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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 힘) 대표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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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야권의 구원투수로 화려하게 등판했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이렇게 쓸쓸하게 퇴장하는 것일까? 황 전 대표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는 서울 종로구의 조직위원장 직을 아직 맡고 있으며, 최근엔 정계 복귀에 시동을 거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

<중앙일보> 등은 그가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 일부와 만찬 자리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황 전 대표는 "국민이 부를 때까지 기다리겠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조금 틀면 "국민이 부를 때 돌아오겠다"라고 들린다. 일각에서는 차기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패도 소중한 경험" vs. "낙제점 받은 사람"

비록 소수이지만 당내에서도 그의 복귀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실패 역시도 소중한 경험"이라면서 "정치인에게 기회란 언제든 있을 수 있고, 황교안 전 대표처럼 중량감 있는 분의 쓰임새도 당에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기대했다. 또 다른 의원은 "보수‧야권의 확고한 대선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한 사람이라도 더 뛰는 게 파이를 키우는 데도 좋지 않겠느냐"라며 "화살통에 화살은 많을수록 좋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내 여론 주류는 확실히 그의 복귀 움직임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한 초선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황교안 전 대표는 이미 정치적 지도자로서 낙제점을 받은 사람"이라며 "지금 당에는 그가 돌아올 자리가 없다"라고 단언했다.

다른 당 관계자 역시 "황교안 전 대표는 아직 움직일 때가 아니다"라면서 "지난 총선 패배의 트라우마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황 전 대표의 복귀는 지금까지 비대위의 활동을 무위로 돌릴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본인은 정직하게 살아왔으니 억울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의 낡은 가치관과 낮은 정치력이 이미 증명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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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미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성적표는 처참하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서울 종로구에서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맞붙은 그는 58.38%대 39.97%, 1만7308표 차로 패배했다. 민심도 즉각 반응했다. 총선 직전인 <오마이뉴스>-리얼미터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3월 조사에서 19.4%의 지지율을 얻었지만, 총선 직후인 4월엔 6%로 급락했다.

그리고 2020년 9월 현재까지 전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9월 조사에서 그는 3.6%로 전체 7위, 보수‧야권 주자 중에서도 윤석열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에게 밀려 5위였다. 약간의 등락은 있을지언정, 그의 지지율 그래프는 꾸준히 우하향을 그리는 추세다.

1년 전인 2019년 9월 조사 당시 이낙연 대표와 오차범위 안에서 1‧2위를 다퉜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황의 재기 가능할까? 평론가들에게 물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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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4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지상파 3사(KBS·MBC·SBS)와 한국방송협회가 진행한 출구조사를 지켜본 뒤 "개표를 끝까지 지켜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동료 의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국민이 부를 때까지 기다리겠다'라는 건 자력으로 어떻게 해볼 상황이 아니라는 걸 자인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황교안 대표가 공천해준 사람이 최소 10명에서 20명이라고 하는데, 현재 당내에 실질적으로 황교안계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지 않느냐"라며 "친황 계파가 형성되려면 황교안 전 대표가 강력한 대선 주자로서 입지를 지켜야 하는데, 그 위치가 망가졌다. 한 번 지지율이 확 떨어진 대선 주자는 다시 오르기 쉽지 않다"라고 진단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역시 "그나마 지금 정도의 지지율이 나오는 것도 직전 대표라는 이름값과 인지도 때문"이라며 "황의 재기 가능성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황교안 전 대표가 예전에 대선주자 1위를 했던 건 안 써본 카드였기 때문인데, 써봤잖느냐?"라며 "확률은 낮지만 로또라는 게 당첨될 수도 있다. 하지만 황교안은 이미 긁어봤기 때문에 안 된다"라고 평가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 또한 "불가능하다"라며 "황교안 전 대표는 개인의 영향력이 없는 걸 넘어서서, 조롱과 비아냥의 대상이 되어버렸다"라고 꼬집었다. "본인은 정치를 하고 싶겠지만, 이미 평가와 국민적 판단이 끝났다"라는 것.

황교안 전 대표가 정계복귀를 노린다면, 극복해야 할 난관은 또 있다. 그는 현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정국 관련 재판의 피고인이다. 국회선진화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 중인 그가 유죄 선고를 받고 피선거권을 제한당할 경우, 그의 정치적 복귀도 자연스레 물 건너가게 된다.

당무감사도 기다리고 있다. 민경욱‧김진태 전 의원 등 '아스팔트 보수'와 결합하고 있는 원외위원장들이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인 가운데, 김종인 위원장이 이들과 함께 황 전 대표에 대해서도 과감한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미 긁은 로또" 황교안과 '로또인지 종이인지' 윤석열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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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은 2019년 10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법사위 국정감사를 앞두고 법사위원들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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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황교안 전 대표의 이름이 잊을 만하면 회자되는 이유가 있다. '대안의 부재'다.

범보수‧야권주자 중 1위로 자리매김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정작 정치를 하겠다고 한 적도 없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과제를 맡은 인사들과 대립각을 세우다보니 자연스레 보수‧야권의 기대가 쏠렸던 것뿐이다. 황 전 대표가 "이미 긁은 로또"라면, 윤 총장은 '긁을 수 있는 로또인지, 아니면 그냥 종이인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 기대도 줄어드는 모양새다. 장성철 소장은 "윤석열 총장 같은 경우도 이미 보수 우파가 기대했던 사람이 아니라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그는 "보수‧야권이 윤 총장에게 기대를 했던 건, 불의에 항거하고 분노하고 소리치는 것이 '윤석열다움'이라고 봤기 때문인데 최근엔 침묵하고 있지 않느냐"라며 "자신의 정치력을 가지고 정치권에서 국민들에게 인정받았던 사람이 아닌데, 본인의 상징적 의미마저 잃어버린 사람이 과연 검찰총장을 그만뒀을 때 무엇을 갖고 정치를 할 수 있겠느냐"라고 되물었다.

'대안 부재'의 대안은 황교안인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엄경영 소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김종인 위원장의 퇴진, 무소속에 머무는 홍준표 의원의 입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측과의 합당 혹은 연대 등의 문제들이 한꺼번에 분출되는 시기"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때 누군가 서울시장 후보로 뛰어서 지더라도 선전한다면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누군가'가 황교안이 될 수 있을까?

윤태곤 실장은 "윤석열과 김종인이 잘 안 되니까 황교안이 될 것이다는 식의 구도를 짤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흐름이 황교안에게 오기는 어렵다"라고 전망했다. "보수 진영 내에서도 오세훈‧원희룡‧안철수 등의 합리적 중도보수 흐름과 홍준표‧황교안의 강경 보수 흐름이 있는데, 강경 보수의 대표성도 홍준표 의원이 지니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지만,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지만, 이래저래 황 전 대표는 꽉 막힌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