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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마음이 쓸쓸하고 허무할까?
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도 행복하지 않을까?(p.5)

한 달을 책을 읽지 못했다. 책을 빌려놓고 손 닿는 곳에 두고 읽으려고 했고 잠깐씩 일 보러 나가는 중에도 가방에 넣고 다녔다. 그런데 한 자도 읽지 못했다. 책을 펴지 않는 날이 많았고, 책을 펴도 그냥 덮는 날은 더 많았다. 바쁜 탓이었을까? 아니었다. 일주일에 3번, 4~5시간의 상담일, 그것도 상담이 있는 날은 드물었다.

삶의 활력, 내 나이에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벅찬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행복하지 않았다. 행복하지 않으니 마음은 흔들렸고 그 영향은 주어진 상담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도 영향을 미쳤다. 집에 오면 피곤이 몰려왔고 무엇보다 무력했다. 책을 한 자도 읽을 수 없었다.

한 주의 축을 이루는 기본적인 생활패턴의 흐름이 흔들리니 모든 것이 뒤죽박죽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을 겪고 보니 그간의 내 삶은 일을 통해 삶의 의미를 부여받는 시간이었던가 싶었다. 중년의 새로운 삶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삶은 붕 떴고 속은 비어 있었다. 어지럽고 허전했다. 허전함을 메워 줄 수 있는 것을 책이라 생각했을까.
 
 전승환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책표지
 전승환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책표지
ⓒ 다산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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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여 만에 어찌어찌 책을 잡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제목이 지금의 나를 말했다. 저자는 힘든 일이 있거나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책을 뒤적인다고 말했다. 내가 책을 찾는 것은 위로가 필요한 나의 마음이 시키기 때문이었을까. 마음의 요구를 거부하지 않고 따라가는 것이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책을 읽어나가며 하게 되었다. 역시 책에 길이 있었다.

내가 느끼는 허무는 새로 시작한 일 때문이었다. 이 일을 나머지 생애 동안의 고정된 과업으로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책은 말해주고 있었다. 어쩌면 마지막이라는 생각 때문에 주어진 일을 즐길 생각은 하지 못했고 임무를 성실히 완수하겠다는 부담만 갖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런 부담이 즐거워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은 아닐까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만족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지내고 싶다.(p.28)

또 한 가지, 일에 만족하지 못하는 원인이 '내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상담이 전공도 아니었고, 그나마 조금씩 했던 청소년 상담도 아닌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 거쳐야 하는 단계에 숨이 막혔다. 소위 문제아라고 낙인찍힌 아이들의 마음을 들어주고 그들의 상처를 보아주고 "그랬구나, 얼마나 힘들었을까" 공감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지레 겁을 먹었다.

'보람이 있니?'
'내일이 기대가 되니?'

돌아오는 길이면 나에게 물었다. 이미 할 수 없는 일로 단정하고 버거워하며 상담도 상담 역량을 키운다는 강의도 억지로 따라가고 있던 중이었다. 나를 괴롭히는 것은 직업인으로서의 만족이었다.

이제 시작인데 만족이 있을 수 없었다. 가볍게 하고 싶었다고 변명했다. 속으로는 보란 듯이 묵직한 결과를 내고 싶다는 마음 가득인데 가볍게 하는 것을 원한다니. 일의 가치를 두고 마음이 왔다 갔다, 억지 핑계로 나를 변론하기 바빴다. 

중년 아줌마의 힘겨운 도전이 이대로 무너진다는 생각에 절망했다. 같은 일을 하는 다른 사람들은 나와 달라 보였다. 생기 있고 자신감이 넘치고 자부심도 가득했다. 그들이 웃을 때 같이 웃고 싶고 그들의 대화에 참여하고 싶었다. 그들이 즐거워하는 그 일이 내게도 기꺼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새로운 길을 탐색해야 하나. 무엇을 하든 당장 '호랑이 기운'이 필요했다.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느끼는 불안의 좋은 치유책은 세계라는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는 것,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예술 작품을 통하여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불안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애써 거기에 집중하거나 섣불리 제거하려 들지 말고 마음 한편에 그대로 두는 거죠.(p.23-24)

'호랑이 기운'을 낼 수 있는 방법도 책에서 알려주었다. 여행은 할 수 없으니 예술에 몰입해야 한다. 예술을 모르는 사람도 예술에 몰입할 수 있을까. 고개를 젓는데 다른 방법도 알려주었다. 그저 '불안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라'고. '집중하거나 제거하려 들지 말고 마음 한편에 그대로 두라'고. 또는 '조금 못난 나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내 '기준점을 단단히 하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지금 그 정도면 괜찮아. 잘하고 있어. 불안해하지 마. 가끔 내가 물어보기 전에 누가 먼저 말해주면 좋겠다.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넌 참 잘하고 있다고. 지금처럼만 계속하라고.(p.25)

책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었다는 것이 긍정적 사인이 될까. 나는 왜 책을 찾은 것일까. 왜 책을 읽지 못하는 상황을 문제로 인식했던 것일까. 책을 통해 변화의 출구를 찾고 싶다고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것은 아니었을까. 막연하게 그럴듯한 미래가 아닌 진심으로 내가 즐길 수 있는 삶의 방향을 책에서 짚어주길 기대했던 것은 아닐까.

나머지 삶을 즐길 수 있는 일과 읽고 쓰며 나를 세상에 내어 놓는 소통의 출구로서의 글쓰기는, 내게는 삶의 균형을 잡아주는 두 축이다. 꾸역꾸역 일을 하거나, 마지못해 펜을 들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꿈꾸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당신이 전정 좋아하는 일로 성공하고 싶다면, 그 바람을 행동으로 옮긴다면,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그 꿈은 분명 이루어질 것이다. 인생에서의 성공은 꿈꾸는 자의 몫이다.(p.143)
지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내 마음을 알아주는 한 문장이다. 한 줄의 좋은 글은 때로 지울 수 없는 인장으로 찍혀 삶에 영향을 준다.(추천사 중)

상담일을 시작하며 상담을 공부한다. 내담자는 모두 자기 생의 전문가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고 강의에서는 강조한다. 내 삶의 전문가로서 나는 지금 무엇을 찾고 있나. 해답은 본인 스스로 찾도록, 해결한 것은 내담자 스스로 이룬 결과이며 성취는 내담자가 이룬 성취라고 스스로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 고도 가르친다.

자기 삶의 전문가인 내게 책이 말을 걸어오는 시간, 곁에 있어 건드리기만 하면 책 속의 문장과 내가 통하는 순간을 만난다. 오늘처럼 내가 나를 진단하고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의 바닥까지 들여다보고 위로를 건네고, 어떻게 할지 방향을 설정해 주며, 스스로를 인정하도록 지혜를 준다.

저자가 찾은 명문들 중 나를 위로하는 문장을 만난다. 중년의 나이라서 새로운 출발이 힘들게만 느껴졌는데, 그것의 답도 슬며시 던진다. 즐겁게 하고 싶은 것을 용기 있게 실천하라고 내게 말해 준다. 호랑이의 기운과 용기를 얻는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여름 특별판) - 잃어버린 나를 찾는 인생의 문장들

전승환 (지은이), 다산초당(다산북스)(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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