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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때 이후로 이렇게 오랫동안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지낸 적이 또 있던가 싶다. 아침에 눈만 뜨면 동네일로, 아이들 학교일로, 각종 모임으로 사방팔방 헤집고 다니며 오지랖 떨던 사람이 오늘도 집, 어제도 집, 내일도 집뿐인 생활에 적응한다는 게 당연히 쉬울 리가 없다.

하필 갱년기까지 겹치는 바람에 심리적, 신체적으로 더 심난한 나날이다. 어떻게든 기분을 추스려 보려고 마음에 관한 이 책, 저 책을 들춰보지만 효과가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한다. 온라인 수업하는 아이들이 늘 집에 번갈아 있지만 다 큰 아이들이 나와 놀아줄 리 만무하고 아무래도 마음 붙이고 혼자 즐길 거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곤 했다. 

나만 이렇게 답답하게 지내고 있을까
 
     이렇게 오랫동안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지낸적이 없던 것 같다.
  이렇게 오랫동안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지낸적이 없던 것 같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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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사회적 거리두기가 드디어 1단계로 완화되며 실로 오랜만에 지인들과 동네 카페에서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서로의 근황들은 간간이 카톡으로 공유하고 있었지만 이 힘겨운 시기를 다들 어떻게들 넘기고 있는지 많이 궁금했다. 오가는 이야기들에 귀 기울여 들어보니 다들 나름의 방식으로 지혜롭게 코로나 시기를 잘 보내고 있었고 내 생활에 참고할 것도 많았다.

코로나 전에도 혼자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떠나는 등 뭔가를 홀로 즐기는 것을 어색해하지 않던 지인은 역시나 오랜 집콕 생활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뜨개질로 크로스 백을 색깔별로 뜨다 보면, 애완견의 후드 스웨터까지 뚝딱뚝딱 만들어 주변에 선물로 주다 보면 하루가 짧았단다.

마침 추워지는 날씨에 시가에서 키우는 애완견의 옷을 떠 선물로 드렸는데 시어머니께서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진심으로 고맙단 말씀을 자꾸 하셔서 자신도 참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듣는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주변에 도움도 드리고 인정도 받으며 나름 보람찬 일상을 보내고 계셨다니 정말로 놀라웠다. 
 
    지인이 손뜨개로 직접 뜬 강아지 옷들
  지인이 손뜨개로 직접 뜬 강아지 옷들
ⓒ 최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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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지인은 지난 여름 <신박한 정리>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본인도 집안 정리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셨단다. 직장인이신 이 분은 매우 활동적이고 운동을 좋아해서 쉬는 날에도 웬만하면 집에 머무는 분이 아니다.

하지만 집안 정리를 시작한 이후로는 몇 달째 틈 날 때마다 거실, 베란다, 작은 방에 있는 눈에 거슬리는 서랍장들과 이것저것 넣어 둔 큰 가방들을 하나하나 처분하고 정리 중이란다. 그러다 보니 집이 조금씩 조금씩 넓어져가는 마술을 경험하고 있다며 뿌듯해한다. 어쩌면 이렇게 코로나 집콕을 알차게 보낼 수가 있는지 감탄스러웠다.

처지는 기분 탓만 하고 진작에 다른 즐거운 일들을 더 찾지 못하고 있던 내 모습이 저절로 반성이 되었다. 음료를 마실 때만 살짝 마스크를 들출 뿐 대화 내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느라 분명 답답할 법도 한데, 눈 마주치며 서로에게 귀 기울여 듣는 이 시간을 다들 얼마나 고대했던지 오후 1시에 모여 6시에 파하는데도 자리를 뜨기가 아쉽기만 했다. 

뜻밖의 인정과 성취감

지인들처럼 나도 내가 좋아하는 걸 더 찾아보려 골몰하는 중에 같이 동네일을 하는 아는 분께 연락이 왔다. 동네에서 <가죽 카드지갑 만들기> 강연을 준비하니 온라인 방송날 방송 모니터 좀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사는 동네는 주민자치회 활동이 활발해서 주민들을 위한 각종 강연이 자주 운영되고 있다. 

