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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동네책방의 내부사진
 여러 동네책방의 내부사진
ⓒ 주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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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이음'이 폐점을 한다는 페이스북 글(관련 링크)을 읽었습니다. 무엇인가가 내 뒤통수를 때리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영업'으로서 한 동네 서점의 폐점은 우리나라 영세 자영업의 현실과 자본주의의 논리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서글픔이 밀려옵니다. 단지 제가 시를 쓰는 작가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동네책방은 어떻게 돈을 버나

동네책방은 자본주의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 까닭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책값을 1만 원이라고 할 때, 동네책방에 입고되는 가격이 대략 7000원 정도입니다. 이것을 공급률이라고 부르는데요, 공급률로 따지면 대략 70%입니다. 만약 정가가 2만 원이면 동네책방에는 1만4000원에 입고가 됩니다. 30%가 남으니까 많이 남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현행 도서정가제에서는 10%를 할인해 줄 수 있습니다. 온라인서점의 경우 기본 10%는 할인이 되고 여기에 추가로 5%의 적립을 추가해줍니다. 온라인서점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동네서점도 어쩔 수 없이 10%의 할인(또는 적립)을 해줄 수밖에 없습니다.

저의 집 근처의 서점도 10%를 적립해 주더군요. 그러므로 책 한 권 판매했을 경우 보통 20~30%의 수익이 발생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면 계산이 될 겁니다. 10권이 판매되면 2만~3만 원, 100권을 판매하면 20만~30만 원이 남습니다. 수치상으로 괜찮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동네책방에서 하루 몇 권의 책을 판매할 수 있을까요.

최근 동네책방 '니은서점'의 노명우 교수가 책 <이러다 잘 될지도 몰라, 니은서점>(클, 2020)을 발매했습니다. 서점을 내는 과정과 어려움을 진솔하게 풀어냈는데요, 저자는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하루에 단 한 권도 팔리지 않는 날이 있다고.

동네책방과 대형서점을 같은 관점에서 볼 수 없습니다. 설마 하루에 한 권도 팔리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을 텐데요, 정말 그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건이 다릅니다. 먼저 위치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대형서점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있습니다. 지하철역과 연결되기도 하죠. 그런데 동네서점의 위치는 어떤가요. 접근성에서 불리합니다. 그러면, 동네서점도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옮기면 되지 않느냐 얘기할 수 있을 텐데요, 사실 불가능한 요구입니다. 월세 때문입니다.

'니은서점'이 연신내라는 곳을 찾아간 까닭이 '월세' 때문이라고 합니다. 유동인구가 많으면서도 최대한 '버틸 수 있는 곳'을 찾아본 것이죠. 월세가 비싸면, 동네책방이 버틸 수 없습니다. 낭독회를 상의하러 '책방이음'에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대학로에 위치한 서점이라서 처음 기대를 했는데요, 책방은 번화가에서 치우친 지하 1층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왜일까요? 월세가 비싸면, 책방은 절대로 유지할 수 없습니다.
 
 조진석 책방이음 대표가 페이스북에 폐업 사실을 알리며 올린 글.
 조진석 책방이음 대표가 페이스북에 폐업 사실을 알리며 올린 글.
ⓒ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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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의 현실은 벼랑끝의 자영업

동네책방도 자영업입니다. 따라서 영업 손실로 폐업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같은 자영업이지만, 동네책방은 단순한 자영업으로 보기보다 '준공공재'로 보는 것이 옳다고 판단합니다. 출판업이나 서점에 왜 과세를 하지 않을까요(도서는 법적으로 부가가치세가 면제됩니다). 책은 우리 문화의 발전과 미래를 위한 대체 불가의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올 1월부터 '우리동네 이웃사촌 시낭독회'를 기획해 동네책방을 다니고 있습니다. 동네책방이 독자를 만날 수 있는 '최전선'이기 때문입니다. 낭독회를 하면서 동내책방 대표님들과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되는데요, 역시 운영상의 어려움을 가장 자주 얘기합니다. 최근에는 도서정가제가 새로운 이슈입니다.

동네책방의 입장에서 도서정가제는 꼭 지켜져야 하는 정책입니다(도서정가제는 찬반이 팽팽합니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같은 책이라면 더 구매가 편하고 싼 곳을 찾아가게 됩니다. 동네책방에 절대로 유리하지 않죠. 만약 동네책방이 무너진다면, 온라인서점과 대형서점이 독점적 위치를 점유할 것이고 출판유통체계는 지금보다 왜곡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 까닭을 살펴보겠습니다. 동네책방의 공급률은 약 70% 수준이지만, 온라인서점 등의 공급률은 이보다 현저히 낮습니다. 이를 불공정하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공급과 유통의 규모를 생각하면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동네책방은 책을 먼저 구입해서 판매하지만, 온라인서점 등은 위탁 판매합니다. 위탁 판매는 책을 선구매하여 판매하는 것이 아닌 '판매 후 정산' 시스템입니다. 팔린 책만 정산하고 판매되지 않은 책은 출판사로 반품하면 됩니다. 규모의 경제에 의한 독점적 지위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출발 자체가 다른 것입니다. 자영업으로 본다면, 동네슈퍼와 대형할인매장의 경쟁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만약 도서정가제가 폐지된다면, 근근이 이어지고 있는 동네책방의 생존에도 심각한 타격이 생길 것입니다. 지금도 동네책방은 책방이 아니라 카페라고 얘기하시는 분이 계시는데요, 앞으로 더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죠.

동네책방이 살아남아야 하는 까닭
 

동네책방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는 많은 분이 찬성합니다. 낭독회나 작가와의 만남, 글쓰기 강좌 등 책방이 있어 얻을 수 있는 문화적인 혜택도 있고요, 책방대표의 안목으로 큐레이션 된 책을 만나는 즐거움도 쏠쏠합니다.

동네책방이 이웃과의 사랑방으로 이용될 수도 있습니다. 동네책방은 책을 판매하는 곳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부가가치가 책방을 통해서 창출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없는 가치를 책방을 통해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부가가치가 큰데 단순히 돈으로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저는 더 많은 동네책방이 우리 이웃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여건을 만들기 위하여 우리가 먼저 동네책방에 찾아가야 합니다. 동네책방에서 책을 사 주셔야 합니다. 저도 실천하겠습니다. 조금 불편해도 실천하겠습니다. 이런 움직임과 마음이 모일 때, '책방이음'처럼 문을 닫는 책방이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같은 기사를 '시를 읽는 아침' 블로그(https://blog.naver.com/yhjoo1) 에 기사화 이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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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문학과 관련한 대중문화평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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