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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가버나움>이란 영화가 있다. 영화는 출생신고조차 없이 태어난 아이가 부모는 물론 국가와 사회로부터 어떠한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떠돌며 고난을 겪는 이야기다. 영화는 레바논의 아동인권을 말하지만, 출생신고조차 없는 주인공의 처지는 마치 학교비정규직(교육공무직)의 처지를 연상케 한다.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주인공 아이의 상징적 대사다. 출생신고도 하지 않고 돌보지도 않는 무책임한 부모들처럼, 한국의 교육당국은 학교비정규직을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20년 가까이 값싼 인력으로 활용해왔다. <가버나움>의 감독은 주인공과 아이들을 실제 거리에서 살아가는 난민 아이들을 캐스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 법적 근거가 없는 학교비정규직은 출생신고 없이 탄생한 학교의 구성원이고, 학교 정식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난민이며, 학교에서는 마치 한국의 외국인노동자와 같은 취급을 받아온 것은 아닐까 싶다.

법치주의에서 배제된 존재, 학교비정규직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공적돌봄 강화와 처우개선을 촉구하며 11월 6일 예정인 '돌봄파업' 예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공적돌봄 강화와 처우개선을 촉구하며 11월 6일 예정인 "돌봄파업" 예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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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법치주의에 따르면 학교 등 국가기관에서 일하는 사람과 업무까지도 모두 법적 근거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유독 학교비정규직만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존재해왔으며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불안하게 의존해왔다. 이러한 불안정한 존재 여건은 온갖 차별과 소외를 파생시키는 주요 요인으로서 학교비정규직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고, 사회적 갈등을 낳기도 했다. 학교비정규직은 무려 30만 명이 넘는다. 급식, 교무행정, 시설관리, 돌봄, 교육복지 등 학교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역할에 따라 분류한 직종만 90개가 넘는다. 교육공무직원(약 17만 명)과 비정규직강사(약 16만 명) 등은 학교와 교육기관 등에서 교사, 공무원과 함께 일하며 교육의 일주체가 됐지만, 법에선 이름도 역할도 없는 '유령'같은 존재다.

법적 근거가 없다보니 최근까지도 고용안정성이 약했다. 각종 권리와 책임에서 배제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교육당국의 책임성과 지원조차 적극적일 수 없었다.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학교비정규직은 코로나 위기에서 더욱 차별받고 위기에 내몰렸다. 돌봄전담사들은 긴급돌봄 책임 공방 속에서 학교의 천덕꾸러기가 됐고,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학교에 오지도 못한 채 생계 절벽에 내몰렸다. 학교비정규직은 교육당국에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기에 구조적 문제해결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법적 근거 없는 교육공무직은 공무원과 비교 대상 아니다?

법적 근거가 없어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구체적으로 이렇다. 10월 현재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와 시도교육청들은 집단 임금교섭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연대회의는 집중적으로 복리후생 차별을 제기하고 있다. 노조는 같은 사용자의 직원인 공무원과 교육공무직의 복리후생성 임금(명절휴가비, 식대, 맞춤형복지비 등)이 달라야 하는 근거를 따졌다. 법에서도 복리후생성 임금은 직원의 직위나 직무, 노동내용 등과 상관없이 재직 중인 직원에게는 동일하게 지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시도교육청들은 법적 근거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공무원과 법적 근거가 없는 교육공무직은 서로 비교할 수 없으며, 따라서 복리후생성 임금의 차별은 "합리적 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적 근거가 있는 공무원의 월 식대는 14만원이지만, 법적 근거가 없는 교육공무직의 식대가 월 13만원인 것은 '합리적인 차별'이라는 것이다.

학교비정규직의 법적 근거가 없었던 근본적 이유는 교육당국이나 학교 운영의 주도권을 갖는 기존 구성원들이 아직도 학교비정규직을 필수적 인력으로 인정하지 않고 임시적이며 부차적인 보조 인력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학교는 변화했으며, 변화는 당연히 법과 제도에 반영돼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미 학교는 교육과정 학습 외에 더 많은 기능과 역할을 요구받아 왔다. 그러한 학교의 변화와 공적가치는 코로나19로 더욱 명확히 드러났다. 급식이 그렇고 돌봄이 그러하며, 학교 안팎으로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놓지 말아야 하는 교육복지의 책임도 학교의 역할이다. 이제 학교는 단지 국영수 등 수업만 하는 곳이 아니다. 변화되고 확대된 학교의 공적 기능을 담당해온 이들이 바로 학교비정규직이다.
   
존재 확인법, "교육공무직원을 둘 수 있다"

 지난 10월 20일 국회 앞에서 교육공무직 법제화 국민동의청원 시작을 발표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의 기자회견 모습
 지난 10월 20일 국회 앞에서 교육공무직 법제화 국민동의청원 시작을 발표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의 기자회견 모습
ⓒ 박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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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사회는 변화된 학교와 교육을 새롭게 정의하는 동시에 그 법적 근거를 갖춰야 한다. 그중 하나가 교육공무직 법제화다. 법제화와 체계적인 운영을 통해 아이들과 학부모, 교원들에게 안정적인 교육복지 및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일을 교육당국이 방치해오자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이 직접 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10월 19일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10만 국민동의청원 입법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청원은 '학교비정규직'에게 '교육공무직'이라는 법적 이름과 역할만이라도 부여하여 최소한 존재를 인정하고 안정화를 꾀하자는 것이다.

'초중등교육법'과 '지방교육자치법'에 담으려는 법안의 핵심 문구는 다음과 같으며 이것이 교육공무직제 법안의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에는 교원 외에 학교 운영에 필요한 교육공무직원 등 직원을 둔다."
"하급교육행정기관에는 공무원이 아닌 직원으로 교육공무직원을 둘 수 있다."

교육공무직 법제화는 새로운 존재와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존재를 그대로 규정하는 매우 기본적이며 당연한 입법이다. '초중등교육법',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을 개정하여 교사 공무원과는 다른 '교육공무직원'이란 별도의 명칭을 넣고, 급식이나 교육복지 등 법령에 따라 주어진 임무를 명시하여 그 역할을 확인하는 것이다.

교육공무직 법제화는 벌써 오래 전에 있어야 할 법이고, 이미 존재하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존재 확인법이다. 국회와 교육당국은 그동안 자신들의 직무유기와 무관심을 반성해야 한다. 10만 국민동의청원이 이뤄진다면 이제라도 교육공무직 법제화가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교육공무직 법제화라고 하면 오해도 많다. 법제화의 내용을 제대로 본다면 알 수 있다. 대단한 무엇을 얻거나 교사나 공무원 신분이 되고자 하는 법제화가 아니다. 시대에 맞게 변화된 학교의 역할과 인력을 법으로 규정하고, 법을 통해 더욱 안정된 교육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초를 갖추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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