<명화 인문학>이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재테크> 강연처럼 듣기만 하는 강연도 있고, 직접 손으로 만들어 보는 양말목 공예, 꽃 코디얼, 마크라메 강연 등도 주민들 사이에 인기가 많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모두 온라인 강연으로 진행되고, 무엇보다 무료이거나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참여할 수 있으니 혼자도 좋고, 아이들과도 함께 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 보장된다. 

온라인 방송날 방송 모니터를 하고, 밴드에 업로드해주신 주민들의 완성품 사진에 좋아요, 멋져요 댓글을 달며 즐거웠다는, 감사하다는 그분들의 말씀을 읽다 보니 내가 언제 우울감 때문에 고민했었나 싶을 정도로 오랜만에 기분이 맑게 개어짐을 느꼈다.

프로그램에 참여만 해도 즐겁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누군가를 위해 소소하지만 행사를 지원하는 일을 직접 할 때 또 다른 보람과 기쁨이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코로나 때문에 자꾸만 가라앉는 기분에 대한 해결책은 생각보다 가까운 데 있고, 방법도 의외로 매우 쉬운지도 모른다. 내가 보람을 느끼는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더 찾아보고 더 많이 하는 것 말이다.  

참고로 요즘엔 주민들을 위해 다양한 주제의 강연들과 프로그램들을 준비하는 지자체가 많은 것 같으니 필요하다면 관심을 가지고 자신이 속한 지자체의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찾기

인지 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지난봄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포스트 코리아, 행복의 척도가 달라진다>는 주제로 대담을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에 그분이 여러 가지 말씀을 하셨는데 행복에 관한 말씀만을 정리하자면, 코로나를 겪으며 혼자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사람들은 더 이상 사회적으로 주입되어 뭔가를 자꾸 원하게 되는 'want'에 주목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더 많이 찾아내고 즐기며 거기서 전문성을 습득해 나가는 'like'의 세상을 살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우리들이 'want'의 삶에서 'like'의 삶으로 옮겨간다고 알아챈 그분의 통찰이 놀랍다. 그러고 보면, 좋아하는 손뜨개 취미를 살려 즐겁게 보내는 지인의 모습도 여기에 해당되고, 대대적인 집안 정리를 하며 새로운 기쁨을 알아가는 지인의 모습도 같은 맥락인 것 같다. 오랜 우울감 끝에 좀 더 많은 즐길 거리를 찾아야겠다고 마음먹던 나의 행태도 그렇고 말이다. 

사회적으로도 코로나 초반에 달고나 커피 만들기 열풍 이후로 슬기로운 집콕 생활이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콘텐츠들을 다루는 영상과 기사들이 지속적으로 자주 눈에 들어오는 것도 분명 그런 예들이다. 홈트레이닝과 홈카페, 홈베이킹, 랜선 여행법 등등 말이다. 꾸준히 자주 이런 정보들이 눈에 띄는 걸 보면, 코로나 이후로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아 열중하며 즐기는 사람들이 코로나 이전에 비해 확실히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김경일 교수는 또한 행복하려면 조금씩 자주 기쁨을 느끼는 일을 찾고 만들 것을 권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자주 할 때, 그러니까 조금씩 자주 행복할 수 있을 때 아무리 코로나로 집콕 생활이 길어져도 우울감에만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렸다. 댓글을 달며 연결된 다른 주민들과의 소통이 결국 나를 힘나게 했다는 점을 기억하며 내가 좋아서 즐겨하는 일이 또 뭐가 있으려나 설레며 주변을 둘러보게 되는 기분 좋은 날이다. 

힘들었지만 오랜 우울감을 겪어낸 것이 아주 무용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더 탐색하고 찾게 하는 새로운 삶의 단계로 나를 옮겨놓은 귀한 시간으로 의미 지워지는 걸 보면 말이다. 저처럼 코로나 우울을 힘겹게 통과하고 계시는 모든 분들, 즐겁고 좋아하는 일 많이 많이 찾아보세요. 힘이 납니다. 파이팅!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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