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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10만원, 값싼 고시원이 즐비한 대학동 고시촌에 최근 독거중년들이 몰리고 있다. 변변한 벌이도 없이 홀로 사는 독거중년에게 대학동 고시촌은 몇 안 되는 선택지다. 이곳에 머무는 중년들의 삶을 따라가보면, 주거 정책의 커다란 숙제가 모습을 드러낸다. [편집자말]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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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동이라는 낯선 이름

대학동 골목마다 빈방을 알리는 전단이 빛바래 바람에 흔들린다. 차 한 대가 겨우 다닐 좁은 골목을 따라 오를수록 높아지는 경사만큼 전단의 방값은 내려간다.

고시촌이라 하면 문뜩 떠오르는 이곳은 서울대가 있는 관악산 아래 자리하고 있다. 2017년 사법시험이 폐지되었고 코로나19 탓에 유학생도 줄면서 방값은 더 내려가고 방이 비면 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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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빈방을 중년들이 채우고 있다.

젊음을 던져 넣은 고시에 낙방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세월이 흘러버린 고시 낭인, 더 싼 값에 조금 더 나은 환경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버티기 위해 필요한 영양을 채우려고 식단관리를 하지만 주머니 사정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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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조용한 은둔자

대학동 골목의 건물은 유독 창문이 많고 에어컨 실외기 수십 대가 오와 열을 맞춰 정렬되어 있다. 뜨거운 볕이 내리는 오후 실외기가 빼곡한 고시원 옆을 지나도 골목은 고요했다. 팬이 돌아가는 지독한 소음과 뜨거운 열기는 없었다. 두피를 찌르는 태양열에 달궈진 아스팔트를 어슬렁거리는 고양이의 작은 울음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사뿐사뿐 눈치를 훔치던 고양이 뒤로 낯익은 남자가 나타났다. 검은 봉지를 든 채 어깨를 움츠린 중년의 아저씨는 반바지와 슬리퍼의 차림이었다. 신발의 마찰음도 없이 걷던 그의 시선은 미간만 살짝 들어 올려 문을 확인하고 굳은 자세로 입구를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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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 남짓 고시원에 고립된 중년

실패 경험을 가지고 고시촌으로 들어온 중년은 대부분 자신을 외부와 단절한다. 삶에서 경험한 실패로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오랜 시간 관계 맺기가 쉽지 않다. 이곳에서 만난 이들은 쉽게 자신의 속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 필요했다. 친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긴 시간 자신의 무용담과 곧 다시 성공한다는 희망을 반복해 쏟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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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건물 수십 개의 방

고시촌의 겉은 단독주택이나 빌라 등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입구에 들어서면 안은 같은 모습이다. 사람 키보다 큰 신발장에 켜켜이 정리된 수십 켤레의 신발이 내뿜는 '향기'(?)를 지나면 하나같이 어두컴컴한 복도 양옆으로 방 쪼개기를 한 밀실(?)들이 정렬해 있다.

그 방 한 곳마다 그들만의 세계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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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남자는 자신의 동굴을 다시 택했다

두 팔을 뻗으면 마주한 벽이 양손에 닫고 물건을 피해 발을 뻗으면 발아래 다른 물건이 채인다. 오랜 시간 여러 가지 이유로 사회와 사람들로부터 단절해 혼자만의 싸움을 벌여온 고시촌의 중년은 다시 일어 설 용기를 잃었다.

태그:#고시촌, #고시촌에갇힌중년보고서, #중년, #대학동, #고시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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