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추석 고향 방문을 이번만은 자제하자는 정부 지침에 고향 방문 대신 선물 보내기를 하자는 유력 정치인의 제안까지 얹혀 이번 추석에는 얼마나 많은 물건이 팔도를 오갈지 걱정이다.

아쉽고 서운한 마음을 선물로 표현하는 건 좋지만,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등이 휘는 배달 택배 노동자,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지구에도 '오늘만 같아라' 식의 좋은 날이 될 수 있을까? 

포항의 제로웨이스트 실천모임 '쓰맘쓰맘', 여성환경연대 동북지부 '초록상상' 회원들의 조언을 전수받아 사람의 부담도 지구의 부담도 줄이는 추석을 함께 고민해보자. 

1. 길을 떠날 땐 마스크 그리고 이것   
 
 커피는 내 텀블러에 마셔야 제맛
 커피는 내 텀블러에 마셔야 제맛
ⓒ 인스타그램

관련사진보기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호소에도 길을 떠나야 했다면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미리 이해한다) 마스크 말고도 텀블러와 수저를 챙기자.

마실 물과 음료를 미리 텀블러에 담아가면 휴게소에서 생수, 커피 살 일이 없다. 일회용 컵 쓰레기도 줄이고 돈도 절약하니 얼마나 좋은가. '1인 1 텀블러 챙기기'를 한다면 고속도로 통행료를 얼추 뽑을 수 있을 거라 장담한다.     
 
 비닐봉지 대신 손수건에 싼 칫솔
 비닐봉지 대신 손수건에 싼 칫솔
ⓒ 쓰맘쓰맘

관련사진보기

 
이번 추석 연휴 기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실내 취식이 금지되고 포장만 가능하다. 허기를 달랠 떡, 과일 같은 간단한 먹거리를 미리 싸가는 걸 추천하지만 휴게소에서 파는 영자언니 추천 국밥이 너무 먹고 싶다면 포장해갈 수밖에 없다. 포장할 그릇까지 챙기라고는 차마 말 못 하겠다. 그래도 수저는 챙길 수 있지 않을까.

딱 한 입만 달라고 해놓고 결국엔 그릇째로 가져갈 식구들을 생각해서 인원수대로 챙기는 주도면밀함을 발휘해달라. 일회용 수저, 비닐봉지는 물론 먹지 않을 반찬, 물티슈, 냅킨 등도 정중하게 사양하기를! 

명절 기간 휴게소 쓰레기는 하루 평균 40t으로 이는 평소의 3배 분량이라고 한다. 텀블러, 수저 챙기기로 명절 쓰레기 대란에서 고속도로 휴게소를 구하자. 

2. 먹을 만큼만 만들고 남는 건 나누자 
 
 명절 쇠고 남은 음식을 싸오기 위한 준비.통째로 담아와 보관하면 되니 간편하다.
 명절 쇠고 남은 음식을 싸오기 위한 준비.통째로 담아와 보관하면 되니 간편하다.
ⓒ 쓰맘쓰맘

관련사진보기

 
명절 연휴 내내 먹는 나물, 전이 지겨워서 명절 끝나갈 때쯤 라면이나 햄버거, 피자가 먹고 싶은 경험 있을 거다. 미디어에선 명절 남은 음식 활용하는 방법이라며 모둠전 찌개라든지 나물밥 피자 같은 희한한 요리를 알려주는 데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명절에나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던 시대는 갔다. 이제는 일 년 내내 다이어트 중이라 칼로리 계산해가면서 명절 음식을 깨작거리는 세상이다. 

고생고생하면서 많이 장만하지 말자. 냉동실로 직행한 명절 음식을 뒤늦게 죄책감 느끼며 버리지도 말자. 음식을 덜 사고 덜 만들면 되는 일이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음식 중 1/3이 버려지고 있다. 2018년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음식쓰레기는 우리가 하루 동안 버리는 쓰레기 중 40%로 제일 비중이 높다. 명절 연휴에는 쓰레기양이 20%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 

불고기, 갈비찜, 동그랑땡, 산적 등 '고기고기' 한 명절도 이제는 그만두자. 기후 위기를 만들어내는 온실가스의 20%가 축산업에서 나온다. 이는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실가스와 맞먹는 양이다. 공장식 축산업이 계속되는 한 소, 돼지, 닭은 비참한 환경에서 자라 고통 속에 죽는다. 동물들의 고통, 이제는 우리 코앞에 닥친 기후 위기에 눈감지 말아야 한다. 건강, 종교, 신념이 다른 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밥상은 채식 밥상이라는 명언도 잊지 말자. 가족이지만 우리는 다 다른 사람이지 않나.  

