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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현 '지역화폐 보고서'가 논란입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이 조세연 보고서를 비판하는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 지난 기사 <지역화폐 때문에 소비자 손실 460억? 조세연의 무근거 가설>에서 이어집니다)

'죄수의 딜레마'의 딜레마   
 
 기자가 소지한 군포지역화폐카드 '군포애머니'
 군포지역화폐카드 "군포애머니".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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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아래 보고서)는 '지역화폐로 인한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 상승은 인접 지역의 매출 감소를 대가로 발생한다'고 전제한다.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A지역과 그렇지 않은 B지역이 있다. A지역의 소비자는 지역화폐를 사용하기 위해 원래 B지역에서 소비하던 것을 A지역에서 하게 된다. 때문에 A지역의 매출증가액은 B지역의 감소분과 같다. 그 결과 매출이 떨어지는 B지역도 전략적으로 지역화폐를 발행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모든 지역이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발행 지역에서 발생했던 매출 증가 효과가 모두 사라진다는 것이 보고서 내용이다.

여기에 쓰인 모델은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 이론모형이다. 죄수가 다른 죄수의 범행을 자백하면 감형을 받을 수 있다고 할 때, 결국 모두가 자신의 감형을 위해 다른 죄수의 범행을 자백하면서 결과적으로 두 죄수가 더 큰 벌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지역화폐를 도입하여 운영하는 지자체가 급속하게 증가한 현실과 부합한다'라고 적고 있다. 즉, '죄수의 딜레마'에 의해 2020년 지역화폐 발행 지자체가 227개까지 늘어났다는 주장이다.

이 모델은 한두 가지 변수만 반영해도 허물어질 정도로 빈약하다. 각 지역 간의 인구이동, 상권의 활성화 정도, 소비특성, 인접지역의 수, 지역간 물리적 거리, 인접 도시와의 관계, 지역화폐 발행규모 등 무수히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단순히 '진술=감형'이라는 이익 하나만을 변수로 설계한 모형은 절대 현실에 부합할 수 없다. 몇 가지 현실 사례를 이 모형에 대입해 타당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이 보고서에서 '지역화폐 노출빈도'의 표본으로 쓰인 충청남도 예산군을 보자. 예산군의 인접지역은 모두 지역화폐를 발행하지 않는 걸로 가정한다. 예산군은 2018년 지역화폐로 10억 원을 발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 가운데 일부는 애초 인접지역에서 소비되던 것이 지역화폐 영향으로 예산군에서 쓰이게 된다. 과연 10억 원 중에 얼마가 그에 해당할까.

지방 시군은 상업지역이 행정기관이 위치한 곳에 밀접해 있다. 상권에 영향을 보려면 그나마 상권이 밀집한 시청이나, 군청 지역을 표본으로 해야 할 것이다. 예산군에 인접한 시군의 상업지역과 '직선거리'는 당진시 30km, 서산시 35km, 홍성군 18km, 청양군 25km, 아산시 18km다. 실제 이동할 때 거리는 이보다 더 멀다. 이러한 물리적 거리로 인해 대도시 외 지역은 평소 지역간 교차 소비의 비중이 크지 않다.

그래도 예산군의 역외 소비율이 10% 정도는 된다고 해보자. 지역화폐 10억 원 중 1억 원이 인접지역에서 소비되던 금액이다. 소비 유출 차단 효과가 인접지역에 모두에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할 때, 인근 5개 지역의 매출은 2000만 원씩 감소한다. 한 상점의 매출 하락이 아니라 지역 전체의 매출 하락이다. 2018년 가구당 연 평균 소비액 약 2900만 원보다도 낮다. 역내 한 가구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는 것보다 영향력이 떨어진다. 과연 이 때문에 인접지역 지자체가 전략적으로 지역화폐를 발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할 것인가?

