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게 2위 자리를 내준 키움이 SK를 제물로 4연패에서 탈출했다.

손혁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2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홈런 5방을 포함해 장단 15안타를 터트리며 12-5로 승리했다. 시원한 홈런쇼를 펼치며 4연패의 늪에서 탈출한 키움은 이날 kt 위즈에게 2-5로 패한 4위 LG 트윈스와의 승차를 2.5경기로 벌렸다(72승1무55패).

키움은 선발 이승호가 4이닝 5피안타(2피홈런) 4실점으로 일찍 마운드를 내려 왔지만 이어 등판한 7명의 투수가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0.2이닝을 던진 세 번째 투수 양현은 시즌 8승째를 따냈다. 타선에서는 박준태가 3안타, 김혜성과 전병우가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활발한 타격을 펼친 가운데 이 선수가 '인생경기'를 펼치며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결승 3점 홈런을 포함해 3홈런 5타점 3득점을 쓸어담은 허정협이 그 주인공이다.

두 번의 지명 실패와 풀리지 않았던 1군 생활
 
 키움 히어로즈 허정협

키움 히어로즈 허정협 ⓒ 연합뉴스

 
허정협은 경력에 비해 평탄하지 않은, 나름대로 파란만장한 선수 생활을 보냈다. 경기도 부천에서 태어난 허정협은 서울 중앙고로 진학했지만 1년 만에 전주고로 전학을 갔고 졸업은 인천고에서 했다. 고교 생활 3년 동안 서울과 전주, 인천을 오가며 야구를 한 것이다. 하지만 고교시절 평범한 잠수함 투수였던 허정협은 프로지명을 받지 못하고 대학 야구 중에서도 약체인 서울문화예술대로 진학했다.

대학 진학 후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한 허정협은 1학년을 마치고 현역으로 군복무를 했고 복학 후 외야수와 3루를 오가며 활약했지만 졸업 당시 또 한 번 프로구단의 외면을 받았다. 결국 허정협은 대학 졸업 후 육성선수로 히어로즈에 입단했다. 입단 후 잠재력을 보인 허정협은 2015년 히어로즈 역사상 두 번째로 입단 첫 시즌에 1군 스프링 캠프 명단에 포함된 육성 선수가 됐다. 첫 번째 선수는 바로 KBO리그 첫 200안타의 주인공 서건창이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거포로서 잠재력을 인정 받았지만 허정협이 곧바로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아니다. 허정협은 2015년 1군에서 6타수 2안타만을 기록한 채 대부분의 시간을 퓨처스리그에서 보냈고 2016년에도 13경기에서 타율 .176를 기록한 것이 1군 기록의 전부였다. 2016년 5월 13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67m 높이의 고척 스카이돔 지붕을 맞춘 것이 프로에서 2년 동안 허정협이 야구팬들에게 가장 크게 화제가 된 장면이었다. 

2군에서는 펄펄 날지만 1군만 올라오면 힘을 쓰지 못하는 전형적인 1.5군 선수로 프로에서 2년을 보낸 허정협은 프로 3년 차가 된 2017년 주전 외야수 임병욱의 부상을 틈타 주전 기회를 잡았다. 허정협은 시즌 개막 후 한 달 동안 타율 .310 7홈런 20타점 17득점을 기록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시즌 초반에는 '바람의 손자' 이정후와 함께 2017년 히어로즈 외야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떠올랐을 정도.

하지만 허정협은 시즌 초반의 상승세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실패했다. 5월 들어 1할대 타율에 허덕이면서 상승세가 한 풀 꺾인 허정협은 7월 한 달 동안 13경기에 출전해 타율 .053 무홈런 3타점에 그치며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9월에 1군으로 돌아온 허정협은 홈런 2개를 추가했지만 그 해 83경기에 출전해 타율 .237 9홈런 39타점의 아쉬운 성적에 그치며 주전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생애 첫 한 경기 3홈런 폭발, 두 자리 수 홈런도 눈 앞

허정협처럼 1군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지 못한 채 치열한 주전 경쟁을 하는 선수에게 히어로즈는 '기회의 땅'이다. 이정후를 제외하면 지난 몇 년 간 외야 두 자리에 마땅한 주인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임병욱이 2018년 134경기에 출전해 타율 .293 13홈런 60타점 76득점 16도루를 기록하며 경쟁에서 우위에 서는 듯 했지만 임병욱은 풀타임을 소화한 시즌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부상이 잦다.

그렇다고 허정협에게 충분한 기회가 주어진 것도 아니었다. 2018년에는 임병욱, 이정후, 고종욱(SK 와이번스)에 시즌 중반 외국인 선수 제리 샌즈(한신 타이거즈)까지 합류하면서 1군에서 25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8년에 비해 기회가 많을 것으로 예상됐던 작년 시즌에도 투타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친 김규민에 가려 37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무엇보다 '거포 유망주'로 불리면서도 2년 동안 홈런을 하나도 때려내지 못한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올 시즌에도 키움의 주전 외야수 후보에 허정협의 이름은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 허정협은 우익수와 좌익수, 지명타자 그리고 오른손 대타요원을 오가며 대단히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붙박이 주전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하긴 힘들지만 허정협은 2일까지 키움이 치른 127경기 중 97경기에 출전하며 외야의 빈자리를 메워주고 있다. 그리고 허정협은 3위 사수를 위한 중요한 경기였던 2일 SK전을 자신의 '인생경기'로 만들었다.

7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허정협은 2회 2사 1, 2루 기회에서 SK 선발 조영우의 3구째를 잡아당겨 이날 경기의 결승타가 된 선제 3점 홈런을 터트렸다. 허정협은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선두타자로 나와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으로 연타석 홈런을 기록했고 7회 4번째 타석에서는 SK의 4번째 투수 신재웅을 상대로 다시 한 번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 아치를 그려냈다. 한 경기 3홈런은 당연히 프로 데뷔 후 첫 경험이다.

2017년 9홈런으로 시즌을 마감한 허정협은 올해도 2일까지 정확히 9홈런을 기록했다. 만약 허정협이 올 시즌 10홈런을 채우게 되면 키움은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하는 선수가 5명으로 늘어난다. 9홈런 타자와 10홈런 타자는 타석에서 상대 배터리에게 주는 위압감이 전혀 다르다. 이제는 붙박이 1군 선수로 자리 잡아야 하는 허정협에게는 물론이고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이 높은 키움에게도 허정협의 두 자리 수 홈런 달성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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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허정협 1경기 3홈런 인생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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