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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처음 본
달걀이 첫눈에 홀딱, 반했다는
풍문이 있다.

쟤도 가끔씩 날고 싶단 생각을 할 거야
귀를 펄럭펄럭 덩치는 산만 하지만
꿈은 병아리 같아서, 글쎄
어젯밤엔 환하게 뜬 달의 웃음소리가 상하기 전에
냉장고에 넣어야겠다며 난리법석을 떨지 뭐야
달콤한 밤이야 걀걀 달이 걀걀
- 동시 "걀걀 달이 걀걀"의 부분.

 
김륭 시인이 펴낸 새 동시집 <앵무새 시집>(출판그룹 상상 간)에 실린 시다. 달걀이 처음 본 코끼리에게 홀딱 반했단다. "달걀에서 공룡이 나올 수 있다"는 상상이 그려진다.

올 9월부터 '상상 동시집' 시리즈를 선보이는 '출판그룹 상상'에서 이번에 김륭 시인의 새 동시집을 내놓았다.

김륭 시인의 동시집 <앵무새 시집>은 "제각기 지구를 돌아다니다 마주친 서로의 꿈"처럼 환상적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매력적인 동시들로 가득하다.

'앵무새'가 시를 쓰고 '물건'들이 말을 하는 게 이 동시집에 그려져 있다. 세상의 온갖 때가 묻은 어른의 눈으로는 '상상'이 되지 않지만, 어린이들 특히 개구쟁이 가슴에는 충분히 그럴싸한 이야기 거리들이 담겨 있다.

이 시집에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이 잔뜩 들어있다. 어른인 척, 아는 척하면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다.

"돌멩이는 눈을 뜨고 있을까 감고 있을까?"(시 "눈을 감고 볼 수 있는 것" 일부), "내 꿈속에 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들어 있을까?"(시 "수상한 통조림" 일부), "눈사람을 맨 처음 만든 아이는 누굴까?"(시 "말할 수 없는 것들과의 대화" 일부)라는 시인의 질문은 우리를 상상의 숲으로 데리고 간다. 
듕가리프테루스듕가*

냉장고 속 달걀에서
병아리가 나올리는 없어. 그러나
공룡이 나올 수는 있어.
난 그렇게 믿어. 공룡이 살았던
지구잖아. 그러니까
달걀에서 공룡이 나올 수 있다는 건
그리 놀랄 일이 아닐 거야.
기적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건
촌스러워. 닭이 알을 낳는 일보다
사소한 일이지.
진짜 기적은 오늘밤 내가
우리 집 냉장고 속 달걀에서 꺼낼
공룡 이름까지 알고 있다는
사실이야.
 

*중생대에 등장하는 익룡. 척추동물 가운데 최초로 하늘을 비행한 파충류.
 
이따가 어른이 되면 잃어버릴지 모르는 일

소녀가 우산을 잃어버릴 때마다

호주머니 뒤적뒤적 새를 꺼내는
소년이 있었지.

괜찮아.

비를 잃어버렸으면
어쩔 뻔했니?

소년은 아직도 호주머니를
뒤적뒤적.

 
<앵무새 시집>은 2020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로 선정되었다.

송미경 작가는 해설에서 "현실의 세계를 지배하는 어른이라는 권력은 김륭의 시 세계에 들어올 수 없다"며 "형식과 내용을 제한하지 않는 상상만이 영원한 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륭 시인은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시), <강원일보> 신춘문예(동시)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 지리산문학상 등을 받았다.

김륭 시인은 시집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 <원숭이의 원숭이<, 동시집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삐뽀삐뽀 눈물이 달려온다>, <별에 다녀오겠습니다>, <엄마의 법칙>,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 등을 냈다.
 
 김륭 시인의 새 동시집 <앵무새 시집> 표지.
 김륭 시인의 새 동시집 <앵무새 시집> 표지.
ⓒ 출판그룹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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