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14일 도쿄 한 호텔에서 열린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경쟁 후보들을 압도적인 표 차로 제치고 총재에 당선됐다. 사진은 14일 총재 경선이 끝난 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는 스가 신임 자민당 총재.
 지난 14일 일본 자민당 총재 경선이 끝난 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는 스가 신임 자민당 총재.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떠날 때는 미련이 없어야 한다지만,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그러지 못했다. 자신이 구축해놓은 대외전략에 강한 미련을 보였다. 자신의 외교전략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내비치면서 말이다.

이임 5일 전인 지난 11일, 그는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한 새로운 안보정책을 연내에 제시하겠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이 전략은 전적으로 수비 전쟁에 치중하는 전수방위 원칙을 벗어나 사실상의 선제공격으로 나갈 수 있는 적 기지 공격론과 연관된다. 안보정책의 근간에 영향을 미치는 이런 정책을 자신의 임기가 아닌 차기 총리 임기 내에 제시하겠다는 '분수 넘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방위대신 된 아베 동생 그리고 야스쿠니신사 참배

스가 요시히데가 신임 총리가 된 16일, 아베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岸信夫) 중의원 의원 겸 전 외무부 부대신이 사상 처음 입각했다. 그것도 방위대신 자리였다. 스가 내각의 국방정책을 아베의 친동생이 관리하게 된 것이다.

기시 노부오가 친형인 아베 신조와 다른 성을 쓰는 것은 기시 노부오가 외삼촌인 기시 노부카즈(岸信和, 1921~2017)의 양자가 됐기 때문이다. A급 전범이자 전 총리인 기시 노부스케(1896~1987)의 아들인 기시 노부카즈는 가업인 정치를 계승할 아들이 없었다. 그래서 조카를 아들로 입양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19일 오전 트위터를 통해 "오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이달 16일에 총리를 퇴임했다는 것을 영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19일 오전 트위터를 통해 "오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이달 16일에 총리를 퇴임했다는 것을 영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 아베 트위터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퇴임 3일 뒤인 19일, 아베 신조는 국제사회가 민감해 하는 야스쿠니신사를 전격 참배하는 대담한 행보를 선보였다. A급 전범들을 포함해 일본 군국주의에 헌신한 이들의 영령을 받드는 곳을 7년 만에 직접 참배한 것이다.

그날의 참배는 신념과 애국심과 정치적 의욕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갓 출범한 스가 내각에 부담을 주는 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스각 내각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메시지였다고도 볼 수 있다.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치료를 명분으로 사퇴한 아베 신조는 이처럼 강한 미련을 남기면서 관저를 나갔다. 만약 스가 요시히데가 12일 열린 자민당 총재후보 토론회 같은 자리에서 아베의 외교력을 칭송하며 '외교 문제는 아베와 상담하겠다'고 공언해두지 않았다면, 관저를 나서는 아베의 마음은 더 무거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바닷길, 일본의 고민

그러나 스가 내각과 일본 정부 그리고 극우세력이 자기 뜻을 충실히 따라준다 해도 아베 신조는 여전히 긴장감을 느끼며 지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주창한 국제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도 그럴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일본이 공동 수행하는 중국 견제책인 인도·태평양 전략이 성공을 거두려면, 일본 밖 변수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판 인도·태평양 전략과 달리 일본판 인도·태평양 전략에서는 원유 수송 문제가 특히 중요하다. 중동산 석유를 구매할 때 미국은 대서양 노선을 이용하지만, 일본은 인도양·서태평양 노선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중국·홍콩·마카오·필리핀·브루나이·베트남 등으로 둘러싸인 남중국해(난지나해)에서는 중국이 인공섬들을 연결해 이곳을 내해로 만들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조성되고 있다. 만약 남중국해가 중국판 지중해가 되고 일본이 중국의 배척을 받을 경우, 아라비아해-인도양-말라카해협-남중국해-동중국해를 거치는 일본의 원유 수송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백악관 집무실서 만난 트럼프와 아베  (워싱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고 있다.
 2018년 6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일본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거기에 있다.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을 배경으로 인도·태평양 항로를 '자유롭고 개방적인 항로'로 만들고자 한다. 해상굴기로 표현되는 중국의 대양 팽창정책에 맞서 '중국으로부터 자유롭고 개방적인 항로'를 만들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원유 수송로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일본의 바람 중 하나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베 신조는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기보다는 인도·태평양전략 하에서 미국과의 공조로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는 방향을 택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중국을 대하듯이 일본이 중국을 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베는 중국의 기운에 편승하기보다는 미국의 기운에 편승해 중국의 기를 누르는 쪽을 택했다.

