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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는 지표면으로부터 불과 40~50cm 아래에 묻혀 있다. 희생자의 치아와 희생자의 것으로 보이는 흰색 단추(붉은 원 안), 탄피와 탄두도 각각 출토됐다.
 유해는 지표면으로부터 불과 40~50cm 아래에 묻혀 있다. 희생자의 치아와 희생자의 것으로 보이는 흰색 단추(붉은 원 안), 탄피와 탄두도 각각 출토됐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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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매장 추정지에서 드러난 한 희생자 유해가 눈길을 끌고 있다. 그날의 진실을 말하려는 듯 단추와 탄피를 품고 있었다.

대전 동구청과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아래 공동조사단)은 지난 22일부터 40일간의 일정으로 대전 골령골(동구 낭월동 13번지)에서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을 벌이고 있다.

유해 발굴 4일째인 25일 윤곽이 드러난 한 희생자의 유해는 1950년 그날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유해를 누르고 있는 돌덩이, 거꾸로 묻힌 시신
 
군경이 민간인을 총살한 후 시신을 구덩이 안으로 던져 놓았다. 이 사진은 1950년 7월 당시 대전 골령골 학살현장으로 미 대사관 무관 중령 밥 에드워드(Bob E. Edward)가 찍고, 고 이도영 박사가 1999년 말 NARA에서 발굴했다.
 군경이 민간인을 총살한 후 시신을 구덩이 안으로 던져 놓았다. 이 사진은 1950년 7월 당시 대전 골령골 학살현장으로 미 대사관 무관 중령 밥 에드워드(Bob E. Edward)가 찍고, 고 이도영 박사가 1999년 말 NARA에서 발굴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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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해는 지표면으로부터 불과 40~50cm 아래에 묻혀 있다. 살해 후 시신을 대충 묻었음을 보여준다. 엉치뼈 위를 큼지막한 돌덩이가 누르고 있다. 돌덩이 또한 시신을 덮는 용도로 사용했다.

유해는 머리 부분이 아래로, 다리 부분이 경사면 위쪽에 자리 잡고 있다. 박선주 발굴단장은 "유해 대부분이 널브러져 있는 형태를 보인다"며 "살해 후 구덩이 안으로 아무렇게나 던진 후 그대로 흙을 덮은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1950년 미 대사관 무관 중령 밥 에드워드(Bob E. Edward)가 1950년 골령골 학살 현장을 찍은 사진에도 군경이 민간인을 살해한 후 시신을 구덩이에 마구 던져 놓은 장면이 담겨 있다. 이 사진은 고 이도영 박사가 1999년 말 NARA(미국 국립문서보관청)에서 발굴해 2000년 2월 <월간 말>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뼈는 대부분 삭아 없어졌다. 상대적으로 단단해 남아있는 넙다리뼈와 팔뼈도 대부분 삭아있다. 습기를 머금은 토질로 유해가 빠르게 부식됐기 때문이다. 두개골 또한 습기가 배어 손을 대기조차 어렵게 물러있다. 유해 발굴이 시급한 이유다.

희생자 턱뼈와 치아도 모습을 드러냈다. 박 단장은 "치아 상태로 볼 때 20대로 보인다"고 말했다.

희생자는 20대...유해 발굴 시급한 이유

희생자 유해는 또 다른 사람의 유해와 엉겨 붙어 있다. 박 단장은 "두 사람의 유해로 추정된다, 주변으로 여러 사람의 유해가 비슷한 형태로 흩어져 있어 발굴에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발굴단은 40일간의 일정으로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흰색 단추도 발굴됐다. 희생자가 민간인이거나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였음을 방증한다. 유해 턱뼈 부근에서 M1 소총 탄피와 탄두도 나왔다. 희생자의 사인이 총격에 의한 것이고 가해자가 군인이나 경찰임을 말해 주고 있다.

대전 골령골은 한국전쟁 전후 대전형무소 재소자와 보도연맹원이 군경에 의해 최소 3000명에서 최대 7000명이 학살당한 후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3차례에 걸쳐 국민보도연맹원과 대전형무소 수감 정치범을 대상으로 대량 학살(1차 : 6월 28~30일, 1400명 / 2차 : 7월 3~5일, 1800명 / 3차 : 7월 6일~17일, 1700~3700명)이 벌어졌다. 당시 가해자들은 충남지구 CIC(방첩대), 제2사단 헌병대, 대전지역 경찰 등이었고, 그들에 의해 법적 절차 없이 집단 살해가 자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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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아래 시신, 끔찍한 사진.. 학살 추정현장 찾았다 http://omn.kr/1p1jg
"멈춰요, 멈춰!" 흙 사이로 모습 드러낸 두개골 http://omn.kr/1p137
대전 산내 골령골 희생자 유해 본격 발굴한다 http://omn.kr/1p09z
대전 골령골 민간인집단희생지 역사공원 설계 국제공모 http://omn.kr/1oyvb

태그:#골령골, #대전, #대전 동구청, #공동조사단, #유해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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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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