그래도 음식이 남는다면 주변을 살펴보자. 몇 해 전 일 때문에 고향에 못 내려갔을 때 추석을 쇠고 온 친구가 싸다 준 송편은 정말 꿀맛이었다. 법정 공휴일은 지나가도 사람들끼리 음식과 정을 나누면 언제든 명절이다. 
  
3. 선물, 포장은 덜어내고 가볍게 
 
 직접 수를 놓은 보자기로 포장한 선물
 직접 수를 놓은 보자기로 포장한 선물
ⓒ 쓰맘쓰맘

관련사진보기

   
선물 고르는 건 늘 어렵다. 내가 보기엔 좋아 보이는데 받을 사람은 어떨지. 너무 싸 보이는 건 아닐지. 가성비, 가심비 다 저울질해보지만 제일 중요한 건 쓸모 아닐까. 드릴 땐 군말 없이 받으셨지만, 몇 년째 부모님 집 창고에서 썩고 있는 건강식품 세트를 발견하고 나서부터 굳힌 기준이다. 홍삼도 더치커피도 약주도 다 내게 쓸모 있어야 좋은 선물! 

괜찮은 선물을 우습게 만드는 건 과대포장이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싸고 또 쌌나 싶어 허허로운 웃음을 짓게 만든다고나 할까. 알맹이를 빼고 나면 터무니없이 큰 종이 박스에, 쓸모없는 플라스틱 곽, 쇼핑백 따위만 쌓인다.  

쓰레기까지 포함해서 사고 싶지는 않다고 항의하고 싶지만, 환경부의 과대포장 금지법은 생산단계에서부터 과대포장해 나온 선물세트에 대해선 규제하지 않는다. 
  
 바구니, 삼베천으로 포장한 선물
 바구니, 삼베천으로 포장한 선물
ⓒ 여성환경연대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내가 거품과 포장을 뺀 알짜배기 선물세트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기왕이면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자. 가격은 좀 비싸겠지만 우리 몸, 환경을 지키는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헐하다. 모아둔 상자나 바구니에 얌전하게 물건을 담고 보자기나 큰 손수건으로 싸주면 완벽하다. 알록달록하면 화려한 맛으로 단색이면 심플한 맛으로 다 좋다. 바구니도 보자기도 버리지 않고 다시 쓸 수 있으니 더 좋다. 

이것도 저것도 다 힘들다면 남아 있는 훌륭한 선택지가 있다. 세상에서 제일 가볍지만, 무게감 있는 선물, 현금이다. 취향을 타지 않고 쓰레기를 남기지도 않는다. '몇 장이냐'가 문제긴 하지만 친환경 선물(?)로 강력히 추천한다. 

우리가 무심코 버린 일회용 비닐봉지, 마스크가 동물들에겐 목숨을 위협하는 덫이 되는 광경을 목도한다. 개발로 서식지를 잃어버린 야생동물들은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우리 밥상에 올라온다. 모두가 연결된 세상, 역병과 재난으로만 연결을 실감할 것인가?  

택배 노동자, 여성, 동물, 지구의 희생으로 차려지는 추석상이 상다리 휘어진들 누구에게 좋겠는가? 세상이 다 물에 잠길 것 같은 그 장마 속에도 살아남아 영근 기적 같은 과일과 곡식. 힘든 나날 중에도 서로를 돌보며 버티는 가족과 친구들. 나를 먹이고 나를 살게 하는 이 연결을 다시 떠올리고 감사하는 명절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나와 연결된 모든 생명들에게 또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보겠노라 다짐하는 추석이 되길 희망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