2018년에 <동서연구> 제30권 제4호에 실린 이정훈 <동아일보> 기자의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 분석'이라는 논문은 "일본이 중국의 해상굴기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은 중동에서 일본으로 이어지는 원유 항로가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 뒤, 이에 대비한 방책 중 하나인 '싱크로나이즈 전략'를 FOIP(혹은 FOIPS,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해 설명한다.
 
"FOIP에 적극적인 호주·인도·일본·미국의 4개국 협력체제에 태평양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호주·프랑스·뉴질랜드·미국의 4개국 방위협력 시스템을 더하고, 이어 영국·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말레이시아가 구축한 5개국 방위체제를 결합시키는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구축돼 있는 지역방위 시스템을 집합시키면 중국의 남중국해 내해화 전략은 국제적으로 고립돼 무산될 수 있다고 본다."

일본판 인도·태평양 전략이 성공하려면, 아프리카 동부 해안에서부터 인도양·서태평양을 지나 일본열도까지 이어지는 바닷길에서 친일 기운이 고양되고 반일 기운이 억제돼야 한다. 그런데 바로 이 점으로 인해 아베 신조를 비롯한 일본 지도자들은 고민을 느끼고 있다.

이 바닷길의 종점에 인접해 있을 뿐 아니라 중국 수도와 가장 가까운 한반도에서 반일 기운이 점점 고양되는 것도 큰 문제다. 핵무기를 앞세운 북한은 물론이고 '식민지배 청산'을 추구하는 한국에서도 반일 기운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한국을 인도·태평양 4각 협력체인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밑의 하위 동맹국으로 둔 상태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 일본 정부의 희망사항이지만, 남북한과 중국의 반일감정이 고조되면 중국이 아닌 일본이 도리어 고립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신경쓰이는 '아세안' 
 
아세안+3 정상들과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아베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 등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11.4
 2019년 11월 4일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 등이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일본의 고민은 이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남중국해 쪽에도 고민거리가 있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이 중국의 팽창을 우려해 미국·일본에 우호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서만큼은 섣불리 휘말리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인도·태평양 항로에서 중국과 외부세계의 갈등이 가장 심각한 곳은 남중국해 지역이다. 그런데 이 지역에 인접한 아세안 국가들에서 친미·친일 기운이 예상만큼 뜨거워지지 않고 있다. 이 지역 국가들은 자신들이 인도·태평양전략과 쿼드의 들러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관해 2019년에 <동북아연구> 제34권 제1호에 실린 김석수 한국외대 교수의 논문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아세안의 역할'은 이렇게 설명한다.
 
"브루나이와 캄보디아 같은 일부 국가는 일본의 FOIPS를 공식적으로 환영하고 있지만, 아세안 자체는 FOIPS와 쿼드(Quad)가 아세안의 역할과 중심성을 주변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 FOIPS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같은 일부 아세안 국가들은 FOIPS를 추진하면 아시아가 두 개의 다른 블록으로 나누어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아세안 국가들이 미국 진영과 중국 사이에서 잘못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자체적인 인도·태평양 협력 개념을 발표했지만, 그 개념은 아세안 중심성 유지, 내정불간섭, 합의적 의사결정이라는 아세안 방식(ASEAN Way)을 강조함으로써 일본 또는 미국 주도의 FOIPS와 의도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양쪽에서 끌어당기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동남아 국가들도 위와 같이 고민에 빠져 있다. 그들은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인도·태평양 전략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트럼프에게 이 전략을 권유했던 아베의 입장에서는 동남아가 특히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현직인 스가 요시히데는 물론이고 퇴임한 아베 신조도 한국뿐 아니라 동남아의 동향에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아베한테는 사퇴 명분인 지병 못지않게 아세안의 동향도 신경 쓰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떠나는 아베가 이러저러한 미련을 보일 수밖에 없도록 만든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었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저서: 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 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신라왕실의 비밀,왕의 여자 등.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