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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는 객관적 기준은 두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대선이나 총선에서 약속했던 공약의 이행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공약과 무관하게, 안팎에서 제기된 중요한 국내외 현안에 대한 대응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전자의 구체적 기준은 '100대 국정과제 공약'이 될 수 있고, 후자의 전형적 사례는 코로나19 대응 또는 경색된 한일 관계에 대한 대처 능력이 될 수 있다.

이번 정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유일하게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를 압도적으로 승리한 정부다. 또 임기 말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역대 정권의 그것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아직 정치와 경제, 국제관계 분야에서의의 분명한 성과는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안정적 지지도가 나타나는 것은 특이한 일이다. 국민의 열정적 기대 혹은 실망을 그대로 반영하는 대통령제 특성상 더욱 그렇다.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정책, 어디쯤 왔나
 
 여름방학 중인 8월 3일 전남의 한 4년제 대학 학생회관의 한산한 모습. 지방대 중에는 수업 후 야간이나 주말?방학 때 캠퍼스에 학생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곳도 많다.
 지난해 8월 전남 한 4년제 대학 학생회관의 한산한 모습. 지방대 중에는 수업 후 야간이나 주말, 방학 때 캠퍼스에 학생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곳도 많다.
ⓒ 임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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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정상적으로 정책을 수행하기 어려운 구조적 제약에 대한 국민적 양해가 있다고 본다. '이심전심'인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세계적 복합위기 속에서, 다른 나라 어떤 정부도 약속했던 성장·안정의 목표치를 달성할 수 없었다. 한껏 기대를 모았던 북미정상회담이 꼬이면서 문재인 정부의 힘만으로는 당장 6자회담이나 남북협력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건 현실이자 사실이 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코로나19나 북미관계와 상관없이도, 임박한 파국을 수수방관하는 부처가 있다고 나는 본다. 다름 아닌 교육부다. 왜 그런지 조목조목 따져보자. 이제는 관련 전문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일반 시민들 또한 알고 있을 것이다. 저출산 여파로 당장 올해부터 대입 정원과 고교졸업자 수의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2024년에는 올해 입학정원 대비 12만4000여 명 입학생이 부족해져 지방대·전문대부터 심각한 운영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지방대 폐교와 엑소더스... 예고된 미래?

교육부 또한 이런 사실을 이미 예측하고 있다. 아래 교육부 통계가 현실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러면 불과 4년 뒤에는 323개 대학(187개 일반대학과 136개 전문대학)에서 12만4000명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할 것이다. 2021년 현재 대학의 평균 입학정원(48만470명)을 기준으로 할 때, 그 규모는 현재에 비해 대학마다 평균 1459명 신입생을 덜 충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교육부(2019.08.07.) <인구구조 변화, 4차 산업혁명 대응 대학혁신 지원 방안 발표> 중 도표.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인구절벽은 예고된 현실이다. 출처는 교육부(2019.08.07.) <인구구조 변화, 4차 산업혁명 대응 대학혁신 지원 방안 발표> 중 도표.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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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돈 없으면 문 닫아라'라는 시장 논리에 대학을 맡긴 것이다. 대학구조개혁을 폐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역적으로는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즉 영호남에서 시작된 대학 폐교 사태가 중부권으로 확산할 것이며, 전문대를 필두로 지방 사립대가 초토화될 것이 뻔하다.

이는 단순히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의 위기에 한정되지 않는다. 부실대학으로 낙인 찍혀 폐교된 서남대학교와 서해대학교 경우를 보자. 두 대학 입학정원이 폐교 당시 658명과 387명에 그쳤음에도, 이는 남원과 군산이라는 중소도시에 막대한 타격을 끼쳤다. 대학의 폐교가 지역사회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친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지방을 떠나야 산다'는, 일종의 지방 탈출(엑소더스, Exodus) 행렬은 이미 시작됐다. 입시교육전문업체인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올해 서울과 수도권 대학의 평균 수시 경쟁률은 14.7대1과 10.5대1이었던 데 비해 지방대학 수시 경쟁률은 평균 5.6대1에 불과했다고 한다. 6곳에 지원할 수 있는 수시전형은 경쟁률 6대1 미만이었는데, 사실상 평균적 지방대 경쟁률을 볼 때 미달인 셈이다.

탈출 행렬은 비단 사립대에 한정된 것만은 아니다. 이번 국감에서 알려진 것처럼 지방거점대학인 경북대에서 5년간 무려 3000명이 자퇴했고, 이들 중 95%는 지방이 아닌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실).
  
 빈 강의실의 모습(자료사진).
 빈 강의실의 모습(자료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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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교육부를 찾습니다

대학개혁의 시작은 정부의 정책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는 데 있다. "(대학들이) 인위적인 정원감축 없이 대학이 스스로 판단해 수립한 계획을 통해, 적정규모를 실현하도록 지원"하겠다던 그 정부 말이다.

이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이렇다. 문재인 정부 2주기(2018∼2021년), 대학 정원 감축 규모는 4305명(-0.9%)인데 반해 이중 수도권 비중은 전체의 9%(370명)에 그치게 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감축을 '시장'에 맡겨 자연적인 감축을 기대했으나, 보상도 없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정원을 줄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정부로서는 대학들이 자율 감축을 하게 만들 아무런 유인책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아직은 '인(In) 서울'을 향한 열망으로 인해, 수도권 대학을 지망하는 수험생들이 차고 넘치는 게 현실이다. 교육부 바람처럼 대학들이 '구국의 관점'에서 먼저 나설 아무런 이유가 없다.

더 우려스러운 건, 정부의 대학정책 공약이 대부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고등교육 개혁의 큰 그림은 두 축, 그러니까 '공영형 사립대'와 '국립대 네트워크'로 이뤄져 있다. 공영형 사립대는 국가가 대학 운영비를 일정(50%) 부분 책임지는 대신 이사진의 50% 이상을 공익이사로 구성해 사립대 재정위기를 타개하고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겠다는 아이디어다. 한편, '국립대 네트워크'는 거점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공동 입시와 공동 학위를 통해 대학 서열화를 타파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문재인 정부 대학정책 공약, 현실은... 전면 재검토 필요하다
 

공영형 사립대는 대통령 임기가 3년 반이 지난 현시점에도 아직 연구단계를 넘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8년, 관련 예산 812억 원을 편성했지만, 당시 기획재정부는 이를 전액 삭감했다. 지난해에도 국회 교육위원회가 시범사업 등을 위해 87억 원을 편성했지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또다시 0원이 됐다. 그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이제야 3개 대학(상지대·조선대·평택대)에 대한 시범사업을 시작한 단계다.

한편 '국립대 네트워크'는 거의 무산 지경이다. 국립대 일각에서는 적극적이지만, 서울대의 방관과 국립대 노조의 반대 속에 추상적 논의만 무성할 따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 주체인 교육부도 국가교육회의도 서로 눈치만 보며 허송세월이다. 

지방대의 몰락은 이미 시작된 지방 소멸을 필연적으로 앞당길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고등교육을 비롯한 교육정책 전반의 점검과 결단이 시급해 보인다.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방향은 이렇다. 대학의 구조 개혁을 정부가 주도하는 일방적 규제도 아니고 시장 중심의 방임도 아닌, '사회적 협의'를 통해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 첫 단추는 뭘까. 지금 국회 입법 과정에 있는 '국가교육위원회'를 하루빨리 출범시켜, 추진 주체와 사회적 논의를 제도화하는 게 첫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칼럼을 쓴 정상호씨는 서원대 사회교육과 교수로 현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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