 경쟁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로 '진정성'만큼 더 좋은 선택지는 없다. 각종 축제 등 다양한 무대가 존재하지만 무명 가수들에겐 그마저도 그림의 떡이다. 그들에겐 자신의 노래가 아닌 선배 가수들의 커버곡을 부를 수 있는 기회도 절실한 상황이다.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가수라는 목표 하나만 바라보고 지금까지 살아온 젊은 도전자들의 열정 만큼은 기성 가수들과 비교했을 때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비록 우후죽순 늘어나는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 편승하려는 듯해 아쉽지만, <트롯신2> 첫 회는 기존 오디션 이상의 진정성을 보여주는데 성공하며 시청자들에게 다음 라운드에 대한 호기심 반, 기대감 반을 안겨줬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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