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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환 은평구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의회 업무추진비 174만여 원을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서울 은평구가 아닌 지역의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는 데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의원은 개인 소유의 경기도 파주 농장에서 사람들과 고기를 같이 먹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역현안 간담회'라는 명목과 달리 지역구와 약 1시간 떨어진 곳에서 식사하기 위해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이어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식사 불가능한 매장서 업무추진비 사용... 김영란법 위반 소지도
 
고기 손질을 하고 있는 J축산 내부 모습.
 고기 손질을 하고 있는 J축산 내부 모습.
ⓒ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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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추진비는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업무추진비에 관한 법령'에 따라 집행하도록 규정돼 있다. 지방의회 의장 등 업무추진비 집행대상 집무활동범위(제3조 제2항 관련)를 살펴보면 소외계층에 대한 격려 및 지원, 의정활동 및 지역홍보, 업무추진을 위한 각종 회의·간담회, 현업 근무자에 대한 격려 및 지원 등이다. 지역구 내 의정활동을 중심으로 써야 하는 비용인 것이다.

그러나 조 의원이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사용한 업무추진비 중 8건은 은평구가 아닌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J축산에서 '지역현안업무 관련 간담회'라는 목적으로 집행됐다.

<은평시민신문>이 J축산을 방문해 확인한 결과, 이곳은 전문적인 축산물 직거래 매장이다. 축산물 판매만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어서 밥을 먹거나 간담회를 열 공간이 없었다. 덕양구 도내동에 위치한 J축산 부근은 간간히 소규모 공장 등이 보일 뿐 사람의 왕래조차 드문 지역이었다. J축산은 열 평이 채 되지 않는 매장으로 일반고깃집 및 마트 납품을 주로 하고 있으며 온라인판매도 함께하고 있다. 
   
조 의원은 간담회 명목으로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15명이 이곳에서 식사를 했다며 업무추진비를 집행했지만, 실제로는 식사를 할 수 없는 매장이었던 셈이다. J축산 대표 김아무개씨는 "이곳에서 30년 동안 축산물 판매만 하고 있지 따로 식당이 있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은평시민신문> 취재결과에 따르면, 조 의원은 2020년 5건, 2016년 3건을 J축산에서 집행했다.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한 2020년 3월 9일 지역현안 업무 관련 간담회 명목으로 10만620원을 결제했으며 간담회 참여 인원은 4명으로 기록됐다.

이후 6월 23일에도 10명이 간담회를 진행한 것으로 기록하고 20만 원을, 같은 달 25일에도 14명이 간담회를 진행한 것으로 기록하고 30만 원을 집행했다. 관련 지출 내부결재문서를 살펴보면 '지방화시대에 부응하는 선진의회상을 정립하기 위한 의원의 의정활동'을 위해 집행했다고 기록돼 있다. 

7대 상임위원장 시절인 2016년 2월부터 5월까지는 총 세 차례에 걸쳐 J축산에서 79만5300원을 지역현안업무관련 간담회 명목으로 지출했다. 2016년 2월 1일 33만 원, 4월 21일 24만2천 원, 5월 9일 22만3천3백 원을 집행하며 총 33명이 식사를 한 것으로 기록했다. 

업무추진비 집행시간도 의문점이다.  8건 중 4건은 식사시간으로 보기 어려운 오후 3~4시경에 집행됐고 오전 8시 56분에 결재된 내역도 있었다.

1인당 식사비용도 2만 원부터 6만6천 원으로 천차만별이다. 2020년 7월 2일 집행한 업무추진비는 별다른 사유 설명 없이 1인당 6만6천 원(3인 총 20만 원)을 넘어 행정안전부의 접대비 집행기준을 어긴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가 일명 '김영란법'(청탁금지법)에 근거해 작성한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을 보면, 간담회 등 접대비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인 1회당 4만 원 이하 범위에서 집행해야 한다. 행사성격상 초과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증빙서류에 사유를 적어야 하며, 특히 공직자 등에게 접대할 때는 청탁금지법 2조에 따라 3만 원 이하로 써야 한다. 

조 의원 "저렴하게 구입해 파주 농장서 먹어"... 별다른 문제 없다"
 
조정환 의원이 J축산에서 사용한 업무추진비 내역
 조정환 의원이 J축산에서 사용한 업무추진비 내역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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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조정환 의원은 "고기를 저렴하게 파는 J축산에서 고기를 사서 (본인 소유의) 파주 농장에서 먹었다. 은평 지역을 벗어난 건 좀 문제로 볼 수 있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 좋다고 생각했고 조용한 곳에서 모임을 가질 수 있는 건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조 의원의 파주 개인 농장은 지역구인 은평구와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고기를 구매한 경기 고양시 정육점보다 훨씬 더 멀다. 

또한 조 의원은 행안부 접대비 집행기준을 초과해 쓴 것과 관련해 "3명이 먹은 일은 없는데"라며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은평구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의원들에게 일일이 어디 갔는지, 몇 명이 갔는지 물어보기 힘들다"라며 "부정적인 기사가 나올 때마다 조심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은평구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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