지역화폐가 확산된 이유 
 
 추석을 앞둔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월드컵시장이 방문객으로 붐비고 있다.
 추석을 앞둔 지난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월드컵시장이 방문객으로 붐비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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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지역 간의 거리가 가깝고 역외 소비가 높은 대도시 상황을 대입해봐도 마찬가지다. 인천과 서울을 놓고 보자. 인천은 서울로 역외소비 비율이 30% 가까이 된다. 2019년 지역화폐 1조 원을 발행했을 때, 3000억 원은 애초 서울에서 소비되던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각종 통계자료를 따르면 서울의 연간 총소비 금액은 약 300조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결국 지역화폐로 인해 인천 지역화폐로 서울 지역에서 손해 본 금액은 전체 소비액에 0.1%다. 이는 평소 역외소비액 전체가 지역화폐로 인천에서 쓰였다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가정한 수치다. 실제로는 이보다 낮은 비율의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 정도 소비 유출을 막기 위해 서울이 지역화폐를 발행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동안 지역화폐를 활발히 발행한 성남시 사례도 보자. 2019년 연간 발행액은 1000억 원이다. 서울, 경기도 수원시, 광주시, 의왕시, 안양시, 용인시 등이 인접해 있다. 경기도 내 도시들은 서울로 역외소비 비율이 평균 20% 정도다. 인접지역으로 유출을 10% 정도로 잡고 싶지만, 그러면 역내소비 비율이 30%밖에 안 남는다. 5%라고 해보자. 그러면 연간 서울 200억 원, 각 시군은 50억 원 정도 매출 감소를 겪게 된다. 서울은 전체 소비액에 대비하면 0.006%다. 다른 지역 역시 경제규모를 생각했을 때 연간 50억 원은 미비한 숫자다.

'지역화폐 발행규모가 커지면 인접지역에 피해액도 늘기 때문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반론이 가능하다. 지역화폐 발행규모를 무한정 늘릴 수 없다. 제한적인 재정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어느 한 지역에서 인접지역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정도로 발행규모를 늘리는 건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지역화폐 발행 지자체가 급속히 늘어나는 건 '죄수의 딜레마'의 영향으로 볼 수 없다. 실제로 발행지역과 미발행지역 사이의 매출 이전 효과가 발생한다고 해도 통계적으로 의미를 갖기 어려우며, 그것이 지역화폐 발행의 주된 동기가 될 수 없다. '죄수의 딜레마'로 인접지역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인접지역 상인들의 반발이 이어져 '확산'이 아닌 '폐지'의 효과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전혀 그런 논란이 없다.

그렇다면 왜 발행 지자체가 늘어났을까? 명확하다. 대형마트에서 골목상권으로 매출 이전효과가 발생했고, 소비자와 자영업자에게 상당한 편익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9년부터 중앙정부가 예산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왜 실증분석을 하지 않았나?... 조세연의 황당 답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홈페이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홈페이지.
ⓒ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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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논쟁에서 '죄수의 딜레마' 이론이 살아남을 방법이 있다. 바로 실증을 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그중에서 자신들이 세운 가설을 실증적으로 입증하면 이론의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즉 2018년까지 발행 지자체 가운데 인접지역의 지역화폐 발행으로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이 감소했고, 이 때문에 지역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역화폐를 발행한 사례를 찾으면 된다.

그러나 없다. 이 보고서에서 실증분석은 '지역화폐 도입이 소상공인의 매출액에 미치는 영향'과 '지역화폐도입 효과의 이질성(일부 업종에서 효과 발생)' 뿐이다.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인접지역의 매출 감소 효과' '소비자 후생 감소효과'는 전혀 실증분석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소비자 후생 손실이 자명하다' '인접지역 경제적인 피해를 대가로 하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는 보고서의 부실함을 넘어 국책연구기관의 자질까지 의심케 한다.

그 의심이 더욱 커지는 이유가 있다. 바로 보고서 안에 연구자 스스로 저 주장들을 실증분석 하겠다고 제시돼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 서론을 보면 '실증분석에서는 ①소상공인으로의 매출 이전효과 ②지역경제의 외부유출 감소 ③인접 지자체 지역화폐 발행 유도 효과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④소비자 후생 변화 ⑤지역화폐 발행으로 인한 관리 및 보조금 비용, 이로 인한 사중손실 규모를 추정한다'라고 나와 있다.

