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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지난 3일, 경찰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차벽을 설치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이 정부‧여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추석을 맞이해 정부가 광화문 거리에 새로운 산성을 쌓는 모습을 보고, 정부가 국민이 뭐가 두려워서 막대한 경찰 버스를 동원해서 도시 한복판을 요새화하는 식으로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앞서 경찰은 보수단체의 개천절 집회가 앞서 광복절 집회처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규모 전파 진원지가 될 것으로 보고 금지했다. 그러나 일부 보수단체가 집회 강행 방침을 밝히자, 경찰은 원천봉쇄를 위해 바리케이드와 경찰 버스 차벽을 동원했다. 실제 개천절 당일 곳곳에서 광화문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일었다. (관련 기사: '노스크'로 "문재인 파면" 삽시간에 모여든 시위대, 결국 해산)

그러나 과거 보수 정권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며 '위헌 논란'까지 일었던 차벽의 재등장에 여야 공방은 커지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새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입을 모아 차벽을 비판했다.
  
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에서 보수극우단체들이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광화문광장에 집회 참가자들이 모이지 못하도록 경찰 버스가 차벽을 만들어 에워싸고 있다.
 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에서 보수극우단체들이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광화문광장에 집회 참가자들이 모이지 못하도록 경찰 버스가 차벽을 만들어 에워싸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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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한글날에는 나와서 국민 말 들어라"
 

주호영 원내대표는 "어쩌다가 우리나라가 방역을 보건당국이 하는 게 아니라 경찰이 방역하는 경찰 방역국가가 됐나?"라고 꼬집으며 "개천절은 단군왕검이 고조선 세우신 걸 기념하는 국경일인데 태극기를 들고 있다는 것만으로 검문당하고 의심당하는 웃지 못할 비극이 생긴 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광화문에 나와서 시민들과 기탄없이 대화하겠다고 선거 과정에서 말했다"라며 "왜 문재인 대통령은 (광화문에) 나오셔서 국민 말씀을 듣고 잘못된 것을 고치려 하지 않고, 경찰을 앞세워서 이렇게 철통같은 산성을 쌓는 것인가?"하고 물었다.  

 그는 "국정에 대한 국민 비판이 두려워서 방역을 이유로 이렇게 산성을 쌓고 90여 군데나 검문소를 설치하고 1만 명 경찰이 동원됐다"라며 "한글날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와 국민 말을 듣고 본인 생각을 밝혀달라"라고 요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우리 당은 집회에 참여하지 않고 찬성도 하지 않지만, 국민이 가진 헌법상 권리, 법원이 인정한 권리를 침해하는 건 단호히 비판하고 반대한다"라고 거리를 두기도 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 또한 "문재인 정권이 사람·차량이 다닥다닥 붙은 관광지와 백화점은 단속하지 않고, 정부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서 광화문에는 권위주의적 독재국가형 차벽을 쌓았다"라며 "정부가 국민 건강이나 경제 살리기 이런 데 대한 관심보다, 방역 정치에 매몰된 거 아닌지 국민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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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종 의원은 "정부는 코로나 방역을 핑계로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도 광화문 차벽으로 봉쇄했다"라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봉하마을 방문 및 강경화 외교부장관 남편의 요트 구입 목적 미국행 등을 언급했다. 이어 "'코로나 방역도 내로남불'인 '코로남불'이냐?"라고 비꼬았다. 

5년 전 문재인 대통령 발언 그대로 인용

김미애 의원 역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정부의 반헌법적인 경찰에 의해 가로막혔다"라며 지난 2015년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 발언을 인용했다. 김 의원은 "지금 제가 하고 싶은 말과 정확히 일치"한다며 "집회·시위를 자유롭게 할 수 없는 나라는 독재국가"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지난 2009년 6월 서울광장에 설치된 차벽에 대해 2011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점을 언급하며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지난 3일 텅 빈 광화문 광장은 을씨년스러웠다"라며 "애초부터 방역이 아니라 정권 비판 입막음이 목적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코로나 극복을 위해 온 국민 희생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힘들고 지친 국민께 감사하고 미안하기는커녕 바이러스를 정치적 무기 삼아 권력을 공고히 하는 데 이용하는 건 너무 염치가 없다"며 "국민 입을 막지 마라. 아프겠지만 귀를 열어 온 마음으로 국민과 소통하라"라고 요구했다.

김선동 사무총장은 "국민 없는 광화문 광장을 처음으로 봤다"라며 "이게 잘 된 방역 현장인지, 잘못돼가는 민주주의 현주소인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역린(逆鱗)이란 말이 있다"며 "방역을 빌미로 국민의 역린을 건드리는 일 없기를 바란다"라고 경고했다. 역린은 한비자가 그의 저서에서 쓴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용에게 난 비늘 중 딱 하나 있는 거꾸로 된 비늘로, 용은 이를 건드리는 이를 반드시 죽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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