그러나 보고서 실증분석 부분에는 관련된 내용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소상공인으로의 매출 이전효과가 미비하고, 지역경제 외부유출 감소로 인접지역이 피해를 입고, 인접지역이 모두 지역화폐를 발행해서 그 효과가 사라지고, 소비자 후생이 떨어지며, 결국 관리와 발행을 위한 비용만 손실로 남는다'는 보고서의 핵심 주장은 어떤 것도 실증되지 못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태도다. 이 문제를 지적하자 연구원 측은 "서문에 나와있는 실증분석 과제 부분을 삭제하겠다"라고 밝혔다. 왜 실증분석이 이뤄지지 못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부분을 삭제하겠다는 얘기다. 이러한 연구원의 태도는 이번 보고서가 '확증편향'에 의해 작성됐을 것이라는 의심을 부추긴다. 또한 이 연구가 얼마나 부실하게 진행됐는지를 반증한다.

정치적 논란의 이유 
 
 추석을 앞둔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성북구 장위전통시장을 찾은 시민이 계산을 하고 있다.
 추석을 앞둔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성북구 장위전통시장을 찾은 시민이 계산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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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이 연구를 지난해 10월 자체 기획연구로 착수했다고 밝혔다. 2019년 지역화폐 발행에 중앙정부 예산이 처음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정부는 고용·산업 위기 지역인 군산·창원·거제·통영·목포·해남 등 총 9곳에 예비비 533억 원을 투입해 지역화폐 발행을 지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9년 1월 소상공인·자영업자들과의 만남에서 '골목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설명하며 "2022년까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18조 원 규모의 전용 상품권을 발행하겠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재정이 투입됨에 따라 국책연구기관이 해당 정책을 연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연구가 완료된 시점이다. 연구원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연구는 지난해 12월 완료됐다. 그러나 두 달 만에 끝난 연구가 세상에 나오는 데는 9개월이 걸렸다.

연구결과를 검토하고 보고서 문안 수정 시간이 필요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연구 기간보다 몇 배 더 걸렸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정부의 내년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와 심의를 앞둔 시점에 브리프(보고서 요약자료)가 발행됐다. 정부는 내년에 전국적으로 15조 원의 지역화폐를 발행하기 위해 1조8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연구원은 연구가 완료된 정확한 시점, 완료 이후 브리프 발행까지 시간이 걸린 이유, 연구 착수부터 발행까지 정확한 의사 결정 과정에 관해 설명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 연구를 진행한 연구위원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역화폐는 정치적 목적을 위한 예산 낭비"라며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우후죽순 발행하는 것은 지역 정치인들의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위원이 연구 범위 밖에 있는 '정치적 목적'까지 거론하는 것도 보고서의 의도를 의심케 한다.

연구위원 말한 '정치적 목적'에 숨어있는 의미는 아마 '정치적 이익'일 것이다. 예산 낭비에 국가경제에 손실을 끼치는 정책이지만, 정치인들이 소상공인들의 표를 의식해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작 보고서에는 '예산낭비, 경제손실'이라는 주장을 증명하지 못했다. 전제가 사라지고 '정치적 목적'이라는 주장만 남는다. 정치적 논란을 일으킨 것은 지역화폐 발행을 추진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책연구기관이라는 권위에만 기대 부실한 보고서를 발행한 연구원이다. 지난 기사에서 예시한 비유를 다시 상기한다.
 
냄비 가득한 미역국에 간장을 한 방울 떨어뜨렸다. 맛을 봤다. 여전히 싱거웠다. 이를 보고 누군가 말했다. '간장은 전혀 국을 맛있게 만들지 못해. 간장을 한 방울 넣어봤지만, 국의 염도 변화는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아. 그러니 간장을 더 넣어도 소용 없어. 이건 간장 구매비용만 낭비할 뿐이야.'
 
지역화폐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 바로 '지역경제'라는 미역국을 맛있게 만드는 일이다. 싱거운 미역국에는 적절한 간장이 필요하다. 간장은 소금으로, 액젓으로 대체될 수 있다. 솥단지만 한 냄비 가득한 미역국에 간장 한 방울 넣었을 뿐이다. 간을 맞추는데 처음부터 간장을 통째로 쏟아붓는 사람은 없다. 조금씩 넣고, 맛을 보고, 부족하면 조금 더 넣고, 짜다 싶으면 물을 좀 붓고 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미역국을 맛있게 만든다. 이를 보고 간장을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요리학 박사'가 간장 한 방울의 효과를 분석해 '간장 낭비'라 하고 있다.
 
 직접 치킨집을 운영하기도 했고 소상공인 단체인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부회장으로 활동했던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제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보호를 넘어 이들을 육성할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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